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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프레소] 여성 재즈보컬 '디디 브리지워터' 내한공연

온몸으로 연주한 황홀한 '音의 여신'

이시대 최고의 여성 재즈 보컬이 보여준 모습은 재즈의 생명력을 입증하는 현장이었다. 3월 5일밤 8시 LG아트센터에서 2시간 동안 펼쳐졌던 디디 브리지워터의 무대는 그녀는 왜 그래미가 두 차례나 인정한 최고의 재즈 보컬인지, 왜 재즈가 결코 죽은 음악이 아니라 당대와 긴밀히 조응하며 부단히 변신하는 예술인지를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이날 장내를 가득 메운 800여명의 국내외 관객들은 무대가 좁아라 뛰어 다니는 그녀의 모습에서 재즈는 결코 살롱에 모셔둘 음악이 못 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무엇보다 객석을 향애 무차별 난사되는 현란한 스캣(scat)을 인간의 목소리가 왜 악기보다 월등한가를 입증해 보였다. 요컨대 그녀는 재즈의 즉흥성을 동물적 본능으로 구현해 보였다.

그녀는 펑크 록 보컬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몸에 꽉 끼는 붉은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기대를 슬슬 배반하기 시작했다. 단아한 모습으로 정통 재즈의 명곡득을 열창하는 세계 최고의 보컬은 그 자리에 없었다. 인도풍으로 합장을 하더니 허리르 깊숙히 굽혀 한국 팬과의 첫 인사를 하고 난 그녀는 곧 공연에 들어갔다.

명반 '엘라에게'의 발매를 기념하는 자리였다.

피아노에 한 팔을 걸치고 '귀여운 달빛이 당신에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막을 열 때만 해도 단아한 재즈 보컬의 모습이었다. 그러다 곧 일어서더니 세 반주자 사이를 오가며 스캣을 마구 퍼붓는데, 이를테면 그것은 이제 본 게임이 시작된다는 신호였던 셈이다.

이날 인상적이었던 것은 세 반주(피아노, 베이스, 드럼)와 호흡을 맞춰가는 모습이었다. 자산의 스캣으로 세 악기를 흉내 냈다. 때에 따라서는 색소폰이나 트럼펫이 되기도 했다.

즉, 그녀는 스캣을 할 때마다 자신이 흉내내는 악기를 연주하는 제스처를 함께 구사, 자신의 스캣이 곧 악기임을 강력하게 암시했던 것이다.

이와 함께 자신의 풍만한 히프를 치거나 몸을 비꼬는 등 온몸을 써가며 노래한 그녀는 자신의 몸 전체가 곧 악기임을 공연내내 증명해 보인 셈이다. 콘트라 베이스 옆에서는 가장 낮은 음에서 최고음까지 올라가는 모습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식이었다.

디디는 인성의 최대치를 구현하고 있었다. 고즈넉하게 발라드를 부르는가 싶더니 어느새 야성적 목소리로 돌변하는 그 현란함은 재즈 보컬의 이상이었다. 와와 뮤트를 단 트럼펫의 요염한 소리가 날카롭게 파고드는 '별로 오르는 계단'에서 드럼의 브러쉬는 역삼동의 밤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스캣에 악기들이 살아 오더니, 관객의 박수까지 딸려 갔다. 공연 중 무대 맨 앞 중간에 자리 잡은 그녀는 스캣의 분위기를 바궜다. 멜로디 보다는 리듬에 치중한 스캣이 한동안 계속되자 객석은 차츰 그 뜻을 알아 차렸다.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라는 부탁이라는 것을, 홀전체에 흥겨운 박수가 따랐다.

공옥진의 병신춤이 자꾸만 연상됐다. 공옥진의 몸짖처럼 디디의 노래 역시 현란한 모노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사지와 얼굴을 뒤틀고 꼬며 못난 인간의 오욕칠정을 가감 없이 표현해 낸다면, 디디는 별의별 악기 소리를 음절화 해내는 스캣으로 희로애락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것은 재즈의 어법을 빌린 한판의 연극이었다. 이 같은 연극성은 그녀가 한때 뮤지컬 배우였다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일견 분방하게 비칠 법한 그녀의 무대는 결코 제멋에 겨운 자유의 현장은 아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엄격한 재즈의 수업을 거쳐냈다. 어릴 적부터 엘라 피츠제럴드의 무대 등 진짜 재즈맨들의 무대를 바로 옆에서 지켜 보며 잔뼈가 굵은 그의 진가가 처음으로 발휘됐던 것이 바로 1992년의 앨범 '전통을 지킨다는 것'이다. 재즈의 참 맛을 알려면 필청해야 할 음반이다.

이날 정규 무대가 끝났지만 객석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블루스 스캣 즉흥에서 '맥 더 나이프'까지 열광 속에서 모든 순서가 끝난 것은 9시 56분. 공연 후 그녀는 "이렇게 젊은 관객들이 모일 줄 몰랐다"며 한국의 싱싱한 재즈 열기에 적잖이 놀라워 했다.

입력시간 2003/03/2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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