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탐구] '상쾌한 미소' 김호진

과감한 이미지 변신, "할아버지 되어서도 배우로 남고 싶어"

쳐다보기만 해도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상쾌한 미소를 지난 남자, 김호진. 좋은 사람, 선량한 청년의 이미지를 가진 그가 사랑보다는 야망을 택한 냉혹한 남자로 변신해 세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2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KBS 새 일일연속극 '노란손수건'이 바로 그 화제의 드라마이다. 깔끔한 슈트 차림에 채 분장을 지우지도 못한 그를 촬영 현장에서 만났다.


"악역은 아니에요"

그는 '악역'으로의 변신이라고 하는 데에 대한 슬쩍 불만을 드러냈다. "분명 착하기만 한 인물은 아니죠. 하지만 그 캐릭터가 악역인지 아닌지는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거에요. 물론 지금까지의 이미지보다 날카롭고 강한 캐릭터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힘든 부분도 많아요."

그는 "이미지 변신이란 게 역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늘 같지 이미지를 지키면 식상하다거나 지루하다는 말을 듣고, 새로운 이미지로 바꾸려 하면 갑작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대중 앞에 서는 연기자로선 그 어느쪽을 고집하기도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노란 손수건'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는 뜻이다.

"얼마 전 사석에서 전원주 선생님을 만났어요. 잘 맡았다고 그러시더라군요. 잘 해내든, 그렇지 못하든 한번은 해봤어야 할 연기가 아니냐고, 몰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특히 저희 장인어른과 그 친구 분들이요(웃음). 저희 장인어른이 산악회 활동을 하셔서 친구 분들이 저희 결혼식에도 많이 오셨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제가 맡은 역을 보고 너무 실제와 달라서 힘들지 않겠냐고 걱정들을 해주셨대요. 어른들께서는 제가 그저 착하고 듬직하게만 보이시나 봐요.(웃음). "

하지만 연기자로서는 자신의 이미지가 지나차게 굳어진 것에 대해 불만이 없을리 없다. "물론 저 역시 제 이미지가 짐스럽고 부담스러울 때가 있죠. 특히 작품을 기획할때부터 '쟤는 못 할거야. 이미지가 아냐'라는 고정관념으로 판단을 해버릴 땐 속상해요. 그래서 이번 기획에 더 잘해보고 싶어요. 김호진에게도 이런 면이 있다는 걸."

변신에 대한 그의 각오가 돋보이는 드라마 '노란 손수건'에서 그의 상대역을 맡은 여배우는 추상미와 이태란이다. 맡은 캐릭터만큼 보이는 이미지 또한 정반대인 두 여배우를 그는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놀랐어요! 태란이는 특히 그때 그때의 상황과 느낌을 너무 잘 표현한다고 할까요? 눈물 연기가 진짜 굉장하더군요. 상미는 대본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게 빠르고 정확해요. 서로 상반된 스타일답게 연기하는 것도 다르지만 팀워크 하나만큼은 끝내주죠.(웃음)"

일일드라마의 타이틀롤을 맡으면 아무리 편한 마음을 가지려 해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같은 시간대에 상대 방송사에서 하는 드라마는 줄곧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지 않는가.

"한가지만 말씀 드릴게요. 시청률 1위를 하는 드라마를 상대하는 드라마를 만든다고 할때 방송사나 연기자가 스태프들이 얼마나 공을 들이겠어요? 열성과 노력으로 만든 드라마인 만큼 그 정성을 시청자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자신해요. 노란 손수건, 분명히 성공한다니까요!"


'노란 손수건' 분명히 성공할 것

그는 아주 어렸을때부터 TV를 좋아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TV에서 본 영화 '길'과 '혹성탈출'이 준 문화적 충격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아마 그때부터 연기자를 꿈꾸게 되었던 것 같다고 했다.

연기자의 꿈을 이룬 뒤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 가운데에도 어느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

"음…. 일단은 KBS 미니시리즈중에 '희망'이라는 작품을 잊을 수 없어요. 여러 선배 연기자 분들하고 함께 작업하면서 진솔한 연기가 무엇인지 체득할 수 있었던 작품이니까요. 아마 그 작품 때문에 지금의 김호진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노란손수건'의 감독이신 김종창 감독님하고 함께 했던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란 단막극도 잊을 수 없죠.

그 작품에서 처음으로 아주 못된 역을 맡았거든요. 그 연기 덕분에 '내가 사는 이유'란 작품에 캐스팅 됐고 거기서 껄렁껄렁 한 양아치 역을 맡을 수 있었죠. 지금도 그 작품에서의 김호진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 역시 잊을 수 없는 드라마 중 하나이구요."

훗날 또 한편의 잊을 수 없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는 '노란 손수건'은 기다림과 사랑, 희망을 상징한다고 했다. 그가 지금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로또 1등 당첨이요!!(웃음). 농담인거 다 아시죠? 일단은 40년, 50년 후를 기다리고 있어요. 70, 80세가 되어서도 브라운관에서, 영화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김호진의 모습, 기대되지 않으세요? 개인적으론 물론 사랑스런 2세를 기다리고 있죠. 하하하!!"


"내 얼굴에 '행복'이라고 써있지 않아요"

김호진. 그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온 국민이 알아주는 공식 유부남'이다. 물론 그의 아내는 '공식 유부녀'인 탤런트 김지호. 워낙 연예인 부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지대한 터라 그에겐 연예인 부부로 사는 것에 대한 단상을 들어보았다.

"결혼하기 전엔 사실 연예인 커플에 대해 별다른 의식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젠 더 잘해야 한다는책임감이 생겨요. 보는 눈들이 얼마나 많은지. 싸우고 싶어도 못싸운다니까요?(웃음) 사실 연예인 부부들도 일반인들처럼 사소하게 말다툼을 할 수 있고 부부싸움 끝에 포장마차 가서 소주 한잔 기울일 수 있는 거잖아요. 또 맨날 붙어 다닐 수도 없는데 떨어져 다니면 금세 파경이니 불화니, 말도 안되는 이야길 퍼뜨리니깐. 힘든 점이 많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힘든 거보다 좋은 점이 훨씬 많다는 것?!"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물었더니 그 특유의 커다란 미소로 대답한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말하기 힘들어요(웃음)!" 마치 좋은 건 꼭 감춰두고 혼자서만 간직하겠다는 소년의 표정이 듬뿍 담겨있다.

입력시간 2003/03/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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