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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타운] 동승(童僧)

영화가 어떤 작품인가를 평가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국제 영화제에서 어떤 인정을 받았는가 이다.

그 이유는 영화 평에 대한 객관적 근거로 내세우기에 가장 공신력 있고 이해전달이 빠르기 때문인데, ‘동승’은 여기에 부합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작년 상하이국제영화제의 각본상을 비롯, 시카고, 하와이, 몬트리올, 베를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찬사를 받았고, 시카고 영화제에서 ‘동승’은 이례적으로 3회 상영분 전회가 매진되기도 했다.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은 영화제 내내 식을 줄 몰랐으나 주체측의 농간인지, 아니면 분위기탓인지 본상을 수상하지는 못했다.




■ 감독 : 주경중
■ 주연 : 김태진, 김민교, 김예령, 오영수, 전무송 
■ 장르 : 드라마 
■ 등급 : 전체관람가
■ 상영시간 : 99분 
■ 제작년도 : 2003 
■ 개봉일 : 2003년 04월 11일
■ 국가 : 한국
■ 공식홈페이지 : www.littlemonk.co.kr

주최측은 내심 아쉽고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었는지 수상작 위주로 재 상영하는 영화제 프로그램 ‘best of fest' 에 비수상작으로는 예외적으로 ‘동승’을 선정해 시카고 관객의 열렬한 반응에 보답했었다.


애잔하고 가슴 저미는 이야기

월북작가 함세덕의 동명 희곡을 각색한 이 영화는 산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자연스럽게 녹이는 한편 인간의 원초적 본성이랄 수 있는 ‘그리움’을 화면에 담았다.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며 만들었다는 감독의 이야기로 미뤄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인 동승 도념이 어머니를 그리는 모습은 애잔하다 못해 가슴을 떨리게 한다.

‘동승’은 제작기간만 총 7년이 걸렸다. 흔히 초거대 슈퍼 울트라 스펙타클 나이스 액션 대작들이 다양하고 절묘한 화면 효과, 탄탄한 구성, 거대한 세트, 긴 러닝타임 등등을 위해 이런 장기간을 필요로 하지만 ‘동승’이 7년을 필요로 한 것은 간단한 이유때문이다. 돈이다. 3년간 원고 작업에 매달리던 감독은 더 이상 늦으면 찍을 수 없다는 생각에 1999년 여름 달랑 200만원을 들고 스태프들과 카메라 하나를 빌려 강원도로 떠났다. 이렇게 시작한 첫 촬영부터 경제적 문제는 감독은 물론 스태프와 배우의 목을 죈다.

감독은 촬영이 시작되자 신용카드 10개를 만들어 받을 수 있는 대출이란 대출은 모조리 받았고, 유일하게 남은 아버지의 집마저 담보로 잡혔고, 착한 아내 몰래 전세금을 빼돌리는 것도 모자라 스태프들 모르게 산 위 아래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400개가 넘는 전화번호를 눌러댔다. 결국 사채업자를 찾아가 또다시 몇 천만원을 조달하는 등 ‘동승’이 태어나기까지 겪은 감독의 고난은 영화 ‘동승’보다 더 짙은 감동을 준다.

‘동승’은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에서 볼 수 있듯 자연풍경에 대한 영상미가 압권이다. 아름다운 배경 속에 마치 묻힌 듯 어울려 있는 산사에서 벌어지는 3명의 스님들 이야기가 그려진다. 주인공 아홉살 꼬마 도념(김태진)은 개성 있는 큰스님(오영수), 총각스님 정심(김민교)과 함께 산사에서 살아가는 동자승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세 스님은 모두 불가에서 말하는 욕심 즉, 그리움이라는 하나의 번뇌를 통해 그 번뇌에 대한 인간의 다르고도 같은 모습을 재미를 곁들여 보여준다. 그래서 종교영화 특유의 엄숙하고 딱딱한 선입견이 없다.

도념은 얼굴도 모르는 엄마를 끊임없이 그리워하고 정심은 제대로 맡아본 적도 없는 여성의 향기에 번뇌한다. 큰스님이 이들을 굳이 곁에 두고싶어 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욕심이기에 그에 따른 인간의 번뇌가….

