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수면이야기-2

잦은 야근은 암 발생률을 높여준다


자율신경계 부조화로 피로·어지러움증 유발

수면은 건강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므로 수면과 관련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드릴까 합니다. 오늘은 야간 근무자들의 수면에 관한 내용입니다. 야간 교대근무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야간근무를 영어권에서는 graveyard shift(무덤으로 가는 근무)라 부르는 것만 보아도 그 해로움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야간근무자의 문제는 자율신경계의 부조화로 늘 피곤한 증상에 시달린다는 것입니다. 자율신경계란 우리 몸의 기능을 조절하는 중요한 신경계로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작동되는 신경계입니다. 정상적으로 낮 시간에는 자율신경계 중에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됩니다.

교감신경계는 신체활동이 시작되면서 혈압을 올리고 동공을 확대시키며 땀이 나게 하고 심장의 박동과 호흡수를 증가시킵니다.

낮 동안에 보다 많은 일을 하기 위한 준비들이지요. 반면 부교감신경계는 밤에 우세해지는 자율신경계로 소화기능을 담당하고 몸의 긴장을 완화시켜 줍니다. 야간근무자의 문제는 바로 낮에 작동되어야 할 교감신경계가 밤에 우세해지고 반대로 낮에는 밤에 작동되는 부교감신경계가 우세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율신경의 부조화(자율신경실조증)는 야간근무자들에게 피로감, 어지러움 등의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킵니다. 야간근무자의 이러한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카페인 음료의 남용입니다. 야간근무 도중에 졸음을 예방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마시는 카페인 음료는 일시적으로 졸음을 줄여주지만 카페인의 효과가 떨어진 뒤에는 더 많은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낮에 취해야 할 수면도 밤사이 마신 카페인 음료로 인해 방해를 받게 되지요. 대표적인 카페인 음료는 커피지만 녹차, 홍차, 콜라 등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야간근무를 하게되면 자율신경계의 우위가 바뀌는 것에 인체는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됩니다.

그런데 야간근무자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일을 하면 암 발생 위험 성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덴마크 코펜하겐 암연구소의 연구 결과가 수년 전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여성이 밤에 일을 할 경우 유방암 발생 확률이 무려 50%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이 여성 환자 7,000여명의 생활을 30년간 추적한 결과 약 6개월 정도 야근했을 경우에 유방암 발생 확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며 야근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험성은 더 높아졌다고 합니다. 야근이 암 발병 확률을 높이는 것은 밤에 일할 경우 수면과 각성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생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조절할 뿐 아니라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 멜라토닌이 부족할 경우 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지 못하게 된다고 연구진은 지적했습니다.

또한 야근은 수면장애, 신경장애, 위궤양, 고혈압, 심근경색 등의 질병을 유발함으로써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이 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공무원, 성직자, 교사 등의 평균수명은 78세인 반면 교대근무를 하는 근로자의 평균수명은 65세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직업적으로 어쩔 수 없이 야간근무를 해야하는 분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몇 가지 조언을 드리면 우선 운동은 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근무시간 후의 운동은 오히려 낮에 수면을 취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운동으로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주는 것이 카페인 음료로 교감신경계를 자극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좋은 방법이지요.

두번째는 신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낮인 시간을 밤으로 인식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낮에 자는 동안 빛이 방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암막으로 가리고 소음을 적절히 차단시켜야 합니다. 소음에 의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수면단계는 주로 1단계 수면으로 잠이 잘 들기 위해서는 시끄러운 수면환경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끄러운 환경에서 자야 한다면 귀마개가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소리가 너무 크지 않고 리듬을 타고 반복적인 경우에는 오히려 잠이 잘 들수도 있습니다. 잠을 유도하는 소리의 특성은 단조로운 리듬을 반복하는 작은 소리들입니다. 베토벤의 음악 가운데에서도 웅장한 영웅교향곡 보다 서정적인 전원교향곡이 수면에 좋다는 뜻입니다.

클래식 음악 중에서 가장 수면효과가 큰 음악으로 라벨의 볼레로를 들 수 있습니다. 야간근무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은 음악을 이용해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세번째는 수면을 유도하는 음식을 근무가 끝난 후에 섭취하는 방법입니다. 멜라토닌이 풍부한 음식을 먹거나 멜라토닌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음식을 섭취하라는 뜻입니다.

멜라토닌의 함량이 높은 음식으로는 귀리, 쌀, 생강, 토마토, 바나나 등이 있습니다. 멜라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또 다른 방법은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트립토판은 멜라토닌 합성의 원료가 되며 송과선에서 세로토닌을 거쳐 멜라토닌으로 합성이 됩니다.

트립토판이 많은 음식으로는 콩과 견과류, 치즈, 칠면조, 우유, 두부, 호박씨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 식품 중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잠자기 1시간 전에 섭취하면 자연스럽게 멜라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제가 많이 권하는 잠자리 간식으로는 약간의 토마토나 바나나 그리고 저지방 우유 한잔 정도입니다. 무기질도 멜라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킵니다.

칼슘과 마그네슘은 멜라토닌 생성에 필수적인 물질로 한 연구결과에서 칼슘을 제거한 먹이로 기른 동물에서 멜라토닌이 분비되는 송과선이 위축되는 현상을 보고하였습니다. 따라서 잠자기 1시간 전의 저지방 우유 한잔은 트립토판 외에도 풍부한 칼슘을 공급해주기 때문에 숙면에 도움이 됩니다.

에스더클리닉 여에스더

입력시간 2003/04/04 15:10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