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프레소] 마커스 밀러, 디디 브리지워터 내한공연

2월14일 발렌탕니 데이를 기점으로 촉발된 재즈의 봇물이 잦아들 줄 모른다. 이제는 서울이 재즈의 도시라는데 토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90년대 이후 TV광고로 촉발됐던 재즈 붐이 재연되기라도 한 것일까.

2월12일 허비 행콕(피아노)과 존 패틱투치(베이스), 13일 브래드 멜다우(피아노), 15일 맨해튼 트랜스퍼 밴드 등에 이어 16일 노장 짐 홀(기타)로 발렌타인 데이의 향연은 끝났다. 이후 수준 높은 재즈 라이브 무대에 대한 요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3월에도 향연은 계속된다. 3일 베이시스트 마커스 밀러가 펼치는 공격적 무대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 우리 시대 최고이 재즈 보컬이라 해도 좋을 디디 브리지워터가 화려한 무대를 갖는다. 둘 다 첫 내한이다.

디디 브리지워터는 여러 길로 갈라져 나간 우리 시대 재즈 보컬에서 정통의 맥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공격적이고 전위적인 재즈 보컬을 추구하는 카산드라 월슨, 재즈와 팝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다이앤 리브스, 백인적 취향의 정제되고 편안한 재즈를 들려주는 다이아나 크롤 등으로 대별되는 여성 재즈 보컬에서 홀로 굳힌 아성이다.

브리지워터는 92년 앨번 'Keeping Tradition'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선언을 만방에 한 셈이다. '전통ㅇ르 잇는 다는 것'이란 선언적 재목의 이 음반에서 그녀는 사라 본, 엘라 피츠제럴드, 빌리 할러데이 등 대선배들의 작품을 한 곡씩 쭉 불러 그들에 대한 예를 표했다.

정통을 존중하는 재즈 특유의 관행을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해 낸 작품은 97년이 'Dear Ella'. 재즈의 퍼스트레이디라고 불리는 엘라의 대표곡들을 자신의 스타일로 불러낸 이 음반은 그래미 상을 두 차례나 타냈던 작품이다. 이번 첫 한국 공연의 레퍼터리가 바로 그 음반이다.

'Dear Ella' 발매 직후 가졌던 팩스 인터뷰에서 그녀는 정통의 길을 지킨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털어 놓았다.

즉, 자기는 펑크 등 최신 장르에도 관심이 많은데. 자신을 재즈의 적자로만 묶어 두려는 사람들, 특히 음반사의 요구로 정통 재즈의 길을 벗어나고 있지 못한다는 불평 같은 고백이었다. 그 같은 솔직함이 반가웠다. 이번 공연은 자신의 재즈 피아노 트리오와의 협연이다. 최고의 정통이 펼쳐낼 무대는 어떤 것일까. 3월5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02)2005-0114.

마커스 밀러의 위치는 2002년 그래미상 최우수 컨템퍼러리 재즈 앨범상 수상이 대변한다. 베이스로 구사하는 그의 현란한 기교와 장르에 구애 받지 않는 자유스러움 덕분이다. 이번 무대는 그래미상을 안겨준 2001년도 앨범 'M2: Power & Grace'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 앨범의 성격은 우리시대의 재즈(contemporary jazz)라는 상이 잘 설명해 준다.

정통 재즈에서는 기피돼 온 현란한 테크닉을 적극 구사하는 것은 물론, 베이스 연주에서 전자 음향 기기글 적극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는 통념을 깨트려 줄 것이 분명하다. 이 같은 행보는 그가 베이시스트일 뿐 아니라, 프로듀서, 작·편곡자로서 팝과 펑크에도 두루 능통하다는 독특한 이력이 잘 설명해 준다.

베이스주자 전성식은 "밀러가 구사하는 음악은 정통 재즈는 아니지만 즉흥과 솔로 부분에서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재즈"라며 내한 무대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앰프, 미디 등 첨단 디지털 음향 기기를 완벽하게 구사해내는 그가 실제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큰 기대가 된다는 것이다. 3월 3~4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 전당음악당(02)2187-5656.

요즘 TV를 보면 재즈를 배경음악으로 쓰는 광고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확연히 감지된다. 마치 몇 년 전 상황을 보는 느낌이다. 여기에 거물들의 내한 공연까지 끊일 줄 모른다. 하나의 뉴 트렌드 정도로 받아 들여졌던 재즈가 이제는 안정 궤도에 접어든 것이다.

입력시간 2003/03/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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