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두 얼굴의 미국, 그 본질을 찾아


■ 전형적인 미국인
한스 디터 겔페르트 지음/이미옥 옮김/에코리브르 펴냄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했는데 이제는 미국을 그렇게 불러야 할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대한민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었고, 동맹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보호자로 주둔하고 있는 듯한 주한미군의 끊임없는 범죄행위로 한껏 감정이 상했던 상당수의 한국인들은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미국에 더욱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대상을 반영하듯 요즈음 나오는 미국 관련 책은 대부분이 반미적이다.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일방적인 외교정책 등 오만한 제국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무조건적인 친미 성향이 문제가 됐던 것처럼 이 같은 비판 일변도의 책들만이 나오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한스 디터 겔페르트의 ‘전형적인 미국인’은 미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책이다. 친미적이라고도, 그렇다고 반미적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저 미국의 역사와 문화 등 무형의 것을 끈질기게 추적, 미국의 본질을 찾아가는 책이다.

지은이는 먼저 미국의 특질을 유럽과 비교해서 끄집어냈다. 유럽에서는 보수적 자화상과 개혁적 자화상이 벌이는 경쟁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하나의 자화상에서 경쟁이 일어난다. 때문에 미국은 한편으로 그 어느 나라보다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보수적이면서도 동시에 개혁적이다.

지은이는 ▦자유에 대한 사랑-도덕적인 엄격함 ▦ 이상주의-물질주의 ▦ 정부에 대한 적대-애국주의 ▦ 쾌락주의-금욕주의 등 미국인에 내재한 모순 20여가지를 추려낸 뒤 이는 미국인의 두 가지 가장 오래된 뿌리, 즉 청교도주의와 계몽주의로부터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청교도주의에는 이미 계몽주의 성향이 들어있었고, 계몽주의에는 청교도주의로 급변할 수 있는 성향이 내재해 있었다. 이렇듯 모순적인 것이 주는 긴장으로부터 미국인들은 힘을 얻는다.

계몽주의적 성향이 우세할 때는 미국은 자유와 관용이라는 이상을 찬양하면서 사탕과자로 적을 끌어 안으려 노력한다. 반대로 청교도적 성향이 우세하다면 미국은 도덕적 채찍을 휘두르며 악의 국가에 대항해 십자군 전쟁을 마다 않는다.

2003년3월20일 미국은 마침내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를 폭격했다. 수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사막의 모래바람과 싸우고 있다. 같은 시각 미국 본토 곳곳에서는 전 세계 어느 곳보다 더 격렬한 반전 시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 책이 정말 미국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 것 아닌가.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2003/04/09 16:16


최성욱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