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저지 '작전계획 5027'

'휴전'일뿐!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15일 평양에서 6ㆍ15 남북 공동선언에 서명한 후 “더 이상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선언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 수단으로 군사적 제재 카드를 꺼낼 기미를 보이자 “너무 나가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실 민족의 생존을 결단 내는 제2의 한국전쟁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쟁불가론이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한반도는 국제법적으로 휴전 상태일 뿐 아니라 전쟁 가능성이 엄존해 있는 지역이다.

한미연합사는 북한의 선제 공격과 우발적인 도발 등에 대비해 전쟁 시나리오랄 수 있는 ‘작전계획 5027(OPLAN 5027)’을 만들어 왔다.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작성, 1, 2년마다 갱신해온 이 작전계획은 물론 1급 군사 비밀이다.

최근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시큐리티(www.globalsecurity.org)가 바로 OPLAN 5027의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 사이트는 1차 북한 핵 위기가 발발했던 94년의 OPLAN 5027부터 현재 검토중인 2004년 판까지 6차례에 걸쳐 변화한 작전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98년 판부터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과 김정일 정권 붕괴를 위한 전면전 개념이 도입됐다는 사실이다.

또 9ㆍ11 테러 발발 직후에 만든 2002년 판에는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위한 대북 선제공격시 한국을 배제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큰 틀에서 ‘북한의 도발→방어→한미연합군의 대반격’으로 이어지는 OPLAN 5027을 재구성해 본다.


북한 도발- 30일만의 남한 장악 계획

북한의 기습 선제공격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북한은 포의 이동 없이 시간당 50만발을 수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발사, 한미 연합전력에 피해를 줄 능력을 갖고 있다.

북한의 대남 공격 시나리오는 크게 3단계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1단계로 비무장지대(DMZ)를 돌파해 한국의 전방 전력을 무력화하고, 2단계로 서울을 고립시킨 뒤 점령지를 확고하게 유지하며, 마지막으로 한미연합군의 잔여전력을 파괴하면서 한반도 남쪽 지역을 완전 장악하는 것이다. 북한은 30일 안에 한반도를 재통일하는 군사전략을 갖고 있다.

북한군은 개전 초기에는 재래식 무기만으로 서울 지역을 장악하려 할 것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포병 화력을 집중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90년대에 장거리포를 2배로 늘려 현재 서울을 사정거리 안에 두는 300여문의 170mm 곡사포와 200여문의 240mm 장사정포(MRLㆍ다연장 로켓 발사대) 등 모두 500여문을 보유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보면 북한군은 1분에 2,000~4,000발을 발사할 수 있다.

핵ㆍ화학ㆍ생물학 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미사일의 경우는 미국의 반격시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도발 초기부터 곤경에 처할 경우 미사일을 동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북한이 신경가스를 탑재한 50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서울 인구 1,200만 명의 38%(456만명) 이상이 살상될 수 있다.

북한은 포격전으로 한미연합군의 방어진지가 무너지면 지상군을 문산과 철원의 회랑, 동해안 지역 등을 통해 남하시키고 전술기를 동원, 한국의 공군기지를 초토화시키려 할 것이다.

북한의 지상군 병력은 보병 포병 기계화부대 특수부대 등을 합쳐 100만명에 달하며 170여 사단 및 여단으로 편제돼 있다. 북한군 전력 중 70% 이상(병력 70만, 대포 8,000문, 탱크 2,000대 이상)이 DMZ에서 160㎞ 이내의 지역에 주둔해 있으며 이 중 60개의 사단 및 연대가 평양-원산 라인 남쪽에 배치돼 있다. 또 북한군 전력의 상당 부분은 지하 시설에 들어가 있으며 전방 지역에만도 지하시설이 4,000여 곳에 달한다.

특히 전방에 배치된 4개 군단은 개전 초기 국군을 제압하는, 공격적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은 전차를 앞세운 러시아식 전격작전보다는 트럭 등을 통해 이동해 목표지역을 점령하는 전통적 보병전술을 구사할 전망이다. 선봉 부대들의 공격에 이어 806, 825 군단 등 기계화 부대들이 화력 지원을 할 것이다.

