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일본영화의 다양성 엿보기

DVD의 가장 큰 매력은 입체적인 음향과 깨끗한 영상이다. 이런 홈 씨어터의 기능보다 더 좋은 것은 영화 제작 뒷이야기를 전하는 메이킹 필름, 감독이 영화를 설명해 주는 코멘터리, 전문가의 해설 등을 수록한 스페셜 피처(부록)다.

dvd가 영화 학도의 교과서로 쓰이는 것도 이런 장점 때문이다. 최근 큰 관심을 갖고 본 일본 영화 2편의 스페셜 피처를 소개한다.

<기쿠지로의 여름 菊次郞노 夏>(전체, 엔터원)은 9살 초등학생과 야쿠자 출신 아저씨의 여름 여행을 그린 서정적인 드라마다. 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이전 작품들이 지닌 폭력성과는 거리가 먼 따뜻한 영화여서, 감독의 설명을 기대하게 된다.

국내 개봉시 방한했던 감독의 인터뷰와 메이킹 필름이 이런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교통 사고 후유증으로 눈과 입술이 제멋대로, 불안정하게 움직이지만 다케시 감독은 영화와 연출 방향을 확고하게 세우고 있었다.

“이제껏 해보지 않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영화 스타일도 바꾸었다. 이번 영화는 내 이력서를 다시 쓰는 기분을 들게 한다. 영화 안의 내가 진짜이고, 현실의 나는 가짜인 것 같다. 밝은 곳으로 찾아 간다는 것이 내 안의 기분 아닐까”라고 말한다.

코미디언으로 9개 TV 프로에 출연 중이었던 비트 다케시는 1주일을 TV 프로 녹화에 할애하고, 다음 1주일은 감독 기타노 다케시가 되어 영화 촬영에 전념하는 강행군을 했다고 한다. 한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연기 경험 없는 아이를 데리고 현장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다케시에게 부채질해 주는 젊은 스태프는 아주 황송하다는 표정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와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음악을 도맡다시피 해온 세계적인 영화 음악가 하사이시 조의 인터뷰도 들어 있다. “다케시 감독이 피아노로 연주하는 산뜻한 음악을 원했다. 다케시는 만들려는 세계가 분명한 감독이다. 그는 나의 음악 세계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음악 녹음 현장을 지키는 다케시 감독의 표정은 아주 진지하다. 자신의 영화 속 그림을 직접 그리고 책도 펴내는 등 재주가 많은 다케시는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모양이다. 천재 작가 기타노 다케시의 “실컷 웃고 조금 우는” <기쿠지로의 여름> 탄생 비밀을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5세, 스타맥스)의 dvd 패키지는 주인공을 입체 처리한 홀로그램 사진에 “살아있다. 사랑한다. 불만있냐?”는 도발적인 카피로 꾸며졌다. 조총련계 재일동포 청년의 성장사를 분방하고 대담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린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가네시로 카즈키가 쓴 자전적 소설은 재일동포 최초로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1968년생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는 원작의 경쾌하고 감성적인 문체까지 영화로 살려냈다는 평을 들었다.

메이킹 필름의 촬영 현장, 배우와 감독의 인터뷰가 무척 진지하다. 주인공 스기하라역을 똑 부러지게 해낸 구보즈가 요스케는 “차이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어떻게 살면 좋을까도 고민하고, 국적 고민도 했다”고 밝힌다. 즉 자신은 재일동포가 아니지만, 주인공이 당하는 차별을 이해하려고 애썼다는 것이다.

구보즈카 요스케의 노력을 바라보는 어머니, 아버지 역의 베테랑 배우 오오다케 시노부, 야마자키 츠토부의 감상도 인상적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연애도 하고, 아! 청춘이란 좋은 거구나. 아들 모습이 정말 빛나 보이고 귀여웠다”고 한다. 영화 못지않게 역동적인 영화 촬영 현장과 실제 화면을 비교해 주어, 영화 만들기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4/11 10:1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