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보다 심각한 고민이 발기부전"

性에 도통한 여자들, 24시간 '그 생각'만
비아그라 홍보우먼, 김미진·최경미·한송이

# 새벽 2시 택시 안.

여 1: “발기부전 사이트 들어가봤어? 발기가 안 되는 증상도 굉장히 다양하대.”

여 2: “응. 처음부터 발기 자체가 안 될 수도 있고, 발기가 됐는데 흐물흐물한 경우도 있고, 또 딱딱하게는 됐는데 오래 지속이 안 되기도 해.”

여 1: “남자가 성적 흥분을 받으면 성기에 평소 30배의 피가 이동을 한대. 이런 순간 혈액 순환이 안 되면 발기부전이 오는 거고.”

여 2: “그래도 비아그라를 먹으면 빠른 경우에는 15분 후부터 발기 효과를 볼 수 있다던대.”

여1이 택시에서 내린 뒤 혼자 남은 여성과 남자 운전 기사 사이에는 긴 적막감이 흐른다. 택시 기사는 백미러로 뒷좌석의 무서운(?) 여자를 힐끔 힐끔 쳐다본다.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회사인 ㈜인컴브로더(InComm Brodeurㆍ대표 손용석)의 김미진 (37) 부장, 최경미(33) 과장, 한송이(27) 대리는 하루 24시간 남성의 ‘발기부전’만을 생각하는 여성들이다. 세계적인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Viagra)를 홍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2월 말 한국화이자제약으로부터 비아그라의 홍보를 의뢰 받았다. 3월 중순께 본격적으로 홍보를 시작해 채 3주가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성(性)과 발기부전에 대해 도통한 여자가 됐다. 이들은 “남성의 성에 관계된 일에 너무 열중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주변 남자들을 민망케 하는 일이 잦다”며 얼굴을 붉힌다.


남성의 발기부전만 생각하는 여자들

‘5월의 신부’가 되는 최경미 과장은 비아그라 홍보를 맡아 미래의 시부모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예비 시아버지는 “아들한테도 좋겠구나”며 기쁨을 감추지 않지만 당신이 더 좋아하는 건 아닌지….

“발기부전은 남자들이라면 한번쯤 걱정해볼 수 있는 질환이잖아요. 제 남자 친구한테도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혼자 속앓이 말고 상의해 달라고 얘기했죠.” 최 과장은 비아그라 홍보를 하면서 남자에 대한 이해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고 즐거워한다.

반면, 올해 27세의 처녀인 한송이 대리는 엄청난 집안에 반대에 부딪혔다. “어머니나 오빠는 어떻게 처녀 애가 발기부전 같은 말을 입에 척척 올리냐고 펄펄 뛰세요. 어디 가서 비아그라 홍보한다고 하지 말라고. 혼삿길 막힌다구요.”

남자 친구도 한 마디 거든단다. ‘설마 내가 하루종일 발기부전만 생각하는 여자랑 사귀게 될 줄 알았겠어?’

이 같은 반응에도 한 대리는 당당하다. “발기부전은 어디까지나 질환이에요. 병을 치료하는 약을 알리는 게 뭐가 잘못됐나요?” 그녀는 오히려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홍보 전문가로서 누구나 꿈꾸는 업계 1위의 브랜드를 맡고 있으니 말이다.


모두가 알지만 제대로 모르는 비아그라

간혹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때가 있지만 비아그라를 홍보하는 일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 큰 힘이다. 보통 제품 홍보를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하거나 주변의 반응을 알아볼 때 사람들의 냉담한 태도에 부딪히기 일쑤지만, 비아그라의 경우에는 전혀 다르다.

본인의 경우는 물론 “친구의 얘기”라며 너무도 친절하게 세밀한 내용을 설문지에 기록하고 수시로 메일을 보내고 전화도 한다. “한번 만나고 싶다”는 제의도 심심찮게 들어온다.

제약이나 IT부문 등 셀 수 없이 많은 기업의 홍보를 맡아왔지만 이번처럼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라고 비아그라 홍보팀은 입을 모은다. “누구와 만나도 즐겁게 얘기가 되서 참 좋아요. 가끔은 짓궂은 질문도 받지만요.”

한 대리의 일화 한토막. 홍보를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업무차 만난 남자가 물었다. “건강한 남자가 복용해도 된다던데 남자의 힘이 너무 세지면 여성의 기분은 어떨까?” 야간 느끼한 눈길을 의식하면서 한 대리는 비아그라의 오남용에 대한 남성의 무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대화를 수습했다. 남자를 밝히는 여자로 몰아붙이는 경우도 있다.

이땐 “예전에는 새가 아기를 물어다 주는 줄 알았는데, 이제 그게 아니란 것도 알고… 조금씩 배워가고 있어요”라고 가볍게 응수한다.

기혼 여성인 김미진 부장은 “정력제로 잘못 알려진 비아그라에 대한 정보를 바로 잡는 것”을 홍보의 시발점으로 잡는다. 4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비아그라는 현재 코카콜라에 버금가는 폭발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지만, 그만큼 잘못된 상식도 뿌리깊다는 것이다.

“해외 토픽에 비아그라 개발 소식이 실린 뒤 야생동물의 불법 포획 및 식용이 줄어들었다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어요. 그래서 야생동물보호협회에서 화이자제약에 상을 줘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오죠. 비아그라가 무슨 정력제입니까? 뱀이나 물개를 잡아먹듯이 비아그라를 드시면 큰일 나요.”

