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권력이냐 교권이냐] 마주보고 달리는 전교조 vs 교총

"공교육 붕괴"한 목소리, 교단분열엔 서로 "네 탓"

충남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의 자살 사건은 원인 제공자를 둘러싸고 교육계 안팎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몰고 왔다. 여론은 일방적인 비판만 쏟아내고 있을 뿐 정작 이번 사건의 본질인 교육계 내부의 뿌리 깊은 갈등과 반목에 대해서는 별반 주목하지 않는 분위기다.

주간한국은 서로 다른 노선을 견지해 온 두 단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측으로부터 교육계 현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받았다.

두 단체는 공교육 붕괴에 이르게 된 교육 현실에 대해서는 비슷한 인식과 처방을 내놓으면서도, 첨예한 이슈에 대해서는 서로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등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 서 교장의 자살 원인에 대한 견해는.

(전교조) 사건이 매듭지어지는 과정에서 지역 교장단의 억압적인 분위기와 학교 교감의 반발이 서 교장을 자살로 몰았다고 본다.

(교총)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를 전교조가 개입해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 무리한 요구를 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본다.


-법적, 제도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문제 해결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

(전교조) 교육청에 진정을 냈지만 피해 당사자는 면담하지 않은 채 며칠 뒤 무협의 결정을 내렸다. 법적, 제도적 절차가 제 기능을 했더라면 이런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교총) 일반 범죄자도 형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관련자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의 말이 진실인 것으로 확신하고 서면 사과 등을 요구한 것은 해당자에 대한 폭력에 다름없다.


-교원 단체(교원 노조)를 일반 사기업 노조와 비교한다면.

(전교조) 노동 기본권에 근거하고 구성원의 사회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하지만 교원 노조는 교육이라는 직종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고, 미성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활동 방식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교총) 소속 회원의 처우와 복지 향상을 위한 단체라는 점에서 같지만 교원 단체는 일반 사기업 노조와 달리 교육이라는 공공적인 업무를 맡고 있어 봉사 정신과 고도의 윤리성이 필요하다. 특히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단체 행동과 같은 권리는 일정 부분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교원 단체(교원 노조)의 정치 투쟁에 대한 견해는.

(전교조) 교원도 국민의 일원으로 정치적 기본권을 가지므로 원칙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단 교원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학생들에게 강요하거나 학부모에게 강요하는 행위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 위배된다. 하지만 민감한 사회적 현상에 대해 다양한 주장을 담은 자료를 제공하고 수업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정상적 수업의 일환이다.

(교총) 교원도 시민으로서의 기본권을 인정 받아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반전 수업 등 주관에 치우친 정치 수업은 교육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교원들의 연가 투쟁이 학생들을 볼모로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교조) 이런 우려를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에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업을 미리 당겨서 하고 연가를 낸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도외시하고 ‘수업 결손 = 학생 볼모’로 보는 것은 지나친 비난이다. 과거 교총 회원들은 수업도 조정하지 않고 평일에 학교를 떠나 전국대회에 참석한 적이 많았는데 그 때는 이런 비난이 전혀 없었다.

(교총) 교육자는 어떤 경우에도 학생과 함께 있어야 한다. 자신들의 이해 관계를 위해 수업을 포기하는 것은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학생을 교원의 권리 확보에 이용하는 것이다.


-교장단과 평교사간에 갈등이 형성되는 등 교단 분열이 심각한 수준인데.

(전교조) 교단 분열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 교장과 평교사 사이에는 다소 분열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감독 관청인 교육청의 중립적이지 못한 자세가 가장 큰 원인이다.

(교총) 교단 분열은 곧 한국 교육의 분열이고 그에 따른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간다. 노조에서 관리자를 적대적 타도 세력으로 보는 것은 교단 분열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교육 개방에 대한 입장은.

(전교조) 성급한 교육 개방은 취약한 공교육을 위협하고 교육 주권을 약화시킬 것이다. 또 입시 전쟁을 더욱 심화시켜 신종 학력 차별, 계층간 교육 불평등 등을 확대할 것이다. 교육 개방은 교육적 필요성 보다는 경제 논리를 앞세운 것이다.

(교총) 국가간 자본 시장의 경쟁 체제에 교육을 편입해 공교육의 본질을 크게 훼손하고 국내 교육 기능의 약화를 자초할 것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에 대한 견해는.

(전교조)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정보 인권 침해의 단적인 사례다. 처음 이 시스템을 구상한 것은 교육 부처가 아니라 기업체였다. 처음에 반대했던 교육부도 정치적 압력으로 의심되는 모종의 영향력에 의해 입장을 바꿨다.

(교총) 정보화 사회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개인 사생활 침해, 교사 업무 가중 등 문제점이 있는 만큼 보완 후에 시행돼야 한다. 지난해 교총과 전교조가 보완 후 시행에 합의했음에도 전교조가 이를 일방적으로 뒤집어 NEIS 자체의 철폐를 주장하고 나온 것은 몹시 유감이다.


-교장선출보직제에 대한 입장은.

(전교조) 교장선출보직제의 취지는 학교 운영에 교사와 학부모 의견을 제도적으로 반영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고 교장선출보직제는 그 중 하나일 뿐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좀 더 검토하고 토론해봐야 한다.

(교총) 교사가 교장을 뽑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방 공무원이 뽑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교는 교사만의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 학부모, 학생 모두의 것이다. 교사가 교장을 선출하게 되면 교단의 편가르기만 심화할 것이다.


-공교육 붕괴의 가장 큰 원인과 해결책은.

(전교조) 입시 경쟁 심화에 따른 사교육 비대화, 학교 현장의 전근대적인 관행 지속, 교원의 사회적 지위 하락 등이 원인이라고 본다. 사교육을 억제하고 권위주의적 학교 문화를 쇄신해야 한다. 또 학교 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창의적인 수업 모델 개발, 교원의 처우 개선 등이 뒤따라야 한다.

(교총) 입시 위주의 교육과 열악한 교육 환경, 그리고 교육자의 사기 저하가 주 원인이다. 획일적인 입시 제도를 폐지하고 교육 재정을 확대하는 한편 교원의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이영태 기자

입력시간 2003/04/15 15:56


이영태 yt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