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자기최면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 이 세 선수가 LPGA 무대에서 맹활약할 때마다 필자는 얼마 전에 나왔던 영화 제목을 떠올리게 된다. ‘그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골프 전문가들은 물론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나름대로 이들을 분석하곤 하는데 결론은 대개 비슷하다. 이를테면 박세리의 원동력은 다리힘이고, 김미현은 끈질긴 승부기질을 지녔으며, 박지은은 감각을 타고 났다는 등등….

그러나 이런 분석으로는 이들의 탁월한 성적을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현재 LPGA에서 뛰고있는 선수들 중에 근력과 승부근성, 공에 대한 감각이 세 선수만큼 없는 선수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실제 LPGA에서 뛰고 있는 김영 장정 한희원 등 또 다른 한국 선수들도 국내에서 뛸 때는 결코 이들에 못지 않았다.

흔히들LPGA 첫해에 성적이 안 나는 이유를 현지적응능력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잘하는 사람은 어디가서도 잘한다. 박세리 선수도 LPGA데뷔 첫 해에 4승을 올렸다. 소렌스탐도 첫 해에 신인왕을 탔고, 타이거우즈도 프로데뷔 해에 최소타 마스터즈 우승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들 세 선수가 다른 선수들보다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필자가 보기에는 실력의 차이보다는 생각의 차이 때문이다.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들과 같이 골프를 했고, 국가 상비군 훈련도 함께 받았다. 10여년 동안 함께 부대끼면서 느낀 것인데 이들 세 선수들은 골프에 있어서는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간주했다.

어린 시절 고된 골프 훈련을 받으면서 가끔씩은 긴장도 풀 겸해서 숏 게임 내기를 하곤 했다. 그럴 때 이들 세 선수가 늘 이기는 게 아니었다. 승률을 따지자면 오히려 다른 선수들보다 결코 낫지 않았다. 그래도 세 선수들은 전혀 기죽지 않았고, 여전히 자신은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세 선수 모두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며 스스로 경쟁 상대인 동료 선수들과 차별성을 두려 했다. 골프 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내가 잘한다라는 마인드를 늘 간직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세 선수에게는 특별함이 있었는지, 아니면 세 선수가 늘 스스로에게 ‘나는 특별하다’는 최면을 거는 바람에 진짜 특별함이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후자쪽이 더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누구라도 자기 스스로에 대해 “특별하다”, “잘한다” 라고 생각할 때부터 그 선수는 특별해지고 잘하게 되는 것이다. 내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믿는 믿음에서 좋은 점수와 폭발적인 스윙이 생기는 것이다. 골프는 생각이 참 중요한데 하루종일 생각과 항상 잘치는 선수 뒤에만 서 있고 본인은 몸만 연습할 뿐이다. 참 안타깝다.

짧은 퍼팅도 “이것 쯤이야” 생각하고 과감하게 치면 아주 쉽게 들어가지만 “안들어가면 어떡하지” 하는 맘으로 치면 꼭 홀컵을 외면한다. 그만큼 골프는 내 자신의 대한 확신이 중요한 것이다. 노력해서 안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는 연습장에서 스윙을 할 때나 필드에 나갔을 때나 머리 속의 생각을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난 아주 특별하다. 난 아주 잘 친다. 난 잘 할 수 있다”로. 그러면 머리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생각을 바꾸는 것은 공을 하루종일 치는 것보다 스코어에 더 도움이 된다.

박나미 프로골퍼·KLPGA정회원 올림픽 콜로세움 전속 전 국가대표

입력시간 2003/04/1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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