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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폭력' 제발 그만 좀 해!

"진짜" "가짜" 공방석 여성 연예인의 인권은 땅바닥에

“ H양 비디오와 무관합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3월12일 서울 강남 아미가 호텔, H양 비디오의 주인공으로 모 스포츠신문과 인터넷에 오른 영화배우 함소원은 수십여명의 기자들 앞에서 눈물로 호소했다. 그리고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스포츠 신문 2개사를 상대로 3억원씩 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그러나 의혹의 눈길은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인터넷에는 “H양의 주인공은 따로 있어요.”“H양이 맞는 것 같아요.”라는 찬반논쟁이 끊이지 않고, 특정 스포츠 신문은 계속 H양 섹스 비디오 관련 후속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동시에 ‘H’ 이니셜에 해당하는 여자 연예인들의 이름도 인터넷상에 하나씩 거론되고 있다.

H양 비디오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또 ‘O양의 비디오’처럼 유명 연예인이 여주인공일까? 궁금증이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사당국이 최근 H비디오 사건을 수사할 뜻을 표명함에 따라 ‘H양 비디오’사건은 조만간 그 진위가 밝혀질 전망이다. 그러나 여성 연예인의 인권 유린에 대한 비난은 여전히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사건 경과

H양 섹스비디오는 3월 5일 스포츠 신문 굿데이의 보도로 시중에 알려졌다. 이 신문은 1면 톱 기사로 ‘충격 H양 섹스비디오…상대남 나이트 DJ’란 제목을 달았다. H양 비디오 파문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H양 비디오에 관한 루머가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였다.

2002년 12월 18일자 스포츠투데이를 보면, 서울 압구정동의 한 헤어숍에서 흘러나온 얘기라며 H양 비디오설을 다뤘다. 이 신문은 연예가의 뒷얘기를 담은 코너에서 ‘설’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전제로 얘기를 풀어놓았지만 200자 원고 5매에 걸쳐 H양 비디오의 주인공과 비디오의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의 궁금증을 부풀렸다.

이 기사에 따르면 모 경연대회 출신으로 현재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귀여운 이미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H양이 섹스 비디오를 찍었다는 것. 또한 상대 남자가 나이트클럽의 DJ이며 ‘O양 비디오’나 ‘백양 비디오’보다 훨씬 더 농도가 짙다는 등의 내용으로, 굿데이의 보도와 딱 맞아 떨어진다.

사실 연예가 소식을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는 곳이 강남 헤어숍이라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H양 비디오’는 지난해 말부터 강남을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때까지만 해도 비디오는 ‘설’로만 떠돌았다. 하지만 굿데이가 또다시 1면에 ‘이번에는 H양’이라는 단정적인 기사를 다루면서 H양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번에는 문제의 동영상 장면과 주인공으로 지목된 연예인의 흐릿한 스틸 사진까지 첨부됐다.

이 보도가 나간 지 몇 시간 뒤 인터넷에는 흐릿한 스틸 사진이 바로 함소원이라는 네티즌들의 폭로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오후 5시쯤에는 함소원의 사이트가 접속 폭주로 다운됐다. 보도한 굿데이 사이트의 게시판 역시 항의가 빗발치면서 다음날 폐쇄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굿데이는 며칠 간격을 두고 H양에 대한 후속 기사를 연속적으로 내보내 ‘허위 왜곡 보도’라는 네티즌의 비난에 맞서고 있다. 3월 11일 기사에 따르면 ‘H양 비디오’는 몰래카메라에 의해 찍힌 것으로 당사자인 H양은 이와 관련해 협박까지 받았다고 한다.

또한 이 섹스비디오가 찍힌 곳은 서울 신천에 위치한 러브 호텔이며, H양 협박범들은 서울 강남에 사무실까지 열고 비디오 유포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참다 못한 함소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H양 비디오가 자신과 무관함을 호소했다. 미스코리아 출신인 함소원은 키 172cm, 51kg으로 ‘대박가족’ ‘좋은 친구들’ 등의 시트콤과 각종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지난해 말에는 그녀가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 ‘색즉시공’이 빅히트를 치면서 충무로에서도 눈길을 끄는 배우로 떠올랐다.


풀리지 않는 의문

‘H양 비디오’ 관련 기사가 게재되면서 인터넷에는 ‘H양 비디오’라는 이름의 스팸 메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H양 섹스 비디오라 주장하는 7분짜리 샘플 동영상과 50분짜리 풀버전이 인터넷상에 나돌고 있는데, ‘연예인 H양 비디오 찾았음’이란 제목을 단 스팸 메일이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7분짜리 동영상 샘플은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짧은 머리를 뒤로 묶고 있으며 핑크색 상의와 검정색 팬티를 입고 있는데, 굿데이 측은 자신들이 확보한 ‘동영상’과 다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7분짜리 동영상의 주인공은 에로배우 ‘하늘’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늘은 스포츠투데이와의 14일자 회견에서 “몰카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시중에 나오는 에로비디오처럼 나와 상대 남자배우가 ‘공사’까지 하고 정사장면을 연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몰래 카메라가 찍은 ‘H양 비디오’가 아니라 성인방송 ‘바나나TV’에서 성인물로 제작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그렇다면 진짜 H양 비디오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굿데이측이 입수한 동영상에서 H는 7분짜리 동영상과는 달리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며, 어깨를 덮을 정도의 긴 머리를 묶지 않았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함소원도 어깨를 덮을 정도의 긴머리 여서 네티즌들의 의혹은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맛이 간다’는 ID의 네티즌은 “몰카에 당했다는 기사 내용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시점에서 초보자들도 아는 그 ‘가짜’를 들먹이며 아니라고 했을까요?” 라고 의문을 제기했고 ID ‘천지간’은 “기자회견장에서 우는 모습을 보면 당당하고 여유 있는 모습이 아니다. 반면 굿데이는 아무런 동요가 없이 기사를 차근차근히 발표시킨다”고 썼다.

네티즌들의 반응과는 달리 H양 비디오 관련 기사의 허위 조작설도 제기되고 있다. 네티즌들이 혈안이 돼 밤새 인터넷을 뒤지는 데도 ‘O양’이나 ‘백양’ 비디오와 달리 문제의 동영상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함소원측의 강력한 반발도 ‘진짜로 관련 없음’을 증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도 완전한 설득력을 갖지는 못한다. 또 H양 비디오의 실재 여부를 떠나 스포츠신문의 선정성을 문제 삼으며, 연예인의 사생활도 보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일고 있다. 현재 피해자 격인 함소원 측은 물론이고 일부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H양 비디오 대책위원회’라는 카페를 만들어 H양 비디오 보도에 앞장선 스포츠 신문에 반박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최근 ‘H양 비디오’ 관련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확대시켜 특정 연예인의 인권을 유린한 해당 스포츠 신문사의 담당기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H양 비디오 사건이 대중의 말초적인 관심을 자극하는 언론의 선정적 보도 관행에 거는 계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O양’과 ‘백양’에 이어 또 한번 여성 연예인을 희생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2003/03/2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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