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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 동교동계, 다시 뭉치나?

권노갑 컴백 시사 등 심상찮은 움직임, '딴살림' 가능성도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친다?

국민의 정부가 끝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직계세력인 동교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이미 김 전 대통령이 일찌감치 동교동계 해체 의사를 표명했고, 16대 대선을 치르면서 친노와 반노, 탈당 등으로 나뉘며 지리멸렬의 길을 걸었지만 정작 DJ가 사리진 정치무대에서는 '그들만의 재결속'이 조용히 모색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이제 막 출범했고 민주당 한화갑 의원이 대표직을 사퇴한 시점에서 외형상 결속력으 급격히 떨어져 보인다. 또 신 주류의 기세는 날로 드높아 지지만 신정권과 당내의 주요 보직자 중 동교동계이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한때 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단 '실생부'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것 같아 구 주류의 운명은 풍전등화같은 신세다.

하지만 총선이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왔고 호남 민심은 여전히 친 DJ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16대 대선에서 90%가 넘는 표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던졌지만 그 이면에는 노 대통령의 개인 지지와 친 DJ 및 친 민주당. 반 이회창 및 반 한나라당의 표심이 교묘히 결합한 민심이 있었다. 딱히 노 대통령의 개인 지지표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김 전태통령의 퇴임이후 호남민심은 그에 대한 향수와 함께 일정 부분 상실감에 젖어 들고 있다. 민주당 후보를 통해 사실상의 정권 재창출을 이뤄냈지만 영남 출신 대통령이란 점, 또 DJ 정권의 적자이던 동교동계가 찬밥신세로 전락한 점 등은 알 수 없는 허탈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복잡한 정치적 환경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은 어느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와중에 나온 동교동계의 맏형이자 DJ정부의 2인자였던 권노갑 전의원의 정치재게 발언은 정가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동교동계의 움직임에 별다른 특이점은 눈에 띄지 않는다. 잡음이 나올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일상적인 모임마저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동교동계로 보면 생존이 걸린 문제다. 신주류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이들의 정치적 행보는 더욱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가깝게는 특검제가 도입될 경우 자칫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주군'인 김 전대통령을 보홓하기 위해서라도 명분으로 이들의 재결합이 시도될 수 있다.


권노갑 컴백, 동교동 헤쳐모여 신호탄?

권노갑 전 의원은 DJ의 퇴임 1주일을 앞둔 2월 18일 한 언론사와이 인터뷰에서 정치재계 의욕을 강하게 내비쳤다. 권 전의원은 정계은퇴설에 대해 "정치는 계속해야지 왜 그만두냐"며 "억울하게 쓴 누명을 벗고 명예회복을 위해 내년 총선에서 서울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제할 수 없는 울분으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다"며 그간이 심경을 밝힌 뒤 "비롯 김 전대통령이 동교동계 해체를 언급했지만 우리가 걸어온 하나의 행동이나 역사적인 소명의식에서 보더라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 전의원의 측근인 이훈평 의원도 "(권 전 의원이) 없는 죄를 뒤집어 쓰고 국민에게 부패정치인으로 낙인찍혀서 인생을 마감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고 거들었다.

그의 움직임은 평소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나도 정치를 그만 할 것"이라던 정계은퇴 의사를 번복한 것일뿐 아니라 DJ의 '동교동계 해체'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으로 비춰진다.

또 동교동계를 재규합하면서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다 한화갑 의원이 대표직을 내놓기 전 신주류를 겨냥해 "개혁 독재를 우려한다"며 역공을 가하는 등 동교동계가 그간의 수제적 입장에서 벗어나 반격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도 권 전 의원의 행보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소위 쇄신파 의원들이 '국정농단'을 운운하며 권 전 의원을 몰아붙였지만 아무 증거도 내놓지 못했고 단지 한나라당 주장을 옮긴 것에 불과했다"면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면 선거에 나가서 심판받든지, 아니면 특수검사를 해도 받겠다는 게 그의 생각" 이라고 기세를 높였다.

대권주자 옹립을 놓고 갈등 관게에 있었던 한화갑 의원은 "그동안 안부인사만 해왔고 정치적인 문제는 얘기해보지 않아서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찾아 뵙고 얘기를 나눠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경우에 따라선 권 전 의원과 행동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동교동계 의원들은 대부분 권 전의원의 '누명'에 대한 명예회복을 바라는 절박한 심경은 이해하겠지만, 최근 정국에서 정치재개 행보가 예기치 않은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우려스럽다는 표정이다. 김옥두 의원 등 대표적인 동교동계 의원들도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입조심을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권 전의원이 사전에 주변 사람들과 상의한적도 없고, 이런 움직임은 동교동계 전체와는 무관한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탈레반'으로 비유되는 신 주류의 서슬퍼런 칼날을 염두에 둔 발언이겠지만, 속마음 만큼은 은근히 화려했던 과거륽 반추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자고 있다.


