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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식 파격인사] 康 "검찰, 내버려두지 않겠다"

法·檢 이원화로 법무문민화 천명

노무현 정부 초대 내각명단이 발표된 2월 27일 오후 5시 과천 법무부 청사 현관. 정상명 기획관리실장 이하 법무부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장사진을 친 가운데 검은색 중형 세단이 멈춰 섰다. 자그마한 몸집의 40대 여인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정 실장이 깍듯이 머리를 숙였고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헌정사상 초유의 ‘여성 법무장관’ 강금실씨가 법무부에 ‘입성’하는 순간이었다.


후배에게 고개 숙인 검찰 수뇌부

이날 장관 취임식에는 수도권에 근무하는 검사장 20여명이 도열했다. 김각영 총장은 취임식전 장관실에서 5분 정도 강 장관과 상견례를 가졌다. 사시 12회의 김 총장은 23회인 강 장관보다 11회 선배.

검사장 중 가장 아래 기수인 홍석조 사법연수원 부원장(18회)도 5회나 선배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들 검사장은 그러나 ‘신임 장관님께 경례’라는 구호에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들 모두 수 십년 검사생활을 하면서 후배에게 고개를 조아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단상에 올라선 강 장관의 목소리는 낮지만 단호했다. 그는 “검찰과 전혀 무관한 저를 장관에 기용한 것은 새로운 변화의 시도이며 검찰 개혁이 최우선과제로 떠오른 시대에 종전의 관행에서 벗어나 법무부의 문민화 시대를 열자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임명 과정에서 표출된 검찰 내 반발기류를 의식한 발언이 그 뒤를 이었다. “저의 임명이 파격인 것은 잘 알고 있다. 마음속으로 당황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제가 성공하는 길만이 땅에 떨어진 검찰의 권위를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권위는 다시 회복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생각을 버리고 헌신해 달라.”

날이 선 취임사가 진행되는 동안 기침소리 하나 새 나오지 않을 만큼 긴장한 수백명의 검사들을 뒤로 하고 강 장관은 또박또박 식장을 걸어나갔다.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던 법무장관 취임식의 ‘전통’은 생략됐다. 비서실 관계자는 “행사를 간소화하라는 장관의 주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여럿 다치겠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법무부 문민화 & 서열파괴

강 장관이 몰고 올 법무-검찰 조직의 변화는 그의 임명만큼이나 파격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강 장관의 인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법무부를 검찰청에서 독립시키겠다. 지금까지는 검찰이 법무부를 장악해 검찰부 소속 법무부로 돼 있었다”며 법무-검찰 이원화를 천명했다.

이른바 ‘법무부의 문민화’다. 강 장관이 이튿날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법무부의 문민화라는 명제 아래 차츰 전문 행정관료로 대체해갈 것”이라며 “당장 실행하기는 어렵겠지만 검사가 맡아야 할 부분은 계속 검사에게 맡기되 다른 전문가가 맡아야 할 영역에는 외부에서 전문가를 모실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무-검찰 이원화론은 강 장관이 이전에 몸담고 있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온 주장이다. 골자는 관리 감독을 위한 최소한의 검찰 관련 기능을 제외하고 법무부내 검찰 조직을 대폭 축소한다는 것.

지금까지 법무부는 사실상 검찰에 의해 ‘접수’돼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검찰국 기획실 법무실 보호국 출입국 교정국 등 법무부 산하 6개 실ㆍ국 가운데 출입국과 교정국을 제외한 4개 실ㆍ국장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다. 엄밀히 말하면 검찰국을 제외한 나머지 실ㆍ국은 업무 성격상 굳이 검찰이 맡아야 할 이유가 없으며, 검찰국 자체도 인사 등 최소 기능만 남기고 검찰수사에 대한 지휘ㆍ감독 기능은 없애는 등 조직을 슬림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원화론의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법무부 파견검사가 현재 56명에서 20명 안팎으로 줄고, 4개 실ㆍ국장 자리도 외부 인사나 차장검사급 이하 검사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 입장에선 당장 검사장 자리 4곳이 비게 된다는 점에서 이만저만한 출혈이 아니다. 게다가 검찰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던 검찰국장의 입지가 현저히 축소되면서 검찰 인사에서 장관의 의중은 거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취임식에서 ‘인사권을 통한 검찰권 견제’와 ‘서열파괴 인사원칙’을 언급한 강 장관은 3월3일 고검장급인 법무차관에 일선 지검장조차 지내지 않은 사시 17회의 정상명 기획관리실장을 임명,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명노승 현 차관(사시 13회)에서 무려 4회를 뛰어넘은 파격인사.

강 장관은 “(정무직 차관은) 승진 개념의 인사가 아닌 만큼 선배들이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현장의 느낌은 다르다.


코너에 몰린 검찰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 분위기는 한마디로 흉흉하다. 이번주로 예정된 검사장 인사에서 서열파괴 원칙이 적용돼 진급에서 탈락하거나 후배보다 뒤쳐진 검찰 간부들의 반발, 이에 따른 조직 동요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리보전이 어렵다고 판단한 간부들 중 일부는 자진해서 사표를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앉아서 욕을 당하느니 알아서 나가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전대미문의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검찰 안팎에서는 ‘폭탄선언설’이 풍문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고검장급 간부 중 한명이 사표를 내면서 ‘일방적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질타하는 회견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일선 검사들도 전전긍긍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지검의 한 평검사는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 인사는 큰 동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검사는 “능력을 판단할 기준이 없는 만큼 인사 불이익을 당한 사람들이 승복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반발기류가 결국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차라리 장관 임명 때 문제를 제기했다면 모를까 인사 불이익을 이유로 반발한다면 그것이 무슨 명분이 있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입력시간 2003/03/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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