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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꽃개회나무

식물을 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계절을 앞질러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한겨울에는 이른 봄의 고만고만한 꽃들이 그렇게 기다려지더니 이제 벚꽃의 개화전선이 서울에 상륙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어느새 이어져 다가올 다음 계절의 꽃나무들이 기다려진다. 그러면서 생각난 나무가 바로 꽃개회나무이다.

만일 이 이름이 생소하다면 우선 잘 알고 있는 정원의 라일락을 떠올리고, 그 라일락이 아주 큰 산의 높은 곳에서 맑은 하늘을 이고 피어 났다고 생각해보면 쉽다. 그러면서도 은은하여 질리지 않고 꽃색은 더욱 선명하며 단정한 모습을 그려내고 나면 그 나무가 바로 꽃개회나무이다.

꽃개회나무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중간키의 낙엽지는 나무이다. 키는 5~6m까지도 크지만 보통 이 나무가 자라는 곳은 바람이 드나드는 곳이어서 아주 키를 키우지 못하고 사람 키 보다 좀 더 높게 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전국에 산에서 자라지만 산의 높은 곳 볕이 드는 산꼭대기나 산길목에서 볼 수 있다.

잎은 손바닥만한 타원형으로 마주나고, 꽃은 봄이 가는 길목에서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통모양의 아주 작은 보랏빛 꽃들이 고깔모자 모양의 원추형 꽃차례에 달린다. 그 길이가 한 뼘에서 그 이상으로 크기도 하다. 꽃에서는 진한 향기가 나지만 넓은 세상을 향해 퍼지다 보니 절대로 강하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가 라일락이라고 하는 나무는 우리의 수수꽃다리이거나 서양에서 들어온 나무이기 쉽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 꽃개회나무, 정향나무, 등등이 모두 라일락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유명한 ‘미스킴 라일락’도 북한산의 털개회나무이니 말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통칭하여 정향나무라고도 했는데 이 정향이라는 이름은 한자로 丁香이라고 쓴다. 그 그윽한 향기로 향자가 이름에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정자는 강한 또는 심한이라는 뜻이 있으므로 향기가 짙은 꽃임을 강조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이야기가 있고 또 정자는 위가 벌어지면서 아래로 화통이 긴 꽃모양이 고무래 정(丁)자와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는데 이 글자가 상형문자이고 보면 아무래도 후자가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우리의 옛 조상들은 이 꽃이 피면 따서 말려 향갑이나 향궤에 넣어 두고는 항상 방안에 은은한 향기가 돌도록 하였으며 여인들의 향낭에 자주 들어가는 꽃이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 종류의 나무들은 보통 씨앗을 뿌려도 되지만 흔히 꺾꽂이가 쉬워 이를 통해 번식한다. 정원에 심으면 좋다. 훗날 내게 마음대로 가꿀 수 있는 정원이 주어진다면 생울타리로 심고 싶은 나무의 하나가 바로 이 나무이다. 보랏빛 향기가 그윽한 울타리 속의 집. 생각만으로도 멋지다.

유럽에서는 꽃개회나무를 포함한 라일락 종류들이 큰 사랑을 받는다. 오월이 오면 가장 아름다운 이 시기를 라일락 타임이라고 하여 축제분위기에 젖어 드는데 아름다운 처녀들이 저마다 라일락 꽃송이들 들여다보고 다닌다는 것이다.

이는 라일락의 꽃은 그 끝이 넷으로 갈라졌지만 간혹 돌연변이가 생겨 다섯갈래인 꽃도 찾을 수 있고 이렇게 찾은 다섯 갈래의 꽃을 삼키면 연인의 자신에 대한 사랑이 변치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네잎크로바의 행운을 원하듯 다섯 갈래 라일락을 찾아내어 영원한 사랑을 얻고 싶어하고 그래서 이 다섯 갈래의 꽃을 럭키 라일락 즉 행운의 라일락이라고 한다.

그렇게 이 향기나는 꽃들을 들여다 보고 다니다 보면, 절로 사랑하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도 같다.

입력시간 2003/04/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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