우리는 곧잘 종교영화라는 표현을 쓰는데, 할리우드 영화 ‘시스터 액트’를 종교영화라 말하기를 주저하면서 ‘동승’을 종교영화라고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영화는 특정종교가 등장하고 그것이 소재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가의 교리를 풀기위한 이야기라기 보다 공통된 인간의 삶과 그 속의 고뇌를 절과 스님이라는 형식을 빌어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액션, 드라마, 멜러, 공포 영화 등의 분류도 모자라 ‘동승’을 종교영화로 평하는지 불만스럽다.


인간 내면의 갈등 재미있게 해석

우선 영화 포스터가 재미있다. 재미있는 그림과 합성으로 곁들여진 사진이 바로 ‘동승’이 스크린을 통해 주는 느낌을 대변하는 것이라 하겠다. 기교를 빌리지 않고 직접적인 평을 해 보자면 이 영화는 어린 동승의 모습에 그렇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단지 어린 동승을 통해 무언가를 해석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불가적 관점일 것이라는 선입관에 관객 스스로 진리를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할 것이다.

감독은 영화 시나리오에서 어떤 의미의 깊이를 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구성이 허술해 보이는데, 이는 인간내면에 일어나는 동요와 번뇌가 있으면 흔히 나타나는 모습일 뿐이고, 그것을 흥미롭게 해석하고, 짠~한 감동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영화 ‘동승’이다.

‘동승’이 주는 느낌은 굉장히 소박하다.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낯설음이, 화려하지 않은 깊은 산속의 암자(?)가, 수려한 자연경관과 산속마을 외엔 보이지 않은 화면, 영화를 이끌어가는 줄거리가 주는 소소함이 영화를 두드러지게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영화 ‘동승’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어린 동자승의 철없는 행동이 귀엽고, 부모가 없는 어린 소년의 마음에 맺혀있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안타깝고, 동자승보다 조금은 철이 없어 보이는 젊은 스님 정심의 돌출행동이 재미있고 큰스님의 진솔함에서 묻어나는 재미있는 말투와 교훈적인 말투가 영화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해준다.

조금은 서툰 초보 감독의 행보가 나타나지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따뜻함과 안쓰러움이, 또 소박함이 맘에 들어 영화가 좋아질 것 같은 영화다. 다만 영화 줄거리에 대한 짜임새의 결핍(어쩌면 감독은 너무 많은 내용을 이 영화 한편에 한꺼번에 담으려고 욕심을 냈을지도 모른다)으로 인한 영화적 재미의 반감과 전체적으로 보여지는 구성의 엉성함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젊은 스님 정심의 캐릭터가 어색하다. 어린 동자승보다 더 철이 없고 단순해 보이는 행동으로 큰스님을 황당하게 하는데, 젊은 여성과 도시의 화려함에 관심이 많은 그가 왜 불교에 귀의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영화에서 잠깐 보여지는 그의 속세 사진으로 이 의문을 풀게 하지만 그의 내면 깊숙한 고민을 읽어내기엔 부족하다.


종교영화의 무거움은 없다

늘 도념을 감싸는 초부 아저씨, 왠지 도념에 대한 의식적인 적대심을 갖고 있는 듯한 초부의 아들, 어린 자식을 잃고 도념에게서 그 위안을 맞으려는 젊은 여보살 등 도념을 둘러싼 많은 주변인물과의 전반적인 관계, 그들이 갖고 있을 법한 감정이나 도념에 대한 생각 등이 분명 존재하나 이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난감함을 느낄 정도다.

영화는 관객과 선문답을 하는 듯 수행을 하는 그들에게 놓여진 번민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어떤 이유로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지 앞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관객들이 스스로 마음속으로 이해하기를 바라는 듯 많은 여지를 남겨준다. 어쩌면 감독은 그들이 가졌을 법한 번민을 상황으로 보여주고 관객에게 그 해답을 찾아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윤지환 영화평론가 tavarish@hanmail.net

입력시간 2003/04/1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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