[이상호의 경제서평] 미국기업의틀을 다진 경영 선구자들


■ 경영 혁신자
(다니엘 렌·로나드 그린우드 지음/정현경 옮김/법문사 펴냄)

이 책은 미국 기업의 역사를 기술한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의 발달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년간 비즈니스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31명, 즉 경영 혁신자들을 골라 이들의 삶을 통해 본 경영의 역사다. 현대 비즈니스의 틀을 다진 인물들과 아이디어를 소개한 것이다.

왜 인물 중심으로 경영사를 서술했는 지의 이유는 저자들의 기업관을 보면 잘 드러난다. 경영학 교수로 경영사학자인 저자들이 기업을 보는 시각은 미국 중심이다. 기업은 미국 사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역사가들은 이를 분석하고, 언론인들은 이를 설명하며, 정치가들은 이에 대해 논쟁을 한다.

노동조합은 이들과 교섭하고, 소설가들은 이를 풍자하며, 소비자들은 물건을 산다. 비평가들은 이들의 관행을 비판한다. 기업은 우리 삶의 모든 면에 관계하고 있으며, 그 존립은 국가 발전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기업의 매력 중 하나는 사회 계층의 차이를 메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메리컨 드림이 그것이다. 하지만 기업은 우리에게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다른 어떤 기관 못지않게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현대 기업의 건설에 관한 것이다. 발명 제작 판매 운송 전달 재정 등으로 나누어 미국 기업의 태동을 살폈다.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다른 미국 기업들이 좇아서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본보기를 이룩한 사람들이다.

2부는 기업의 조직과 관리에 관한 것이다. 더 나은 경영 방법을 모색한 사람들에 대한 설명이다. 현대 경영의 구체적 틀을 만드는데 개척자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이 책에는 일관된 하나의 주제가 없다. 미국 기업들의 역사가 펼쳐 보이는 여러 주제의 이야기라고 저자들은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발명가로부터 시작한다. 신생 독립국 미국이 실질적으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산업 발달이 필수적이었고, 발명은 그 대 전제가 되는 것이다. 발명과 혁신이 어떻게 삶의 방식을 바꾸고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며, 경쟁 환경이 변함에 따라 어떻게 계속되어야 하는 지를 살폈다. 엘리 휘트니와 토마스 에디슨이 그들이다.

발명가들의 아이디어는 제품화하여야 한다. 이는 동시에 소규모 ╂謗【?대규모로, 또 조립 라인의 이동을 동반하는 과정이다. 이들은 제작자로, 사이러스 맥코믹, 앤드류 카네기, 헨리 포드 등이다. 만든 물건은 팔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다. 유통 혁명에 관한 것으로, 알렉산더 스튜어트, 리차드 시어즈 등이 대표적인 판매자들이다.

발명가 제작자 판매자는 모두 시간과 장소의 효용을 창출하는 운송자를 필요로 하며, 이와 함께 부분을 전체로 연결하는 전달자가 있어야 한다. 제임즈 힐, 에드워드 해리만 등은 운송자로, 사무엘 모르스, 에즈라 코넬, 그레함 벨 등은 전달자로 소개된다. 어떻게 자금을 동원하고 운영했느냐는 제이 고울드와 피어폰트 모건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을 재정가라고 부른다. 여기까지가 1부다.

2부는 끝없이 변화하는 업무의 성격을 연구해 사람들이 단순히 더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더 지혜롭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한 초기의 사상가들에 대한 이야기다. 테일러 시스템으로 유명한 프레데릭 테일러, 일본식 관리의 선구자인 우에노 요이치 등과 조직화의 선구자인 윌리엄 두란트와 알프레드 슬론, 종업원에 대한 동기 부여와 조직의 방향과 운명 등을 결정하는 리더십의 엘톤 메이요, 아브라함 마슬로우, 더글라스 맥그리거 등이 거론된다.

품질 관리를 강조한 에드워즈 데밍 등 품질 추구자가 그 뒤를 잇는다. 우리 시대의 가장 유명한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정신적 지주로 자리 매김을 했다.

역사는 종종 작은 부분들로 나누어 볼 때 더 편리하고 이해하기 쉬울 경우가 있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따로 떼어내 볼 수가 있다. 저자들도 이 방법을 권하고 있다.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지만 고유 명사 번역에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과는 틀린 것들이 있어 거슬린다.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을 ‘워턴’으로 썼다. 일본인 이름은 성이 먼저이고 이름이 나중이나 ‘요이치 우에노’, ‘다이치 오노’ 등으로 미국식을 따라 이름이 앞에 나왔다.

입력시간 2003/03/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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