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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조절 좀 하시죠"

청와대 보좌진·민주당 신주류 대통령에 잇단 쓴소리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달이 채 안된 시점임에도 그를 향한 이른바 ‘쓴 소리 퍼레이드’는 계속되고 있다.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쓴 소리’는 민주당 구 주류와 한나라당은 물론 핵심 측근인 당내 신 주류와 청와대 보좌진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과 대립 각을 세워야 하는 당내 구 주류와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노 대통령 행보에 따라 사시(斜視)를 뜨고 ‘독설아닌 독설’을 내뿜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들의 발언에는 분명 적군의 심장부를 노려야 하는 정치적 의도가 일정 부분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 신 주류와 청와대 보좌진에서부터 쓴 소리가 나오는 점은 그 차원이 다르다. ‘동상동몽(同床同夢)’의 위치에 있는 아군 측에서 제기되는 이런 발언은 공격용이 아닌 수비용에 가깝다. 자살테러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자기 지휘부에 폭탄을 던지겠는가. 그런 면에서 이들의 쓴 소리는 ‘달착지근한 독약사탕’이 아닌 ‘몸에는 좋지만 입맛 쓴 보약’인 셈이다.

여당 의원들이, 그것도 출범한 지 50여일 밖에 안된 대통령에게 이렇듯 공개적으로, 또는 언론을 통한 우회적인 수법으로 뼈아픈 충고를 일삼는 행태는 근래 보기 드문 일이다.

역대 정권을 보면 집권 초기에는 그저 청와대를 향한 안테나를 곧추 세운 뒤 어떡하면 대통령에게 잘 보일 수 있을까를 궁리했던 게 과거 여당 의원들의 일반적인 행태였다. 서슬퍼런 집권 초기에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과 충고를 내뱉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소신을 앞세운 노 정권 측근들의 용기 있는 자세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렇게 자주, 또 많은 사람들이 고언(苦言)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노 대통령도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할 사안이다.

파격을 일삼는 노 대통령의 행보가 보수 진영이라든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특권층 집단에서만 불안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고 핵심 실세들 눈에서도 어느 정도 교정할 측면이 있다고 보여진다는 반증이다.


‘Mr.쓴 소리’ 조순형 의원 첫 테이프

이제는 ‘Mr.쓴 소리’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은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3월 초 거의 정권 출범과 동시에 첫 테이프를 끊었다. 조 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진대제 정통부장관 파문과 노 대통령의 직접 공개토론 및 외교안보 관련 발언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사퇴 여론이 일었던 진대제 장관의 경우 노 대통령에게 강력히 사퇴 건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과 도덕성을 표방하는 참여정부 국무위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검사들과의 토론회와 같이 이해 당사자와 직접 담판을 통한 현안해결 방식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원수이며,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공개토론에 나서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국정운영 방식”이라면서 “직접 담판은 책임총리, 책임장관 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잘못하면 국무총리와 장관의 무소신·무책임·무원칙의 국정수행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4월17일에도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노 대통령의 국민담판 방식은 위험하므로 대통령이 하려 해도 장관이 말리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또 노 대통령이 외교안보와 관련한 대외적 발언을 할 때 관계부처와의 사전 검토 및 보좌진의 조언을 듣고 신중히 하도록 건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더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미국에게 지나치게 나가지 말 것을 주문한 것을 예로 들면서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가 나라의 명운과 직결되는 만큼 정교한 외교적 수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실상 노 대통령에게 훈수급 충고를 한 셈이다.

그러나 조 의원은 이라크전 파병과 특검법 수용 문제에서는 노 대통령 입장을 지지하고 나서는 등 사안별로 소신 있는 자세를 취해 비판의 무게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핵심 측근들, 잇딴 충고성 苦言

쓴 소리 원조 격인 조 의원 이후에는 신 주류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4월8일 당내 대표적인 386 세대인 송영길 의원이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노 대통령의 언론관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송 의원은 “보수언론을 날카롭게 비판해 온 논설위원 층에서 왜 보수언론과 같은 입장에서 대통령의 언론관을 비판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대다수 일선 기자들은 언론인 본연의 사명을 수행하고 있을 것”이라고 썼다.

