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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가 사는 법] 동성애자 이해솔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은 불과 10년 전이다. 해서 아직까지 동성애자라고 하면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사람으로서 세인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거나 꺼려지는 대상이다. 심하게는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 ‘왕따’가 된다. 그러나 누구도 그 혹독한 비난의 미약한 근거나 부당함에 대해서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27세에 커밍아웃을 하고 동성애자들의 단체 ‘끼리끼리’의 회장을 맡았으며, 현재 동성애자들의 합작 회사인 ‘딴생각’을 운영하고 있는 이해솔(35)씨.

그녀는 30대의 레즈비언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전면에 내걸고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동성애에 대해 갖고 있는 호기심과 의혹의 일단을 풀어보자.


특별할 것 없었던 어린시절

_대체 어떤 사람이 동성애자가 되는 것이며, 일반인들과 무엇이 다른가. 특히 어릴 적부터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은 아닌가.

“보통 그렇게 생각하죠. 게이나 레즈비언은 어릴 때부터 뭔가 달랐을 것이다, 혹은 특별한 과거(성폭력이나, 강간 등)가 있을 것이다 하고. 또 언론에 특별한 것들이 많이 부각이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 경우는 전혀 특별할 게 없어요.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9남매 중의 막내로 의젓한 편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으니까요. 내면적인 특별함이라하면 보통 이반(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의 통칭)들이 겪는 것처럼 청소년기 때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이성에 대한 호감보다 동성에게 호감이 쏠린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니까요.”

_중ㆍ고교 시절, 여학교에서는 남성적 이미지를 가진 아이들이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 이반들에게 과연 그 정도의 선을 넘는 무엇이 있나.

“흔히 문화적으로 청소년기에는 누구나 한번쯤 동성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냐는 걸로 동성애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데, 청소년기에 동성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 동성애자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저 역시 청소년기의 제 성 정체성이 평생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언젠가는 나도 남자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여겼어요.

모든 이반들이 그렇듯 저 역시 그렇게 10대를 보내고, 20대를 거치면서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요. 그러니까 누구도 어느 한 순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또 반드시 남성적인 아이를 좋아하게 되는 것도 아니죠. 저 자신도 활동적인 면과 세심함을 같이 갖고 있고, 성역할을 부여하기보다는 상대의 개성을 좋아하는데, 그게 동성이라는 거죠.

제 경우, 연애를 하면서 자기 확신이 들었는데 그 전에는 주로 동성을 짝사랑만 했어요. 대개 이반들이 동성에게 프로포즈하면 연인으로서의 딱지만이 아니라, 동성애자라는 비난까지 감수해야 되기 때문에 말 못하고 가슴앓이를 해요.

저 역시 그러다가 대학에서 같은 과 친구를 사귀는 동안 저의 일관된 성 정체성을 확인했어요. 바이섹슈얼이었던 그 친구에게 다른 남자가 생겨 떠날 때까지 6개월간이었는데, 그게 저의 첫 연애이자, 실연이었죠.(웃음)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그때는 처음이기도 했지만 세상에 동성애자가 나 외에 별로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동성애가 나 혼자가 아니란 걸 알죠.

킨제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0%라고 하는데, 제가 아는 자료로 유추해 숨어있는 동성애자까지 보면 우리나라에만도 백만명을 넘을 거예요.”


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싶었다

_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신하게 되기까지 실연의 아픔이 커 보인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는 것 자체의 고통도 클 것 같은데….

“이반들 중에는 자기 성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는데, 저는 오히려 반발심이 들었어요. 동성애를 성도착증이나 이상성욕으로 규정짓는데, 그 당시 난 섹스는커녕 키스나 어떤 성적인 행위도 해본 적이 없는데, 단지 동성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변태성욕자가 되고, 부도덕한 사람이 돼야 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당시는 대학입시에 더 집중할 때여서 조금 제쳐 놓았죠. 다만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내 정체성을 둘러싼 문제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해 보고 싶었어요.”

