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춘래불사춘의 한국경제

소생의 계절 춘삼월이 열렸다.

부산 연제구에는 어느덧 봄을 알리는 벚꽃이 활짝 핀 채 경칩(3월6일)을 예고하고 있다.

겨우내 집권 5년을 준비해온 노무현 ‘참여정부’가 출범해 첫 내각을 구성한데 이어 후속 인사를 마무리하고 본격 항해에 나설 태세다. 하지만 따스한 봄 볕을 시샘이라도 하듯 꽃샘 추위는 벗어놓은 외투가 그립도록 우리 일상 속으로 파고든다.

게다가 경기가 최근 급속도로 꺾이면서 꽃샘 추위는 우리 경제의 한 복판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내수와 소비 위축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고, 최근 들어서는 투자와 생산까지 뒷걸음질 쳐 무역수지가 연속 2개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뿐인가. 유가상승 등 물가 비상의 적신호를 알리는 미국-이라크 전 임박 소식과 북한 핵 위기 등은 경제의 불확실성만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인지 봄날을 맞는 김진표 경제팀은 새 출발의 여유를 가질 틈도 없이 긴박하기만 하다. 경제부처 장관들은 임명장을 받은 다음날 즉시 간담회를 갖고 석유수입 부과금 추가 인하 등 유가 안정을 위한 2단계 비상조치를 마련했다.

수치상으로도 우리 경제는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연이어 적자를 기록한 무역수지에다 수출과 함께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맡는 설비투자는 17개월 만에 최저수준(마이너스 7.7%)으로 곤두박질쳤다.

당연히 생산은 둔화하고 실업률도 높아져 10개월만에 최고치(3.5%)를 기록했다. 여기에 국제 원자재값 상승으로 공공요금과 기름값은 올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8개월 만에 최고치(3.9%)로 치솟았다. 기업들의 체감경기(기업경기조사ㆍBSI) 위축 등 어려운 대내외 경제상황으로 경제팀은 초기 출범부터 따뜻한 봄날을 즐기기 어려운, 시험대에 들어섰다.

그러나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여전하다. 증시 투자자들의 표정에서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연초부터 비틀거리던 주가가 600선 아래로 곤두박질 치면서 3월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벗어 던질 출발시점이 될 지, 오히려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는 초입이 될 지 궁금하다.

투자자들에게 봄은 아직도 멀리 있는 느낌이다. ‘봄 날은 둘러 둘러 온다’는 옛말처럼 따스한 봄 햇살에 드리워진 경제의 깊은 골은 깊지만 우리 경제의 봄날도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장학만기자

입력시간 2003/03/10 10:22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