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타운] 오! 해피데이- Oh! Happyday

"너, 나라한테 딱 걸렸어"

만능 엔터테이너 장나라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개봉 이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영화 <오! 해피데이>는 황기성 사단이 제작하고 신인 윤학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윤 감독은 서울예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신촌문예 <유원지에서 생긴 일>로 희곡 당선, <슈퍼차 부부>로 서울방송 최우수 코미디 작품상 수상, 2002년 39회 휴스턴 필름 페스티벌에서 서울방송 성탄특집극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으로 골드상(최우수 작품상) 수상, 그리고 영화 <인연> <블루> 시나리오 집필 등 그 전적이 화려한, 그야말로 준비된 신인 감독이라 하겠다.




■ 감독 : 윤학열
■ 주연 : 장나라, 박정철, 장항선, 김해숙, 정다혜
■ 장르 : 코미디
■ 등급 : 12세 이상
■ 상영시간 : 106분
■ 제작년도 : 2003
■ 개봉일 : 2003년 04월 18일
■ 국가 : 한국
■ 공식홈페이지 : www.happyzzim.co.kr

윤 감독은 “첫 영화라 부족한 점이 많지만, 우울한 시대에 행복을 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영화의 뚜껑을 열어 보니 신세대들의 신데렐라로 통하는 장나라가 출연하는 단순 오락영화이니 만큼 영화내용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카피 또한 직선적이고 당돌하다. 바로 ‘찍은 놈 내꺼 만들기!’다. 오락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특히 한국 영화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선전문구 한 줄만 보고 영화를 본 것이나 다름없이 생각하려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과거에는 이런 뻔한 내용들에 대한 짐작이 곧잘 들어 맞아 내용에서부터 장면하나 하나에 이르기까지 생각했던 대로 스크린에 그려졌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이러한 관객들의 사고방식에 반발하듯 오락영화에도 절묘하고 기발한 반전을 넣는가 하면 보는 이의 가슴을 적시는 신파적 심상을 내용전개에 적절히 배치하는 테크닉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지구를 지켜라’와 ‘선생 김봉두’가 비슷한 케이스다.


다양하게 그려낸 황당 에피소드

영화 <오! 해피데이>는 엄밀히 말하면 현실에서는 결코 좋게 인식될 수 없는 스토커 & 변태적 행동을 자연스런 모습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한 영화라 말할 수 있다. 특히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는 캐릭터 설정과 그에 따른 극의 전개가 그렇다.

이 영화에 대해 혹평한 네티즌들은 그렇고 그런, 산만한, 유치한, 엉성한, 황당한, 오버하는 등등의 언어들과 수직적으로 연결시켜 평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로는 우선 영화를 보는 내내 철저하게 장나라라는 스타를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영화자체가 공희지라는 주인공이 만들어가는 에피소드를 나열한 형태라 그렇게 보여질 수도 있다고 자위해 보지만, 극의 전개상 필요이상으로 장나라라는 스타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는데 치중한 느낌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나타나듯 주인공의 행동을 그려낼 때 주인공의 어떠한 캐릭터라도 또, 어떠한 행위라도 그것은 정당하다는 듯 교묘하게 덮어버리는 ‘담치기’는 사실적 묘사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국내 관객들의 정서에 반하는 것이라 하겠다.

공희지는 김현준의 발목을 잡기 위해 온 가족 뿐만 아니라 주위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을 동원하고 또 동원된 이들은 ‘딸과 친구의 사랑을 위해’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고 움직이지만 이러한 것들은 자칫 냉정한 관객의 눈에 미친 짓에 동조하는 것으로 치부되어 ‘유치’와 ‘오버’의 극치라는 평가를 끌어내는 빌미를 줄 수도 있다.

또 공공시설과 경찰을 길가의 돌맹이처럼 취급하거나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길을 막는 등의 모습이 영화에서 처럼 뒷 탈 걱정 없이 아무렇게나 행해지고 덮어진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채러팅 싱글파티’에 자격 미달로 제외된 친구를 대신해 클럽 메드에 항의하는 공희지는 담배 피우는 고등학생, 원조교제하는 아저씨 등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 그녀가 친구의 억울함 앞에 가만있을 수 없다며 살쾡이처럼 손톱을 세우고 덤비려는 찰나, 클럽 메드의 팀장 김현준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만다. 그는 다름아닌 그녀의 이상형이었던 것.

한 번 찍은 남자는 절대 놓치지 않는 귀여운(?) 스토커 공희지에게 딱 걸린 현준. 그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희지는 현준이 묵고 있는 호텔에 잠입, 우여곡절 끝에 그의 다이어리를 손에 쥐게 된다. 현준의 스케줄과 취미, 추진사업 등 모든 정보를 파악한 희지는 그가 가는 곳마다 스토커처럼 나타난다. 막무가내로, 그러나 치밀하고 무섭게 돌진하는 그녀의 행동은 가히 상상불허에 유치찬란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귀찮게만 여겼던 공희지에게 귀여운 모습을 새록새록 발견하게 된 현준은 그녀에게 점점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현준은 공희지의 그러한 행동이 철저한 데이터 베이스에 의한 의도적 접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실망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현준의 약혼녀까지 등장하는 사태가 발생하지만, 이에 질세라 그녀는 친구와 가족, 사돈에 팔촌까지 총동원해 기상천외 천인공노 할 마지막 총공세를 펼친다.


오락성에 치중한 극의 전개

그 동안 수십 편의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아왔던 장나라가 첫 출연작으로 선택한 작품이 바로 <오! 해피데이>다. 어떤 영화든, 아니 거의 모든 영화는 혹평과 호평의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이 영화 또한 예외는 아닌데, 그 명암이 확연히 구분되는 이유는 장나라라는 스타와 오락영화의 특성이 결합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장나라가 ‘취화선’이나 ‘오아시스’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면 그 영화는 어떻게 보여질까. 영화의 질과 배우의 기능은 호환성에 있어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명랑소녀 성공기’의 장나라가 출연하는 오락영화에 지나친 혹평을 하는 것은 어딘지 이빨이 맞지 않는 ‘오버’다. 특정 스타가 나오는 오락영화는 그저 팬의 입장에서 그 스타를 보며 웃고 즐기면 그만인 것을, 거기에 시나리오와 영화의 완성도를 거론하는 것은 오락영화를 엔조이하는 적절한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 유명한 명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나오는 오락영화 ‘미트 패어런츠’를 놓고 누가 혹평을 했는가. 이 영화는 그저 귀여운 스타를 보며 편안하게 즐기기에 그리 나쁘지 않음을 말하고 싶다.

윤지환 영화평론가

입력시간 2003/04/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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