북한은 이와 함께 23개 여단, 18개 대대 편제를 갖춘 10만~12만 병력의 특수군 요원들을 소형 잠수정과 고속보트, 약 20개의 지하터널, 레이더를 피해갈 수 있는 저고도 항공기(AN2 등)를 이용, 육상 해상 공중으로 대거 수도권 등 후방지역에 침투시킬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제2의 전선을 구축해 한미연합군의 대응 태세를 교란시키는 것이다. 한미연합군의 통신을 두절시키는 한편, 지휘부 공격, 한미 고위 장교 암살, 정치지도자 납치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해군은 전투함 430여척과 잠수함 90여척으로 구성돼 있으며 잠수함의 60% 이상이 남방한계선 인접지역에 배치돼 있다. 북한은 또 미그 17, 19, 21 전투기와 IL28 폭격기 등 공군력의 40% 이상을 전진 배치, 서울 등 수도권 공습에 걸리는 시간을 6분대로 단축시켜 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방어- 제공권장악으로 기선제압

북한군의 도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은 크게 5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로 미군의 신속전개억제전력((FOD:Flexible Deterrence Option)을 한반도에 배치하고 ▲2단계로 서울 이북지역에서 북한군의 남침을 저지하고 북한의 후방시설 파괴하며 ▲3단계로 북한의 주요 전투력을 격멸하고 전선을 돌파해 북진하며 ▲4단계로 평양을 고립시킨 뒤 ▲5단계로 한국 주도의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다.

한미연합군은 방어에 주력하면서도 적의 주요지역의 탈환을 목표로 하는 공세적 방어를 지향할 것이다.

북한군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징후를 신속히 포착하고 선제타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연합군은 북한 지상군의 속전속결전에 대비, 주한미군의 U2 고공정찰기 등을 통해 북한군 전쟁도발 조짐의 조기 포착에 힘쓰고 있다. 조기경보체계는 90년대 10일이었으나 최근에는 2, 3일로 줄어들었다.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은 평상시에는 5 수준이지만, 위기가 높아질수록 4(잠재적 위협) 3(위협증대) 2(위협심각) 1(위협 절박)까지 높아질 것이다. 공군의 경우 한반도 방공망의 중추신경인 오산기지의 중앙방공관제소(MCRC)를 통해 적군기의 출격상황을 24시간 밀착 감시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되면 한미연합군은 미군의 조기경보통제기(AWACS)와 국군의 대포병레이더 AN/TPQ36, 37 등을 통해 240㎜ 방사포와 170㎜ 자주포 등 적 포병의 위치를 탐지, 포병과 헬기 및 공군력으로 대응보복 공격을 가할 것이다. 한미연합군은 개전과 거의 동시에 제공권을 장악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군의 SA-5 지대공미사일 등의 반격이 예상되지만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지하 방공호에 들어있는 북한의 포는 공격에 나서려면 밖으로 나와야 한다. 또 야간공격 능력을 가진 미군의 아파치 헬기는 방공호의 출구를 포ㆍ폭격, 대포를 밖으로 끌어낼 수도 있다. 또 북한 특수군의 침투 이전에 특수군 기지를 타격하거나 북한 함정이 이들을 상륙시키기 전에 침몰시키는 적극적인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다.

전쟁 초기 북한군의 집중포화와 기계화부대의 공격으로 방어선이 일부 붕괴되거나 적의 화력 집중으로 일시적으로 열세 국면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북한군의 기습적인 공군기지 및 레이더 시설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또 지상에 노출돼 있는 활주로와 격납고를 보호해야 한다.

