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인내와 끈기의 땅, 사막의 진실


■ 절대를 찾아서
윌프레드 세시저 지음/이규태 옮김/우물이 있는 집 펴냄

영국인 모험가 윌프레드 세시저가 쓴 ‘절대를 찾아서’는 거대한 사막에 대한 보고서이자, 이 곳에 사는 베두인(사막의 유목민)들의 생활 풍습을 그린 아랍 여행기다. 원제목도 ‘아라비아 사막(Arabian Sands)’이다.

세시저는 1945년부터 1950년까지 오로지 걷거나 혹은 낙타를 타고서 아라비아 사막 남부지역 ‘엠프티 쿼터(Empty Quarter)를 탐험했다. 엠프티 쿼터는 사하라 사막 다음으로 넓은 ‘사막 중의 사막’. 예멘 국경에서 오만 산기슭까지 900마일, 아라비아 남부해안에서 페르시아만과 나지드 사막까지 500마일에 걸쳐 있다.

세시저는 서구 문명을 싫어했고, 아랍이 서구화하는 것도 싫어했다. 그는 사막이 강제하는 고난과 금욕, 그리고 그 곳에 숨쉬고 있는 따뜻한 동료애를 사랑했다. 자신이 탐험하며 작성한 한 장의 지도가 자기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경제적인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에게 잘못 쓰일까 봐 걱정할 만큼 사막을 사랑했다.

그것은 사막을 문명의 쓰레기로 채우는 일 일뿐 아니라 순수한 아랍인들의 영혼을 타락시키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사막은 ‘시간을 초월한 절대 문명이 숨쉬고 있는 곳’이었다.

세시저가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베두인(사막의 유목민)은 우리의 상식과는 딴판이다. 그들은 사람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무지한 야만인이 결코 아니다.

물론 사막에서는 약탈과 보복이 끊이지 않는다. 공권력이 없는 대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칙이 사막을 지배한다. 보복은 폭력이나 모욕에 대한 복수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이런 개인적인 보복은 가족이나 부족 전체로 확대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대량 살륙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베두인들이 상대를 배려하는 인간애는 눈물겹다. 자기 몫이 많다고 고깃덩어리를 떼어 서로 다른 사람에게 주려다가 결국은 제비뽑기로 몫을 결정하는가 하면, 우물에 먼저 도착한 선발대는 목이 타들어가는 상황에서도 몇 시간을 기다려 후발대가 도착한 뒤에야 목을 축인다.

50년전 세시저가 여행했던 사막에는 이제 석유공장이 들어서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들여 온 쓰레기들이 가득하다. 당시 세시저가 함께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베두인은 혹독한 고난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발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현대의 편리한 생활에 젖어 든 요즘의 베두인들은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 세시저는 “베두인들의 도덕적 몰락에 비하면 물질적 오염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안타까워 했다. 사막을 버리고 도시로 간 베두인들은 그들의 관용과 용기, 인내와 끈기도 함께 버렸는 지 모른다.

입력시간 2003/03/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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