_현재도 동성애인이 있으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와 동성애자로 누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데 왜 굳이 커밍아웃을 시도했는가. 커밍아웃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프리랜서 방송작가로 일을 시작한 후, 한 동안은 일 때문에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못하다가 동성애자들의 단체가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죠. 95년 ‘끼리끼리’라는 단체를 직접 찾아가면서 동성애 커뮤니티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단체가 사무실도 없고, 레즈비언이나 게이문화도 없었죠. 누가 만들어주면 참 좋겠는데, 그건 나 아니면 누가 안 만들어줄 거 같았어요. ‘없는 것에 대한 욕구’가 컸고 결국 내가 필요하면 스스로 만들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부터 저를 드러내기 시작해 TV에 출연하면서 집에서도 알게 됐고, 집안이 한번 발칵 뒤집혔죠.

그러고 한 4년은 명절 때 집엘 안 갔어요. 지금도 명절에 가족이 다 모이면 남자와 여자가 다른 상에서 먹을 정도로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에 젖어있는 가족들에게 ‘동성애가 무엇이고, 나의 성향이 어떻다’는 걸 설명할 자신이 없었던 거죠. 특히 언니들은 제가 너무 힘들어 일시적으로 ‘나쁜 길’로 접어든 것으로 생각하고 저를 결혼시키려고 했어요.

하지만 8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끝내 아무 말 없던 큰 오빠(그녀와 27살 차이다)가 ‘너 편한대로 살아라’고 하셨어요. 동성애를 알진 못해도 동생의 삶이 걱정한 만큼 나쁘지도, 범법 행위인 거 같지도 않고, 여전히 혼자지만 잘 살고 있으니까요. 이젠 명절 때마다 가려고해요.(웃음)”


결혼, 동성애자에게도 권리

_우리는 언제나 사랑, 성, 결혼을 한 묶음으로 생각한다.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나. 그리고 또 현재 운영하고 있는 이반들의 회사 ‘딴생각’은 무슨 딴 생각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딴 짓을 벌일 생각인가.

“결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결혼이란 것이 너무 강제적인 시스템이라 거부감이 컸어요. 좀 억지로 산다는 느낌이 많죠. 그래서 현재의 결혼제도보다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성애자의 결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결혼제도가 좋아서가 아니라, 이성애자가 결혼제도를 통해서 혜택을 받는다면 동성애자도 그 혜택과 권리를 받아야 한다는 거죠. 누구는 할 수 있고, 누구는 할 수 없다는 건 차별이잖아요? 그리고 저 역시 나중에는 결혼할 것 같아요.

물론 동성이랑.(웃음) 전 심리적으로 남성보다 여자와 유대가 잘 되요.(웃음) 왜 우리 그러잖아요. 10명의 잘 생긴 남자보다 아주 털털한 1명의 여자가 더 편하다!(웃음)

그리고 ‘딴생각’은 5명의 동성애자가 합작해서 만든 회사예요. 이반들이 자신을 드러낼 경우 경제활동이 어려워져요. ‘딴생각’의 가장 절실한 바람은 동성애자가 자신을 드러내면서 입사할 수 있는 회사죠. 일차적으로 우리가 그 본보기이며 동성애자도 일로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걸 알리는 중심축이 되고 싶어요. 또 규모가 좀 커지면 일반인도 채용해 ‘이반’과 ‘일반’이 함께 일할 수 있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들고 싶어요.“

_혹시 가부장제에 대한 반발은 아닌가.

“전 개인적으로 프로이드를 무척 싫어해요. 동성애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할 때 프로이드는 그것이 부모의 영향이라는데, 정말 터무니없어요. 가부장제에 대한 반발이 나를 동성애자로 이끌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죠. 10명의 동성애자들이 모이면 각각의 환경이 다 다른데, 만일 그 전제가 옳다면 그 다양한 환경들 중에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 전혀 찾을 수가 없어요.”


동성애는 유행이 아니다

_한 가지만 더…. 요즘 10대들 간에 이반 문화가 유행이라는데….

“일단,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반갑구요. 그러나 언론에서 말하고 있는 ‘10대의 동성애 문화 유행’의 실체는 요즘 10대들이 만화를 좋아하는데, 만화매니아들 사이에서 야오이(동성애를 주제로 한 만화)를 모른다는 건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10대들이 야오이를 즐겨본다는 사실을 잘못 보도한 거죠.

그러니까, 야오이를 본다고 동성애자는 아니며, 엄밀히 말해 야오이 만화는 동성애 만화가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동성애는 절대 유행이 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지금도 여전히 동성애는 10대 또래 집단 안에서 자랑거리일 수가 없기 때문이죠.”

양은주 자유기고가 wayfar@hanmail.net

입력시간 2003/03/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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