한화갑 전 대표, 어찌하오리까?

민주당 구 체제의 마지막 대표인 한화갑 의원은 2월 23일 "새롭게 등장하는 역사의 주역들에게 당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한다"며 대표직을 사퇴했다.

그는 ""대표직 사퇴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만류하신 분들의 우려와 애당심은 깊이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표직 사퇴로 당내 분열과 갈등이 치유되고 개혁과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일이라도 어찌 마다하겠느냐"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민주당의 개혁은 합리적인 개혁이어야 하고 함께 가는 개혁이 돼야하며 개혁주체의 외연은 넓히되 개혁 대상은 분명히 해야 국민도 함께 갈 수 있다"고 신 주류에 대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한 의원은 일단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한미정책포럼을 'US-ASLA 네트워크'로 확대하기 위해 3월중 중국과 일본을 방문한 뒤 자서전 집필에 몰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민주당에 대한 단결과 화합을 강조한 퇴임사를 밝혔지만 그의 표정은 시종 굳어 있었다. 대동한 의원없이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된 퇴임 기자회견에서 그는 "노 당선자와 통화한 적도 없고 김원기 고문도 만난적이 없지만 신정부 출범 이전 사퇴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퇴서를 낸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자진해서 대표직 사퇴서를 냈지만 서운함과 울분같은 속내가 곳곳에 묻어나 있다. 그간의 행로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 의원의 현재 심경을 유추할 수 있다. 그는 사퇴 직적 "요즘이 정치인생에서 가장 치욕스런 시기"라고 말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름 떼처럼 모여들던 측근들은 불이익을 당할까봐 피하고 당무의원 한명도 뜻대로 임명하지 못했다.

2월7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대북지원 문제를 놓고 국회에서의 초당적 해결을 민주당 신 주류와 한나라당에게 주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는데 모처럼 의지를 표명했다"며 "유배지 같은 대표실…"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17일에는 신주류를 겨냥해 참고 참았던 폭탄급 발언을 내뱉었다. 의총에서 한 의원은 "당을 제대로 하고 그렇지 않다면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알아서 가라"며 분당을 각오한 듯 폭탄선언을 했다. 그는 또 "기득권을 무시하고 빼앗는 식의 개혁은 안된다"면서 "당 개혁안이 누구의 안이고, 의도가 뭔지에 대해 말들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발 더 나아가 "우리 당은 당원끼리 비난하고 증오하는 기류가 숨어있다"며 "당은 당대로,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당선자는 당선자대로 국가적 대사가 터져도 함께 모여서 이야기할 자세가 안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예기치 못한 공세에 신주류측은 개혁신당론으로 맞서면서 한 대표의 조기 사퇴를 주장했다. 분당 위기까지 치닫던 신·구세력의 갈등은 일단 한의원의 대표직 사퇴와 노 정권 출법으로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하지만 언제든지 폭발할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이런 갈등은 결국 신주류와 한 의원과의 새로운 관계설정에서 비롯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내부 불만이 커질대로 커진 구 주류와 이런 구 주류를 청산 대상쯤으로 치부하는 신 주류와의 치열한 줄다리기 속에 한 의원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신구 갈등의 폭발 여부, 즉 동교동계의 재결합 여부를 가리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신 주류, "밀어붙여" vs "천천히…"

동교동계 중심의 구 주류 압박에 대한 신 주류 측 입장도 크게 양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야 내년 17대 총선에선 승리할 수 있다는 강경파와 호남민심을 염두에 둔 속도조절론을 내세우는 온 건파가 있다. 온건파의 생각에는 자칫 이들을 몰아붙여 구 주류가 집단 탈당하거나 대거 무소속으로 내년 총선에 뛰어들 경우 예상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단 민주당의 강경기류는 신기남 의원 등 소장파 그룹에 의해 형성되고 있지만 노 대통령 의중에는 갈등봉합론이 우선시되는 것 같다. 문희상 비서실장은 "구 주류 입장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예로운 마무리가 현안중의 현안"이라며 구 주류의 입장을 슬쩍 거들었다.

대북송금 문제가 당내 분란으로 엉뚱한 방향으로 처리될 경우 새 정부에 심각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유인태 정무수석도 최근 신주류 모임에 참석해 이들의 일방통행식 당 개혁안에 대해 우회적으로 양보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노 대통령 측은 '여차하면 딴 살림 차릴 수 있다'는 식의 신·구 갈등을 불식하면서 신주류측과 개혁안 호흡 조절을 도모하는 한편, 구 주류 측과도 개혁안 호흡 조절을 도모하는 한편, 구 주류 측과도 물밑 접촉을 통해 당내 화합을 중재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권노갑-한화갑 등 전 현직 의원으로 이어지는 동교동계의 재결합과 함께 노 대통령에게는 악몽 같았던 '지역정치의 부활'로 귀결될까 하는 우려가 짙게 배어있다.

입력시간 2003/03/0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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