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왼손잡이면 어떤가

4대 메이저 타이틀의 하나인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십의 영광이 왼손잡이 골퍼인 마이크 위어(캐나다)에게 돌아갔다. 마스터스대회에서 왼손잡이 선수가 우승한 것은 무려 33년만이다.

왼손잡이. 말로만 들어도 약간은 생소한 느낌이 든다. 같은 선수라고 하지만 왠지 국내에서 ‘왼손잡이’ 골퍼는 오른손잡이 골퍼에 비해 손해를 본다는 느낌이 든다. 인도어 연습장에 가도 타석매트(자리깔판)을 돌려서 사용해야 하고 공 나오는 기계도 돌려야 한다.

최근에는 왼손잡이 골퍼들이 많이 늘어서인지 타석 입구에 들어서면 한 층의 맨 끝자리는 양 타석으로 만들어 왼손잡이 골퍼가 와도 바로 칠 수 있게 타석을 배치해 놓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도 불편함은 여전하다. 필자도 왼손잡이 골퍼가 찾아 오면 레슨을 할 때 손이 많이 필요했던 기억이 난다.

국내에서는 7~8년 전만해도 왼손 플레이어는 골프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우선 왼손잡이용 클럽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프로한테 레슨을 받으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상당수 왼손잡이들이 골프를 칠 때는 오른손잡이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클럽 구입도 골프숍에 요청하면 2~3일 내에 구입할 수 있다. 옛날보다는 왼손 플레이어가 많이 편해진 셈이다.

그렇다며 왼손으로 치는 골프는 어떨까. 흔히 골프는 ‘왼손의 힘이 좋아야 잘 친다’ 라는 속설이 있어 왼손잡이를 부러워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은 왼손잡이에겐 별 효력이 없다.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이 강하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스윙을 시작해 오른손으로 다운스윙을 하며 임팩트를 가한다.

반대로 왼손잡이는 왼손으로 스타트해 왼손으로 가격한다는 점에서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양쪽의 스윙 궤도는 같기 때문에 별 차이는 없다. 단지 어느쪽으로 스타트 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예전에 한번 왼손잡이 골퍼와 라운딩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왼손으로 플레이 하면서 제일 어려운 애로 사항이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특별한 애로사항은 없지만 좀 더 체계적인 레슨을 못 받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왼손잡이 플레이어들을 위한 레슨 지침서는 따로 없다. 책을 보고 이론적인 것들이 이해는 가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몸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실전 연습이 쉽지 않다. 모든 골프 레슨은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왼손잡이 골퍼들은 대부분이 독학을 해야 한다. 더구나 레슨 프로들도 대다수 오른손잡이라 왼손잡이에 대해서는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 나온 클럽의 경우 구입하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오른손 잡이는 맘에 들면 바로 그 자리에서 구입하지만 왼손잡이용은 특별 주문을 해야 되니 말이다.

그렇다고 왼손잡이가 골프에 입문할 때 ‘어느 쪽으로 골프를 시작할까’ 하는 고민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글씨를 잘 못쓰듯 왼손잡이는 그냥 왼손으로 쳐야 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왼손으로 치면 좋은 감각과 좋은 점수가 나올 것이다.

골프계에서도 세계 정상급에 있는 왼손잡이 프로들이 많이 있다. 이번 마스터스 우승자인 위어를 비롯해 필 미켈슨 등 왼손 골퍼들이 의외로 많다.

개인적으로는 왼손으로 잘치는 사람을 멋지게 생각한다.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윙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골프는 방향이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힘을 얼마나 절제하고 컨트롤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박나미 프로골퍼·KLPGA정회원 올림픽 콜로세움 전속 전 국가대표

입력시간 2003/04/2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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