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녀] 여성 경호원 전선영씨

사선에 서는 순간 '나'를 버리는 女戰士
국내 최초 여성경호단 '블루버드' 팀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영화 ‘사선에서’를 기억하는가? 케빈 코스트너의 ‘보디가드’는? 영화에 나오는 두 주인공은 자신이 보호해야 할 대상에게 날아오는 총알을 자신의 몸을 던져 막는다. 경호의 세계는 바로 그런 곳이다.

경호원은 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위험이 현실화할 때도 결코 이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역설적이지만 이는 경호원을 경호원답게 하는 것이다. 위험이 없다면 경호가 왜 필요하겠는가. 남성 일색이었던 이 곳에 여성들도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예전과 달리 경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요즘에는 경호를 원하는 고객의 폭도 많이 넓어졌다. 크고 작은 행사나 회사의 주주총회, 24시간 개인 밀착경호에 이르기까지 경호의 종류도 다양하다. 자연스럽게 여성 경호원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자부심 없인 해낼 수 없는 일

전선영씨(29ㆍ(주)한국경호경비시스템)는 국내 최초의 여성 경호단 ‘블루버드’의 팀장이다. 전씨는 “어떠한 순간이 와도 내가 아닌 의뢰인을 먼저 구해내야 하는 것이 경호의 기본자세”라며 경호원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내보였다.

“경호는 일종의 봉사나 마찬가지예요. 남을 보호한다는 자부심과 봉사정신이 없으면 절대 이 일을 해낼 수가 없어요.”

전씨는 TV나 영화에서 보는 검은 제복에 반해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절대 금물이라고 말했다. “돈이나 멋에 끌려 경호를 시작하면 사흘을 넘기기가 어렵습니다. 선발 시험에 합격을 하고도 교육기간에 경호원의 실체를 알고 그만 두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경호원은 무조건 경호라는 일이 좋고 경호 자체에 자부심을 갖아야 오래도록 이 일을 할 수 있어요.”


의뢰인의 버팀목

전씨 같은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워낙 운동을 좋아해 경호원이 되겠다고 했을 때 누구 하나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가족이나 친구들 심지어는 동네분들 까지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셨어요. 그런데 간혹 사회에서 만나는 분들은 제가 경호원이라는 말에 너무 신기해 하시더라구요. 언뜻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여자 같은 느낌인 모양이죠?” 전씨가 경호원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데는 두 가지 계기가 있다.

“98년 여름이었는데, 집 앞에서 칼을 든 남자를 만났어요. 순간 정말 무섭더라구요.” 당시 특공무술3단이었던 전씨는 어렵잖게 괴한을 격퇴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본인도 상당히 당황했었다고 한다. “그 남자가 달아나 버려 강도인지, 성폭행 범인지 알 수 없게 모든 게 미수로 끝났지만, 그때부터 이런 일들이 전혀 남의 일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친구나 주변 사람들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위험이기도 하구요.”

그러다가 전씨가 본격적으로 경호원의 길로 들어선 것은 99년 광복절 행사 때. 우연히 박서영씨(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딸)의 경호를 맡은 후부터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체육관 관장님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무조건 검은 정장을 입고 나오라는 거예요. 아무 것도 모르고 가봤더니 박서영씨를 경호하라고 하데요. 아 이런 일도 있구나 했어요.”

이 후 전씨는 능력을 인정받아 여기저기 행사 때마다 불려나가 자연스럽게 경호원이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경호원이 됐지만 전씨는 이제는 이 일이 천직같이 느껴진다고 한다. 힘없이 당하기만 하는 여성과 폭력의 위험에 불안해 하는 의뢰인들에게 자신이 버팀목이 되어준 다는 사실이 그저 기쁘다며 행복해 했다.


인내심과 책임감이 필수

여성경호원은 대부분 개인 경호를 많이 하는 편이다. 전씨처럼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의뢰가 잦은데, 이 때 필요한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넓은 마음이라고 한다.

“진짜 괜찮은 경호원이 되긴 싶지만, 경호원으로 사는 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해요.” 경호원이 되기 위해서는 사설 경호사에서 모집하는 지원요강에 따라 지원 한 후, 면접 및 인성검사에 합격하면 된다. 물론 합격한 후엔 일정기간 교육을 거친다.

“지원자격은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요. 키 165㎝ 이상에 단일 무술종목3단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인성이라고 생각해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해야 하니까요. 예를 들면, 경호기간에는 절대 반말을 할 수가 없어요. 또 비밀을 보장해야 하니까 입도 무거워야 하구요. 끝까지 책임을 다하려면 책임감도 강해야 하죠.”


프로정신으로 무장

여기에 블루버드의 팀장인 전씨는 여성대원들의 맏언니로써 철저한 프로정신과 직업의식을 강요하고 있다.

“연예인들의 경호를 하다 보면, 재미 삼아 경호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는 경호원들이 간혹 있어요. 이런 행동은 의뢰인인 연예인 뿐 만 아니라, 경호원 자신에게도 위험한 행동 이예요.” 나이가 어릴수록 이런 경호원이 많은 데 때문에 전씨는 여성 경호팀인 ‘블루버드’대원을 선발할 때 무술은 물론, 외모, 매너, 상황판단능력, 어학능력까지 고루 테스트를 한다.

경호원이라면 최고의 경호원이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전씨의 꿈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경호원은 의뢰인이 경호원을 버팀목이라 여겨 100% 믿고 의지하게 만드는 거라 생각해요. 또 하나 단순히 고객이 아니라 제 형제나 부모를 보호한다는 진실된 마음가짐이겠죠.”

입력시간 2003/04/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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