최 과장은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제이므로, 반드시 이러한 증상을 겪는 환자가 먹어야 한다”고 거든다. 건강한 남자가 먹으면 다른 약품처럼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시중에 나도는 비아그라 유사품에 대해서도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해야 비아그라 정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비아그라를 홍보한다니까 한 두개만 얻어달라는 사람들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솔직히 홍보팀도 제품을 본 적이 없단다. “보안이 철저해서… 불법 판매상들이 외국에서 (비아그라를) 몰래 들여온다고 하는데 다 거짓말이에요.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약품을 구입하는 외국이 더 까다롭기 때문이죠. 블랙마켓(Black market- 음성적인 유통시장)에서 비아그라 정품을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발기는 건강의 척도

흔히 남성들은 ‘발기’를 남성의 생명력에 견준다. 자연히 발기부전을 그저 성생활에 곤란을 겪는 것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나이 든 남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노화 증상이 ‘대머리’와 ‘발기부전’이라네요. 어떤 증상이 더 심각하냐고 물어보면 ‘바보 아냐’ 하는 눈빛으로 쳐다봐요. 당연히 발기부전이라고. 발기부전은 남성에게 곧 죽음이더라구요.”

한송이 대리는 발기부전에 대해 그렇게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치료에는 소극적인 남성들이 많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으레 나이가 들면 남성에게 찾아오는 병으로 여겨 치료를 소홀히 하는 탓이다.

한 대리는 “발기부전은 신경이나 혈관들이 적절하게 작용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으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부끄러워하지 말고 꼭 치료를 받으라”고 권했다.

발기부전 치료에는 여성의 몫도 중요하다.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비아그라 복용 후 성기능이 회복된 환자의 34%가 만족스러운 발기 효과에도 불구하고 6개월 후 복용을 중단했다고 한다.

주요 원인은 성생활 재개에 따른 파트너의 정서적 준비 미비(22%)와 장기간 성생활 부재로 성교 재개에 대한 어색함(15%) 때문이다. 남성의 성기능이 회복되어도 여성이 정서적으로 이를 받아들이면 원만한 성생활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비아그라 홍보팀은 “성은 남자와 여자가 다같이 관심을 갖고 함께 대화하며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라며 “비아그라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는 것과 더불어 올바른 성문화를 주도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활동 방향을 밝힌다.


비아그라는 성 생활 돕는 치료약

바이그라는 2003년 4월 현재 119개국 2,000만 명 이상의 남성들이 복용한 화이자 제약의 발기부전 치료제이다. 국내에는 1998년 6개 병원에서 임상 시험을 거친 뒤 이듬해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당뇨병과 혈관 및 신경 계통의 장애, 우울증을 포함한 다양한 신체적ㆍ 심리적 원인으로 인해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남성들에게 효과가 있다. 특히 기계적인 발기 현상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복용 후 적절한 성적 자극이 있어야만 반응이 일어나도록 하여 자연스러운 성생활에 도움을 준다. 임상 시험에서는 복용 남성 10명 가운데 약 7~8명에게서 발기를 증진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비아그라는 성행위 30분에서 1시간 전에 복용해야 하며, 주성분은 구연산 실데나필(Sildenafil Citrate)이다. 파란색의 다이아몬드 형태로 각각 25mg, 50mg, 100mg의 세 종류가 있다. 다른 약품과 마찬가지로 비아그라도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비아그라의 부작용으로는 두통, 안면홍조, 소화불량 등이 있으며 질산염 제제와의 병용 투여는 금해야 한다.



남성 성기능 자가 진단표
http://www.pfizerkorea.co.kr/health/self_check/


1. 지난 6개월 동안 삽입할 정도로 발기가 되고 발기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귀하의 자신감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1.매우 낮다 2.낮다 3. 보통 4.낮다 5.매우 높다


2. 지난 6개월동안 성적 자극으로 발기되었을 때 성교가 가능할 정도로 충분한 발기가 몇 번이나 있었습니까?

0. 성행위가 없었다 1. 거의 없었다 2. 가끔씩(총 횟수의 50%에 못 미친다) 3. 때때로(총 횟수의 50% 정도) 4. 대부분(총 횟수의 50%이상이 훨씬 넘는다) 5. 항상 또는 거의 항상


3. 지난 6개월 동안 성교하는 중에 발기 상태가 끝까지 유지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습니까?

0. 성행위가 없었다. 1. 거의 없었다 2. 가끔씩(총 횟수의 50%에 못 미친다) 3. 때때로(총 횟수의 50%정도) 4. 대부분(총 횟수의 50% 이상이 훨씬 넘는다) 5. 항상 또는 거의 항상


4. 지난 6개월 동안 성교시에 성교를 끝마칠 때까지 발기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습니까?

0. 성교를 시도하지 않았다 1. 지극히 어려웠다 2. 매우 어려웠다 3. 어려웠다 4. 약간 어려웠다 5. 전혀 어렵지 않았다


5. 지난 6개월동안 성교를 시도했을 때 몇번이나 만족감을 느꼈습니까?

0. 성행위가 없었다 1.거의 없었다 2. 가끔씩(총 횟수의 50%에 못 미친다) 3. 때때로(총 횟수의 50%정도) 4. 대부분(총 횟수의 50% 이상이 훨씬 넘는다) 5. 항상 또는 거의 항상

* 위의 1~5번 문항에서 귀하가 선택한 번호를 모두 더하여 점수에 따라 귀하의 발기부전 정도를 평가하십시오. 귀하의 점수가 21점 이하일 경우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남성성기능 평가표는 남성의 발기부전과 연관된 증상의 심각성 정도를 측정하는데 사용하는 검사다. 단, 이 정보는 의학적 치료의 대용으로 기획된 것은 아니므로, 발기부전 증상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3/04/10 14:07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