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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프레소] 늦깍이 재즈 기타리스트 박신규

황혼에 서서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배우고, 알고 싶은데 책이나 악보 같은 것을 통해 독학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죠.” 늦게 출발해 못내 아쉬울 뿐이라는 말에서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절절하다. 늦게 든 정이 무섭다.

박신규(55)씨의 재즈 사랑은 흘려 보낸 세월이라도 보상 받으려는 듯 나날이 깊어 간다. 외국 재즈 교육 기관에 가서 유학까지도 불사할 각오다. “국내 재즈 교육 기관에서 기타는 미약하니까요.” 요즘은 외국 가서 재즈를 제대로 배우고 온 젊은이들이 “너무 부럽고, 너무 무섭다”고 말한다.

요즘 그는 세 무대에 출연, 어쿠스틱 기타 재즈를 들려 준다. 삼청동의 재즈 카페 ‘재즈 스토리’, 홍익대 앞의 재즈 클럽 ‘워터콕’, 일산의 레스토랑 ‘로레아트’ 등이 그의 무대다.

5년째 출연중인 ‘재즈 스토리’에서는 매일 오후 11시 30분부터 40여분 동안 일본의 재즈 기타리스트 하타 슈지(43)와 함께 기타 듀엣 무대를 꾸민다. ‘Take 5’, ‘Caravan’ 등 익히 알려진 스탠더드를 위주로 무대를 갖는 것은 술을 파는 카페 분위기에 맞춰서다.

10년 전 한국 부인과 결혼한 일본의 재즈 기리스트 하타 슈지와 갖 무대다. 여기서는 연하이지만 일본에서는 중견 재즈맨 대접을 받는 하타씨의 반주를 넣어 준다.

그러나 주고객이 중년층인 ‘로레아트’에서는 솔로로 가벼운 클래식을 들려 준다. 금ㆍ토 오후 8시부터 40여분 갖는 무대에서는 ‘로망스’나 ‘Yesterday’ 등 가볍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을 연주한다. 세미 클래식 무대인 셈이다. 이탈리아 산 80와트 짜리 앰프와 스페인제 기타 라미네스가 그의 악기다. 기타는 ‘재즈 스토리’ 사장 민애규씨가 7년전 미국에 가서 300만원에 사다 놓은 것인데 박씨의 애마가 됐다.

그의 지향점은 재즈다. 정통 재즈 클럽을 자부하는 그곳에 가서도 그의 레퍼터리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클래식과 팝 위주지만 안기승(드럼), 신관웅(피아노), 이정식(색소폰) 등 1급 재즈 뮤지션들과 한 무대에 선다는 사실이 즐겁다. 토요일 새벽 1시 이후 펼쳐지는 그의 무대에서는 열 곡 내외의 작품이 연주된다.

마산에서 태어나 아직도 경남 사투리가 짙게 배어 있는 그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 8군 무대에 섰다. 한남동의 ‘303’, 부평의 ‘에스캄’ 등 서울의 군소 클럽은 물론 동두천, 부산, 대구 등지에서 밴드 멤버로 음악의 감을 잡아 갔다.

미군들은 전기 기타로 하는 로큰롤이라면 사죽을 못 써 그의 인기 역시 높았다. 제대 후 서울로 와 호텔 나이트 클럽 밴드였던 박광수 악단으로 들어 간 그는 1998년 ‘재즈 스토리’의 고정 멤버로 무대를 갖고 있다.

“음식 가짓수 많은 상이 먹을 것 없다고, 나 역시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았어요.” 특히 최근에는 외국서 재즈를 제대로 공부를 하고 들어 온 젊은 사람들이 늘어 나 자기처럼 국내에만 있던 사람들은 은근히 콤플렉스를 많이 느낀다는 것. 4년 전, 한해 꼬박 연주를 중단했던 게 바로 그 때문이다.

“넉달 전까지만 해도 낚시질만 했어요.” 무대를 떠나 있었던 게 1년이었다. ‘재즈스토리’ 사장 민씨가 좋은 기타를 주며 일해보자고 하는 게 너무 고마웠고 힘도 났다. 이제 그 간의 공백은 메꿔, 새 의욕이 솟는다. 재즈 유학을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가을쯤 미국 LA의 사립 재즈 콘서바토리로 가서 공부를 할 생각이다. 작년부터 영어 회화 공부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LA에는 10여년 전 이민 간 부인 김명순(51)씨도 있다. 이탈리아 명품점을 하며 그 곳에서 기반을 닦은 부인은 현대 무용가이기도 했다. 부인은 예전부터 건너 올 것을 종용해 오던 터였다.

그는 “내가 뛰어 난 사람이 아니라 미국서 일 할 곳도 변변찮을 텐데 섣불리 건너 갈 수 있겠느냐”며 “자꾸 건너 오라는 걸 계속 물리쳐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재즈가 부른다. 미국서 생업과 재즈 공부를 병행하다 경제적으로 나아지면 돌아오겠다는 그의 꿈은 언제쯤 이뤄질까.

당장은 ‘워터콕’ 무대에서 가질 기타와 베이스 듀엣이 계획이다. 그 듀엣 편성으로 팻 메스니(기타)와 찰리 헤이든(베이스)이 발표했던 명곡 ‘Beyond Missouri Sky’를 주인이자 베이스 주자 차현씨와 선보일 계획이다. 박광수 악단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 온 오랜 친구 차씨와 서는 무대라 벌써부터 힘이 솟는다.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2003/03/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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