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서소문동 부추밭

봄 기운 가득, 부추 한입에 힘 '불끈'

각종 기업체의 사무실이 몰려 있는 서울의 대표적 오피스 타운인 종로구 서소문동. 점심시간이 되면 이 일대는 한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몰려나온 직장인들로 어수선해진다. 서소문에는 이들을 겨냥한 음식점들이 많이 몰려 있는데 내놓은 요리도 각양각색, 맛 또한 천차만별이다.

점심시간 무렵이 되면 이들 음식점 간에 고객유치를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이들 중에는 맛집으로 소문난 집들도 많아 손님들 또한 점심메뉴를 선택하는 일이 쉽지 만은 않다.

춘추전국시대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이 곳 서소문동 식당가에 20여 년의 세월을 한가지 메뉴로 지켜온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부추비빔밥으로 주변 직장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부추밭이 바로 그 곳이다.

부추밭은 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 이름처럼 소박함이 느껴지는 식당이다. 실내는 그리 넓은 편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깨를 맞대고 먹어야 할 만큼 좁지도 않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던 내부는 얼마 전 인테리어를 바꾸고 깔끔하게 새단장을 했다. 그 탓에 오래된 식당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은 다소 사라졌지만 입소문을 탄 음식 맛만은 변함없이 그대로이다.

이 곳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의 가짓수는 그리 많지 않다. 부추비빔밥과 부추전 등 부추가 들어간 음식과 계란말이, 김치전, 한치무침 등 너댓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다양한 메뉴를 내놓는 인근 음식점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이 집은 부추비빔밥 한가지만으로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맛있는 집으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추비빔밥이라니, 소문난 집의 음식치고는 너무 소박하지 않은가. 갖가지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이렇다할 특색 없는 음식을 주력 메뉴로 내세우니 의아할 수 밖에. 그렇지만 이 집의 부추비빔밥을 한 번 먹어보면 의구심은 일순 사라지고 그 맛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음식을 주문하면 검은깨와 계란이 올려진 밥과 부추, 무생채, 콩나물 등의 야채가 그릇에 따로 담겨 나온다. 밥이 담긴 그릇에 야채를 듬뿍 올린 후 새빨간 고추장을 넣고 비빈다. 한 숟가락 듬뿍 담아 입안에 넣으면 부추의 싱그러운 맛과 향이 입 안 가득 전해져 온다. 흡사 봄기운을 한 조각 베어 물은 느낌이다.

여기에 무생채의 새콤달콤한 맛과 고추장의 매콤한 맛이 더해져 겨울 추위에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살려준다.

부추는 자양강장의 효과가 탁월해 남성들에게는 정력을 끌어 올려주는 보양제의 역할을 하는데 이를 알고 있는 남자 손님들은 부추를 듬뿍듬뿍 넣는단다. 또한 부추는 소화가 잘돼 여성들의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그래서인지 이 집에는 젊은 여성들의 발길 또한 잦은 편이다.

부추비빔밥을 시키면 새우, 조개, 느타리버섯 등이 들어간 해물된장찌개가 따라 나온다. 비빔밥에 콩나물국 같은 멀건 국물이 나오는 여타의 집들과는 달리 이 곳에서는 좀 더 신경을 써 해물된장찌개를 내놓는 것.

이 곳의 해물된장찌개는 상큼한 부추비빔밥의 맛을 살릴 수 있도록 짜지 않고 맑게 끓여 내는데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상큼한 부추비빔밥에 시원한 해물된장찌개의 맛이 더해지면서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는 특별한 맛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덧붙여 케첩과 겨자 소스로 버무린 양배추를 얹은 계란말이를 한 접시 곁들이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 메뉴 부추비빔밥(해물된장찌개 포함) 5,500원, 계란말이 6,000원, 부추전 7,000원, 김치전 6,000원, 한치무침 15,000원.


▲ 찾아가는 길 1, 2호선 시청역 8번 출구에서 삼성빌딩 방향으로 가다 나오는 첫 번째 골목 내에 위치. 02-755-9460


▲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명절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

손형준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3/03/07 15:50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