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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 바이러스에 감염된 교육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 놓고 교육계 심한 몸살

할 일 많은 교육계가 ‘NEIS’에 발목이 꽉 잡혔다. 3월 신 학기가 시작되면서 일선 학교는 외형적으로는 별 문제없이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속은 NEIS로 온통 골머리를 앓고 있다. NEIS 시행을 둘러싼 교육 당국과 전교조의 마찰 만큼이나 학내 전교조 대 비 전교조 교사들간의 의견 충돌도 만만치 않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결말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NEIS’(National Educaton Information System)을 우리말로 옮기면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각 시ㆍ도 교육청, 전국 초ㆍ중고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학교별 행정 처리는 물론 교육청의 학사, 인사, 예산, 회계 등 27개 교육 행정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교육부는 2000년 “전자정부를 실현해야 한다”며 520억원을 들여 학교별로 관리하는 CS(학교종합정보관리망)를 NEIS로 바꿨다.


나이스? 네이스?

지난해 10월 시범운영에 이어 올 3월부터 NEIS가 본격 개통하자 ‘예상대로’ 전교조가 벌떼처럼 반대하고 나섰다. 학생 및 학부모 개인 정보가 유출돼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후 전교조의 반대 행보는 연일 수위를 높이며 교육부를 압박하고 있다. NEIS 사용에 필요한 인증서를 집단 폐기하는가 하면 수 차례의 대규모 집회, 국가인권위 철야 농성 등에 이어 최근에는 법원으로 사건을 끌고 갔다.

‘NEIS 시행 중단 가처분 신청’과 ‘인증 및 입력명령 취소 청구소송’을 잇따라 제기한 것이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함께 내겠다는 게 전교조의 생각이다. 이미 개인 자료가 입력된 학생 및 학부모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무시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와중에 명칭을 둘러싼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교육부는 어감에도 좋고 작명자가 독일식 발음으로 불러달라는 요청에 따라 ‘나이스’ 명명이 당연하다는 입장인 반면, 전교조측은 영어 약자이므로 영어식 표현으로 ‘네이스’를 쓰는 게 맞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교조 홈페이지에도 ‘네이스’로 올라 있다. 일부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NEIS가 에이즈보다 더 무서운 ‘정보유출 바이러스’라며 ‘네이즈’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을 정도다. NEIS에 대한 거부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끝이 보이지 않는 NEIS 논란

NEIS가 시행되자마자 대립의 칼날을 세웠던 교육부와 전교조는 서로 다른 논리를 내세우며 한치 양보도 없는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교육부는 ‘효율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전교조는 ‘정보유출’을 우려하며 아예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전교조가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전자상거래를 하는 세상에 이를 문제삼는다면 국세청이나 경찰 전산망은 괜찮느냐”고 반문했다.

NEIS 중단에 따른 엄청난 혼란도 ‘시행 강행’의 또 다른 논리다. 교육부는 “1996년부터 대학 입시와 관련된 학생부를 전산화했으며, 현재 관련 자료의 97%가 종전의 교내 전산망인 CS에서 NEIS로 이관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은 완고하다. 전교조는 NEIS 27개 영역 중 교무(교원인사기록), 학사(학생생활기록부), 보건(건강기록부) 3개 영역은 완전 분리ㆍ폐기할 것을 주장한다.

즉 학교회계, 예산, 교육통계 등 신상 정보와 상관없는 ‘언저리 사항’들은 NEIS로 해도 무방하지만 3개 영역은 기존 CS를 이용해 지금처럼 학교 단위에서 관리하자는 요구를 굽히지 않고있다.


교사들도 팽팽히 맞서

교육부와 전교조의 다툼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일선 교단도 양분되는 양상이다. 교사 전원이 NEIS 인증을 받은 서울 K초등학교 교감은 “NEIS덕에 학사 업무가 아주 편해졌다”고 전했다.

이전에는 학생이 전학하면 개별 학교단위로 구축된 CS서버에서 출결, 성적, 건강기록부 등 학생 관련 자료를 디스켓에 담아 새 학교에 전달했지만, 이제는 인터넷에서 클릭만 하면 수 초내에 끝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 O중학교 이모 교사도 “다른 학교에서 NEIS를 하지 않아 문제”라고 전교조를 못마땅해 한다. NEIS를 하지 않는 학교에서 학생이 전학 올 경우 학생의 자료를 디스켓에 담아 보내 주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자료가 오면 그것을 또 일일이 NEIS형식으로 바꾸는 일이 무척 번거롭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NEIS 반대 교사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경기 S초등학교 정모교사는 “전입생을 디스켓으로 처리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으며 출석부도 종이에 잘만 기록해 왔다”고 응수했다. 인천 I고 정보부장 최모 교사는 “NEIS가 시행되면 한국에서 난 사람은 8살만 되면 본인의 의사에 상관 없이 각종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떠다니게 된다”고 꼬집었다. NEIS는 교육현장에 속도와 효율을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정책에 다름아니라는 주장이다.


타결점은 없나

최근 윤덕홍 부총리를 ‘새 수장’으로 맞은 교육부는 “행정정보화와 정보통합관리는 대세”라며 NEIS는 반드시 밀어붙인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전교조의 반대가 워낙 강한 데다, 최근 교육관련 시민단체 및 일부 학부모 단체가 가세하자 당혹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절충안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NEIS 시행은 예정대로 하되 전교조 한국교총 한교조 등 교직 3단체와 학부모단체, 전문가 등으로 짜여진 ‘NEIS 운영 특별위원회’를 구성, 시행상 문제점을 협의하자는 내용이다.

학생 정보를 15개 항목에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성별, 주소, 사진 등 5개로 대폭 줄이고, 학부모 신상정보도 15개에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직업 등 3개로 줄여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최소화 한 것 등도 주요 전략이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당근’이 전교조에게 먹힐지 여부다. 전교조는 일단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무 학사 건강 등 3개 영역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어떤 제안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NEIS 강행에 들러리를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상당수 학교에서 NEIS 시행이 확산되면서 ‘효율성’이 중점 부각되는 현실임을 감안할 때 양측이 접점을 찾는 것도 무망하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을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한 중학교 교사의 평범한 ‘해법’은 신선하기까지하다. “교육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NEIS 논쟁을 이른 시일 내에 끝내는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김진각 기자 kinjg@hk.co.kr

입력시간 2003/04/0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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