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생명과학의 혁명


■ DNA를 향한 열정
(제임스 왓슨 지음/이한음 옮김/사이언스북스 펴냄)

1953년 4월25일자 과학전문지 ‘네이처’에는 900단어 분량의 다음과 같이 시작하는 논문이 실렸다. “우리는 DNA의 구조를 보이고자 한다. 이 구조는 새로운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데, 생물학적으로 의미심장하다.”

여기서 ‘우리’는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고, ‘DNA의 구조’란 ‘이중 나선’을 뜻한다. 두 사람이 밝혀낸 DNA 구조는 생명과학 혁명의 신호탄이 됐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신이 내린 설계도(유전체)’에 따라 만들어진 인간이 그 설계도의 구조를 알아내고 그 속에 숨겨진 신의 의도(유전정보)를 파악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바로 그 제임스 왓슨이 펴낸 자전적 글모음집이다. 1960년대부터 30여년간 그가 쓴 글들 중 그의 삶과 생명과학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글들을 모으고, 거기다가 자전적인 글들을 추가해 엮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왓슨의 일기장을 펼쳐놓고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왓슨은 이 책에서 놀라울 만큼 솔직하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펼치는 데 전혀 거침이 없다. 이미 1970년대에 오늘날 우리가 격렬하게 논쟁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소신있게 이야기 했다. 이를테면 유전자 조작이나 인간 복제에 대해 그는 찬성하는 편에 서서 그 필요성과 거부할 수 없음에 대해 강력하게 열변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결코 과학만능주의자인 것은 아니다. 그의 동료 월터 그래처는 이렇게 말했다. “왓슨은 낙천주의자다. 그는 새로운 생물학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넋두리하는 모습을 보고 조소했다. 그들은 연구실에서 뛰쳐나간 발암성 세균들이 사람들을 습격하고, 생태적 파국만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왓슨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어 왔다. 지식이 늘면서 우려는 줄어들었으며, 왓슨은 생물학 연구가 오로지 인간의 운명을 개선할 뿐이라고 본다.”

비교적 쉬운 문장과 용어들로 씌어져 있어서 유전공학, 생명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별 어려움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입력시간 2003/04/1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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