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즐겁다] 철의 삼각지대와 철원

분단의 땅에서 통일의 땅으로…

철원은 휴전선과 맞닿은 곳이다. 본래 궁예가 도읍지로 정했을 만큼 기름지고 너른 평야를 가진 곳이지만 한국 전쟁의 참화로 땅덩이는 두 동강 나고, 언제나 긴장감이 감돈다. 그 곳에는 지금도 한국전쟁의 상처가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녹슨 철마와 풀섶의 기찻질, 총탄 구멍이 숭숭한 철원 노동당사, 열흘 동안 주인이 스물 네번 바뀐 백가고지가 분단의 증거로 남아있다.

연천읍에서 4차선으로 시원하게 뚫린 3번 국도를 따라 12km 쯤 달리면 경원선 철도 종착점인 신탄리역에 닿는다. 1913년 경원선이 개통되면서 역이 들어선 이곳은 한국 전쟁 동안 폐허가 되었다가 휴전이 되고 난 1954년에 재개통됐다. 의정부에서 1시간 20분 거리로 통일호 열차가 34회 운행한다.

한국 전쟁전까지만 해도 북한 땅이었던 신탄리는 기차말고는 다른 대중교통 수단이 없다.

신탄리역은 남북으로 나뉘기 전 서울과 원산을 잇던 경원선 기차가 고함처럼 기적을 울리며 내달리던 곳이다. 이 철도를 따라 가면 한국 자연미의 극치라 칭송받는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인 내금강역에 닿는다.

우리네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은 이 열차를 타고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갔다. 어렵고 힘든 식민치하에서 금강산을 여행하며 그나마 웃음을 되찾곤 했던 것이다.

신탄리역에서 금강산역까지 125.1km. 서울에서 대전거리 밖에 되질 않는다. 하지만 경원선 열차는 더 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돌어서야 한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입간판이 선연한 신탄리역을 오래도록 바라보노라면 북녘 땅을 내달리는 기차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신탄리에서 '철의 삼각지대'로 향해가다 보면 검문소를 지난다. 신분증만 확인하고 바로 통과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연고가 있거나 사전에 허락을 받지 않으면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작은 고개를 넘어가면 사거리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백마고지 전적비, 직진하면 전망대, 오른쪽으로 가면 노동당사다.

전망대에서 동송읍으로 가는 길을 따르면 30만발의 폭탄세례 속에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고 남은 동주금융조합, 제사 공장, 얼음창고가 흉물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길이 끝나느 지점에 지붕은 날아가고 기둥만 우뚝한 노동당사 건물이 있다. 철원이 북한 땅이었을 때 철원을 대표하는 건물이다. 기둥마다 총알과 포탄 파편이 할퀸 자국이 역력하다.

노동당사에서 1km쯤 나오면 길 왼편으로 도피안사로 가는 길이 나타난다. 실개천을 지나 언덕길을 오르지 피안의 세계에 이르는 절집, 도피안사가 자리한다. 가끔 피안의 세계를 흔드는 헬리콥터 소리가 요란하지만 대웅보전 마당 가득 떨어지는 햇살은 따뜻하고, 금물을 입힌 철조비로자나불(국보 제63호)은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도피안사에서는 신철원을 향애 달리다 보면 한탄강 최고의 비경지 고석정이다. 비원의 강이란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는 한탄강은 그 느낌 단절과 파격미로 일관한다. 한탄강은 미루나무 아래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평온한 강이 아니다. 넓은 들판이 별안간 푹 꺼져 깎아지른 벼랑이 된 협곡으로, 곧게 직진하는 법 없이 이리저리 급하게 휘어져 흐른다.

고석정은 그런 협곡 사이 강물을 가르며 솟구친 바위들이 어울린 절경이다. 고석정에는 의적 임꺽정이 관군을 피했다는 전설이 전해내려 온다.


▲ 가는 길- 서울에서 의정부. 동두천을 경유해 연천으로 가는 3번 국도를 따라가면 철도 종단점인 신탄리에 닿는다. 신탄리에서 검문소를 지나면 사거리가 나온다. 왼쪽은 백마고지, 직진하면 을지 전망대. 우회전하면 동송읍이 나온다.

노동당사는 전망대로 직진해서 1km 가다 우회전 하면 된다. 을지 전망대와 월정역. 제2땅굴은 출입증이 있어야 된다. 고석정에 있는 철의 삼각전적지 관리사무소에서 안보관광투어를 한다. 제2땅굴-을지 전망대-월정리역-5통제소를 이어지며 3시간 30분 걸린다. 2,500원이며 오후 2시까지 접수를 받는다. 매주 화요일은 쉰다. 백마고지전투 전적비와 노동당사. 도피안사는 개별 관람이 가능하다. 출입시간은 오전 5시에 오후8시까지다.


▲ 먹을거리- 한국의 나이아가라로 불리는 직탕폭토 주변에는 매운탕을 잘 하는 집이 여러 곳있다. 직탕가든(033-455-9289)은 메기와 잡어를 넣어 매운탕을 끓이는데. 흙 냄새가 살짝 비치는 얼큰하면서 칼칼한 국물맛이 별미다. 2만원.

입력시간 2003/03/3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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