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절대군주는 어떻게 권력을 유지했나


■ 궁정사회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지음/박여성 옮김/한길사 펴냄

‘궁정사회’는 ‘결합태 사회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한 노르베르트 엘리아스가 쓴 현대 사회학의 고전이다. 엘리아스는 이 책에서 절대군주 루이 14세 치하의 베르사유 궁전에서 벌어진 궁정문화를 꼼꼼하게 파헤쳤다. 이 시기에 완성된 형태로 나타난 궁정사회의 형성과 변화, 몰락을 실증적으로 그리고 있다.

엘리아스는 자신의 또 다른 저서 ‘문명화 과정’에서 중세의 야만적인 기사가 품위와 교양을 갖춘 궁정인으로 길들여 지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는데, ‘궁정사회’에서는 이렇게 등장한 궁정인들이 왕을 정점으로 하나의 질서를 이루고, 그 질서를 변동시켜가는 과정을 살피고 있다. 이 질서의 체계를 엘리아스는 결합태라는 독자적인 개념으로 설명한다.

결합태란 글자 그대로 인간들이 자신의 행위를 통해 형성하는 인간관계의 구체적 형태이며, 사회 속의 개인들과 개인들로 구성된 사회를 동시에 표현하는 관계 개념이다. 베르사유는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수가 당시 도시의 인구와 맞먹는 1만명 정도나 되는 하나의 거대한 인구 집합체다.

엘리아스는 바로 이 곳에서 살았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생활 양상을 속속들이 파헤치면서 기능적 상호의존 관계로서의 인간 결합체를 도출해 낸다.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절대군주라는 개념은 마치 군주의 권력이 무제한적이었다는 인상을 주지만 엘리아스는 결합태의 관점에서 궁정사회를 분석하여 왕도 자신의 권력기회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서 귀족에게 기능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왕은 사회적 권위와 경제적 실력을 잃어가던 무사귀족(기사)들과 방대한 행정조직 속에서 관료적 권위를 강화해 가던 법복 귀족들과의 경쟁 및 적대관계를 교묘하게 조정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엘리아스는 바로 이러한 상호의존 양상이 결합태의 기본적인 속성임을 되풀이해서 강조한다. 아울러 상호의존적인 궁정사회의 작동원리가 결코 정태적이 아니라 동태적 구조를 갖고 있다고 역설한다.

중세의 무사귀족을 온건한 궁정인으로 길들여서 확립한 상호소통의 모델, 즉 결합태의 총체, 바로 그것이 루이 14세를 정점으로 하는 프랑스 절대주의 궁정임을 엘리아스는 보여준다.

그 안에서 요구되는 인간형으로서 궁정인이란 감정을 제어할 줄 알고, 심사숙고와 장기적인 안목, 광범위한 지식을 갖춘, 이른바 궁정적 합리성을 갖춘 사람이다. 그것은 근대적 의미의 에티켓이 생겨나고 그것이 문화화 하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입력시간 2003/03/3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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