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여자의 삶, 아내의 자리


■ 아내
매릴린 옐롬 지음/이호영 옮김/시공사 펴냄

적어도 한 세기 전만 해도 여성은 결코 남성과 동등한 존재가 아니었다. 이는 양의 동서를 가리지 않는다. “여성(이브)은 남성(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졌고, (마누라는)북어처럼 사흘 걸러 맞아야만 했다.”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여성은 결혼하기 전까지는 아버지의 소유물이었고, 결혼 후에는 남편이 사용하는 가재도구 혹은 재산이었다.

중세에는 ‘출산의 그릇’으로 여겨졌고, 19세기까지만 해도 남편이 합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종속물이었다.

이 책은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결혼과 아내상의 변화를 실존했던 여성들의 삶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제도와 관습을 중심으로 조망하면서 흥미롭게 풀어낸다. 지은이는 아내의 개념 지위 역할 등이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또 시대에 따라서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설명하고 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 놓을 때까지 기쁠 때나 슬플 때나…”라는 결혼 서약이 1552년 영국국교회에서 만들어진 기도서에서 비롯됐다는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도 담고 있다.

아내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뒤집으면 남편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책은 한때 아내였거나 지금 현재 아내이거나 혹은 곧 아내가 될 여성들만의 책이 아니다. 싫든 좋든 그들의 동반자인 남성들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입력시간 2003/04/0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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