북한군이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전장은 개성_문산, 금화, 철원 회랑을 중심으로 가로 125㎞, 세로 100㎞에 달할 것이다. 한미연합군은 DMZ를 기점으로 여러 개의 방어선을 구축해 놓고 있다. 특히 서부전선의 경우 적군이 한강 혹은 임진강 도하를 하지 못하도록 겹겹이 저지선을 칠 것이다. 북한군은 특히 제공권을 장악 당할 것이기 때문에 정찰기 출격에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가로 10㎞마다 1개 사단이 배치된 육군의 방어전략은 도로견부위주 종심방어전략 위주가 될 것이다. 이는 북한군이 공격해 올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도로변에 보병 포병 기갑 헬기 부대 합동으로 종심 깊은 방어진지를 구축해 북한군 전차 및 기계화 부대의 전진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육군은 155㎜ 자주포를 비롯한 대구경자주포와 장갑차를 집중 보강하는 등 전투력의 기동화에 주력했다. 주력 전차인 K1전차(88전차)의 주포도 105㎜ 강선포에서 120㎜활강포로 교체했다. 북한군이 기습공격할 경우 아군의 피해는 화학무기 등 병기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통상 지상군의 1% 미만에 그칠 것이다.

해ㆍ공군의 경우 한미연합군이 무기체계 등에서 북한군을 압도, 날씨 등의 영향이 없다면 조기에 제해권과 제공권을 장악할 것이다. 특히 일본 주둔 미 공군기, 괌과 미국 본토에서 24시간 내에 날아올 수 있는 B1 및 B52 폭격기들은 개전과 동시에 투입돼 북한의 목표물을 공격, 전세를 뒤집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 크루즈 미사일로 무장한 채 북한 먼 바다에서 순찰중인 잠수함이 즉각 전투태세를 갖고 5일 안에 하와이 진주만에서 추가적으로 잠수함이 도착할 수 있다.


대반격- 한ㆍ미 연합군 평양으로 진격

작전계획 5027은 기본적으로 북한군이 DMZ를 돌파하더라도 국군이 일정기간 서울 인근에서 버텨주는 것을 전제로 짜여져 있다. 국군은 개전 초기 5~15일 북한군의 공격을 저지해야 하고, 증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5~15일 동안 저지선을 사수해야 한다. 대반격은 방어 단계를 넘어 평양을 함락하고 체제를 교체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다만 한미연합군의 DMZ 돌파 및 북한 영내 진입은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반응 수준은 전적으로 미중관계와 미국의 의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개전시 미 본토 및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서 1~3일 안에 한반도에 배치되는 신속전개억제전력은 미 7함대의 1~2개 항공모함전투단, 스텔스 등 항공기 200~300대 규모의 10개 전투비행단, 2만여명의 1개 해병원정군 등이다.

한미 연합 해병대는 적 지역 후방 깊숙이 상륙, 역습과 역공을 통해 적진을 교란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미국은 90일 이내에 69만명을 증원하고 160척의 군함, 1,600기의 비행기를 한반도에 배치할 것이다.

미군은 우선 화력을 지원함과 동시에 공중을 제압하고 북한 영내의 깊숙한 지역의 전략적 거점에 대한 폭격을 가하고 보급선을 끊을 것이다. 한미연합군은 무기체계, 사기 등에서 북한군을 압도한다. 북한군의 최신식 무기는 91년 걸프전 수준이며, 대부분이 35년전부터 사용해왔던 것이다. 북한군은 또 식량 연료 부품 정비와 기타 병참지원 부족으로 훈련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군의 핵심적인 폭격은 본격적인 반격작전이 시작되기 전에 집중될 것이다. 미 해군 원정군과 82 공군공격여단, 남한 공군이 동해선상 등으로부터 원산과 평양 인근에 집중 포화를 가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한미 해병대는 원산에 대대적인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한편, 동ㆍ서ㆍ중부 전선의 육군도 총공세를 가해 두 주력군이 원산 혹은 평양에서 조우하게 될 것이다.

한미통합심리전 사령부는 공중을 통한 선무작전은 물론이고 별도의 전파 발사를 통해 우리측의 선무방송을 북한 전역에 방송하게 될 것이다. 작전계획 5027은 국군 주도하의 한반도 통일과 북한지역에 대한 점령정책을 폄으로써 막을 내린다.

입력시간 2003/03/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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