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만으로 북한 공격할 수 있다"

정세따라 변화한 >

작전계획 5027(OPLAN 5027)은 북한의 도발 등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군의 공동대응 전술로, 한마디로 ‘전쟁 시나리오’이다. 이 작전계획은 1994년 북한 핵 위기 당시 게리 럭 한미연합사령관 등이 작성했고, 이후 1년 혹은 2년마다 정세변화 및 북한군 동향 등을 고려해 갱신돼 왔다.

한미 양국은 이 계획을 갱신할 때마다 OPLAN 5027 뒤에 02 등 연도표시를 붙여 버전을 업그레이드 해왔다.

OPLAN은 Operation Plan(작전 계획)을 의미하고, 5027 중 5라는 숫자는 미국태평양사령부를, 027은 극동의 한반도를 뜻한다. 물론 이 계획의 전략적 목표는 전시에 북한을 완전 제압하는 것이다. 미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 시큐리티가 밝힌 시기별 OPLAN 5027의 주요 내용이다.


- 한국군 1개월만 버텨라

OPLAN 5027 94년 판의 특징은 한미 연합군의 원산상륙작전 감행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작전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군사력이 북한의 도발에 얼마나 지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은 비무장지대에서 20~30마일 가량 후방을 의미하는 피바 브라보(FEBA Bravo)를 약 1개월간 안정적으로 사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북한의 도발 개시일로부터 5~15일, 추가적으로 한미 연합군이 기동력을 갖춰 효과적으로 반격을 취할 수 있을 때까지의 15~20일 동안 저지선을 지켜야 한다.

1개월 후 미국으로부터 증원군이 도착하면 한미 양국은 함께 대반격을 개시한다. 물론 폭격기를 이용한 북한 공습은 한미 연합군의 반격이 시작되기 전에 감행된다. 미 해병사단, 82 공수사단은 한국군 정예사단과 함께 원산에 상륙하고 나머지 군대는 서울 북부로부터 평양지역 점령을 위해 북진을 개시한다. 결과적으로 이 작전은 원산 또는 평양지역에서 두 갈래로 갈라졌던 군대가 만남으로써 마무리된다.


- 일본의 전초기지화

북한과 미국간에 체결된 제네바 합의로 북한 핵 위기가 해소되면서 OPLAN 5027 96년 판은 94년 판과 달라졌다. 국제정세를 반영한 것이다. 96년 판의 특징은 북한의 전쟁도발 시 일본이 미군의 전초기지가 되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일본을 미군의 전초기지화 한다는 것은 한미 연합군의 대북 반격 시간을 대폭 줄이는 의미가 있다. 일본은 99년 ‘미일 방위협력을 위한 신가이드라인’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후방지역 지원, 수색ㆍ구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변사태법’을 제정했다.


- 징후포착후 선제공격

종전의 작전계획이 주로 북한의 도발을 막아내는 방어에 치중한 것인 데 비해 98년 판은 북한에 대해 좀더 과감한 공격작전과 함께 선제공격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미 국방부의 고위관계자는 “98년 판 작전계획의 최종 목표는 북한을 무력화해 김정일 독재체제를 종식시키는 것이며 한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게 한반도를 재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일 정권을 완전히 붕괴시키기 위한 전면전 작전 개념이 세워진 것이다.

98년 판에는 또 북한이 서울을 타깃으로 감행할 수 있는 생화학전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태세 구축을 우선순위에 뒀다. 북한이 신경가스를 탑재한 미사일 50개를 발사할 경우 서울 인구 1,200만 명의 38%(456만명) 이상이 살상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면전을 상정한 만큼 98년 판에는 북한군의 전쟁 기도가 포착되면 북한의 무기고 등 군사주요시설에 대해 선제공격을 감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94년 판에 등장했던 원산상륙작전이 한미 연합군의 군사력 분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보완도 이뤄졌다.

98년 판이 언론에 노출되자 북한과 미국간의 긴장관계가 극도로 고조됐다. 북한은 새로운 작전계획이 ‘북한침공’ 이라며 미국을 비난했고 북한군 대변인은 “북한은 미국의 북침에 대비하기 위해 엄청난 군사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 초기 공습으로 무력화

2000년 12월 4일 발표된 한국국방백서에는 “한반도에 전쟁이 시작되면 미국은 69만 군대를 증강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한반도 전쟁 발발시 미국 군대의 증강 추이는 1990년대 초반 48만에서 90년대 중반 63만으로 증가해 왔다. 국방백서는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이 90일 내에 69만 병력, 160개의 전함, 1,600 대의 전투기를 한반도에 추가 배치한다”고 밝혔다.

‘윈_윈(Win_Win) 전략’으로 불려진 2000년 판 작전계획은 현대적 무기로 중무장한 미국이 한반도 전쟁 시작 초기에 북한의 기간시설 공습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미국이 중동지역과 한반도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를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병력과 무기배치를 재검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한국 빼고 기습적으로 공습

9ㆍ11테러의 충격에 휩싸여 있던 미국은 2002년 판 작전계획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제거하기 위한 군사적 고려를 추가했다. 미국은 특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위해 한국 정부와 상의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북한을 공습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2002년 중반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측근들은 OPLAN 5027을 재작성하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핵태세검토(NPR)’ 등 선제공격론을 적용하는 차원에서 한국배제_대북 선제타격 계획이 추진됐다.

그러나 콜린 파월 국무장관, 토마스 파고 태평양사령관 등이 나중에 이 계획은 안 뒤 추가적인 논의를 막으려 했다.


- 탄도미사일 대응 조치 검토

현재 검토 중인 2004년 판 작전계획에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계획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북한의 대포동 등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들이 검토되고 있다.

우선 5개 알래스카의 포트 그릴리에 5개의 요격미사일 시스템이 2004년 말 혹은 2005년 초에 배치될 것이다. 또 해상에는 1~2대의 이지스함을 배치하고 공중에는 레이저 요격 체계를 갖출 것이다. 하늘 땅 바다 등 3곳에 북한 미사일 대응 체계가 구축되는 셈이다.

입력시간 2003/03/2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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