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탐구] 유동근

KBS '아내'서 기억상실증 걸린 두 아내의 남편으로 열연

KBS 드라마 '아내'의 상승세가 무섭다. 절대 강자 '야인시대'가 군림하던 월화 드라마의 판도를 뒤흔들 정도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아내'에서 "역시 다르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배우 유동근을 만났다.

처음 그가 털귀마개를 하고 남루한 옷차림으로 등장했을때 이를 지켬보던 많은 이들은 거의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언제나 근엄한 얼굴로 만천하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자랑하던 그가 아무리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는 하지만 바보와 다름없는 어눌한 행동들을 하다니…. 기존의 이미지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모습이 연기하기에 부담이 되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더 하고 싶었어요. 언제나 왕 역할만 하다가 그런 옷들도 입어보니까 새롭고 좋던데요."

드라마 '아내'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한상진(민영태)이댜.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7년을 한결같이 그를 기다려온 아내 나영(김희애)과 또 7년을 내 몸처럼 보살펴 온 아내 현자(엄정화)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남자이다.

사실 '아내'는 82년에 이미 큰 화제를 모았던 동명의 드라마의 리메이크 작이다. 원작에선 남편이 본처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결론지어졌지만, 이번 드라마에선 아직 결말이 어떻게 될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 그래서인지 그가 어느 아내를 선택할지에 대해 벌써부터 시청자들 사이세선 의견이 분분하다.

7년을 기다려 준 아내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들이 우세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생명의 은인이자 7년을 보살펴 준 아내를 버릴 순 없다는 의견들고 적지않다.

만약 그가 '한상진'의 입장에 처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한쪽이라도 상처받지 말았으면"

"글쎄요. 쉽지 않은 선택이겠죠. 하지만 내가 한상진이라면, 기억상실증에서 깨어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을 고수할 거예요." 단호한 대답에 7년을 기다린 아내와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따지듯 물어보았다.

"물론 아픔이 크겠죠. 하지만 만약 제정신을 차리게 된다면 양쪽 가족 모두가 다 상처받지 않을까요? 그러느니 차라리 한쪽이라도 상처받지 않는 결과를 택하고 싶습니다."

그와 함께 공연하는 두 아내는 김희애와 엄정화다. 두 사람 모두 오랜만의 TV 출연이라 세간의 화제를 모았는데…. "처음 그 두 사람이 상대역이란 걸 알았을때요? 좋았죠, 물론. 일단 둘이 다 이쁘잖아요(웃음) 개인적으로 보자면 엄정화씨는 애교가 굉장히 발달된 친구예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애교와 끼가 넘친다고 할까요? 김희애씨는 가정에 충실하고 아이를 낳아서인지 대사나 연기하는 모습에서 여성적인 모습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더라구요."

오랜만에 출연하는 상대역들이라고해서 특별히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모두 열심히 하는 배우들이고 또 함께 하는 다른 연기자들이 모두 연기력이 탄탄한 이들이라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했다.

배우 유동근. 83년 TBC 드라마 '금남의 집'으로 데뷔했으니 연기 경력이 벌써 20년이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분수령이 되는 작품은 어떤 것일까? "인기나 연기면에서 한 단계 점프할 수 있었던 작품들을 묻는 거라면 몇몇 작품을 들 수 있겠죠. 특히 인기는 드람 '애인' 이후에 폭발적으로 늘었죠. 하지만 연기란 어느 한 순간의 점프로 판단되어져선 안 될 것 같습니다. 그 전까지의 모든 활동을, 모든 연기들이 밑거름이 되어 어느 순간 도약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앞으로 하고 싶은 역이나 작품이 있는지 물었더니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는 작품이나 캐릭터라면 뭐든지 하고 싶다"거 시들지 않는 도전정신을 드러냈다.

그렇게 연기 욕심 많은 그가 작년에 처음으로 영화 작업을 했다. 공전의 히트를 자랑한 영화 '가문의 영광'이 바로 그 것.

그 영화에서 전라도 출신의 깡패 역을 맡으며 파격적으로 변신, 평론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이전에도 영화 출연 제의는 여러번 있었지만 긴 시간이 걸리는 대하 시극들을 주로 하다보니 시간적인 여유는 없었다고 그런 아쉬움을 털어내기라고 하듯 그는 지금 벌써 두번째 영화를 찍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경상도 출신의 무뚝뚝한 학교 선생님역으로, 차태현과 함께하는 '첫사랑 사수궐기대회'라는 작품이다.


"웃기는 캐릭터, 매력있어요"

" '가문의 영광' 에서 걸죽한 전라도 사투리를 써보고 난 뒤라서 이번엔 경상도 사투리를 써보고 싶었어요. 같은 코미디 영화이긴 하지만 지난번과는 또 다른 연기이기도 하구요. 일본 배우 중에 기타노 다케시라고 있어요. 근엄한 얼굴로 시치미 뚝 떼고 사람들을 웃기는. 저도 그런 역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이제는 자신의 중심이 되는 연기를 하기보다는 주변인물과 자연스레 묻혀가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유동근.

그의 2003년은 어떻게 채워질까. "6월까지는 '아내'에만 집중할 생각이에요.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고, 한상진이란 역할을 유동근이 잘 해냈구나하는 칭찬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7월엔 영화 '첫사랑 사수궐기대회'가 개봉을 해요. 그 영화의 감독이 SBS PD 출신인 오종록 감독이라서 성공하길 바래요. 영화시장에서 PD출신으로 성공한 감독이 없다는 전례를 깼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실력있는 드라마 PD들이 영화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됐으면 합니다."


"조재현은 근성있는 실력파 배우"

2주전 스타탐구 조재현 편에서 조재현은 유동근에게 "후배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고마운 선배"라고 칭했다. 그렇다면 선배 유동근이 보는 후배 조재현은?

"더 대단한 배우가 될 친구예요. 그만한 자기 캐릭터를 갖춘 배우도 없다는 게 솔직한 제 심정이죠. 드라마 '야먕의 세월'에서 함께 공연하면서 근성있는 연기자라는 걸 알았죠. 언젠가 함께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오길 바래요."

입력시간 2003/03/0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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