다음날인 9일에는 신 주류에다 개혁파로 분류되는 정장선 의원이 나섰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대통령이 모든 것에 참여하고 결정하는 인상을 줄 경우 모두가 대통령만 상대하려 하고 정부조직의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의 ‘직접 담판’식 국정운영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 함승희 의원이 나섰다. 그는 17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노 대통령 측근들이 받은 돈은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무혐의의 예단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청와대 핵심 측근을 겨냥했고, 이에 앞선 3월18일에는 “노 대통령의 검찰인사는 기수파괴를 구실로 마음에 들지 않은 일부 인사 배척의 목적만 달성했을 뿐 진정한 의미의 개혁적 발탁인사와는 거리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의 말 속에는 상대방을 공격하면서 국민적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 캠페인적 요소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핵심을 찌르기도 했다. 함 의원의 검찰인사에 대한 비판에는 천정배 의원도 나서 “호남 배제 인사는 정치적으로나 원칙적으로나 잘못됐다”고 거들었다.

추미애 의원도 “대북송금 특검법 개정에 대해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해야한다”며 “북 중 미 3국만의 회담으로 한국이 배제된 데에는 특검법을 그대로 공포한 데서 나타난 이상증후군”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유인태 정무수석과 박주현 국민참여수석 비서관도 노 대통령의 코앞에서 쓴 소리 대열에 합류했다. 유 수석은 “말이 많으면 설화(舌禍)에 휩싸일 소지가 많으니 노 대통령은 말수를 줄여야 한다”고 직언했고, 박 수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의석상에서 ‘안됩니다’라고 말하기 힘든 분위기”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盧, 虎視牛行 언급, “내 갈길 가겠다”

이에 노 대통령은 언론과의 인터뷰와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운 글로 자신의 입장을 대신했다. 그는 4월14일 취임 50일을 맞아 진행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의외로 저항과 장애는 보수세력에서만 완강한 게 아니다.

보수세력의 저항은 부닥쳐서 설득하고 극복해 나가기 쉬운 쪽이고 변화와 개혁을 유도하는 쪽과의 마찰과 갈등이 나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지게 만든다”고 밝혔다. 반대 쪽의 반발보다 같은 편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게 더욱 어렵다는 얘기다. 거기에는 속도조절에 따른 시각 차도 있을 수 있고 현실론에 입각한 정책수립이 때론 이전의 사고체제와 동떨어진 결정을 할 수도 있는 대통령으로서의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는 또 4월18일 청남대에서 개혁의 방법을 `호시우행(虎視牛行ㆍ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걷는 것)'이라는 4자 성어로 정리했다. 노 대통령은 “제가 생각하는 개혁의 방법은 일부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대립적이거나 과격하지 않다”며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겸손한 마음으로 이해시키고 그들 스스로 변화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막연한 불안감으로 흔드는 사람들도 있었고 `노무현이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30년 후퇴한다'라는 생각으로 고언을 서슴지 않는 국민도 있었다”고 소개한 뒤 “그러나 지금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누구 편도 아니며 소처럼 묵묵히 길을 가면 미워하는 사람들도 이해하게 되리라는 것을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에 대한 비판 세력까지 보듬어 안고 나아갈 것을 밝힌 셈이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는 정부 출범부터 천명해 온 확고한 국가개혁 의지가 엿보인다. 아무리 자신을 흔든다 해도(그것이 아군이던 적군이던 간에) 의지를 갖고 개혁정책을 지속하다 보면 결국은 자신을 이해하고 이 길이 옳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란 기대도 섞여 있다.

분명 노 대통령의 기대대로 변함없는 개혁의지와 그에 대한 지속적인 추진은 국가적 희망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행(牛行)처럼 한발 한발 내딛는 국정운영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호시(虎視)부분이다.

목표물을 정확히, 신중하고도 흔들림없이 노려본다는 뜻이겠지만, 자칫 목표물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달리는 경주마처럼 좌우를 보지 않고 정면만 지향하는 편협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적군으로 분류되는 부류의 목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해도 아군인 신 주류들의 목소리 마저 귀를 닫아서야 되겠는가.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2003/04/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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