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감각적으로 표현한 판타지 룩

귀엽고 유머러스한 아트패션, 예술적 감각의 입는 즐거움

귀엽다. 사랑스럽다. 앙증맞다. 유치하지만 갖고 싶다. 옷이나 패션소품에 재미있는 일러스트와 회화적인 느낌을 가미한 제품들이 등장했다. 유머러스한 감각이 느껴지는 패치워크나 아플리케 장식, 아이들 낙서 같은 단순한 그림들이 보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키덜트 패션의 연장선에서 즐겁고 유쾌한, 예술적 감각이 더해진 패션이 뜨고 있다. 올해의 키덜트 패션의 중심은 예술적인 고급스러움이다. 한마디로‘철없는 공주패션’에서 가치를 아는 ‘귀족패션’으로의 전이다. 펀아트패션(Fun Art Fashion)의 시작을 주목해 보자.

‘키덜트’는 어린이(Kid)와 어른(Adult)을 결합한 신조어 키덜트들의 패션 핵심은 한마디로 ‘펀투웨어(Fun to Wear)’, 재미있는 패션이다. 20~30대를 중심으로 인형, 캐릭터 같은 아이의 감성과 취향을 지닌 성인을 일컫는다. 진지한 것보다는 가볍고 예쁘면서도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는 최근 사회적 요인에서 비롯된 키덜트는 복고 문화를 주도했다.

1960~80년대에 유행했던 장난감, 로봇, 캐릭터, LP판 등을 수집하고 최근에 나온 만화책이나 캐릭터 상품도 자신의 기호에 맞으면 구매하는 등 동심을 되살리고 있는 이들은 소비중심세력으로 떠올랐다.


예술적 감각 살린 작품

그러나 최근에 나타난 패션은 키덜트패션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헬로키티, 마시마로는 유치하다고 생각한다. 보다 예술적인 감각을 살린 ‘작품’을 지니고 싶어한다. 여성들의 맘속에 있는 각자의 환상과 이미지를 현대적 감각과 세심한 디테일로 꾸며 가장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어린 마음을 상기시켜주는 패션. 심각한 것을 싫어하며 가볍고 유머러스한 것. 값비싼 이미지까지 더해 럭셔리 대열에 합류하기를 원한다.

여기에는 팝아트의 영향도 크다. 팝아트는 대중문화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미술로 수용한 사조로서 예술성 자체보다 대중매체에 대한 새로운 태도였다. 이런 대중문화의 속성들을 엘리트주의에 물든 예술과 결합함으로써 엄숙성에 반기를 들었던 팝아트는 모든 창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팝아트는 텔레비전과 매스 미디어, 광고 등에 등장하는 배우나 인기인, 상품, 코카콜라, 캔 식품, 만화 속의 주인공 등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소재들을 미술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라는 이분구조를 없애고, 산업사회의 현실을 미술 속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한 긍정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특히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스타인, 클래스 올덴버그 등의 아티스트들은 우리의 눈에 익은 것들, 마릴린 먼로의 얼굴, 미키 마우스의 이미지, 세븐 업의 마크 따위를 작품에 도입해 표현했다. 가볍고 재미있고 흔하지만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에 가치가 남다르다. 펀아트패션은 이같이 흔하고 접하기 쉬운 아이디어들을 ‘작품’으로 끌어올린 패션아이템을 말한다.


유아적 감성 표현

평소 점잖고 보수적인 브랜드들도 펀아트패션에 발을 들여놓은 지 오래다. 샤넬, 루이비통은 방울 머리 끈을 내놓아 유아적인 감성을 표현한 바 있다. 루이비통은 낙서를 한 듯한 ‘그래피티(Graffiti)’ 라인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펀아트패션에 나섰다.

다음 시즌 동화 속 환상을 꿈꾸게 하는 ‘백설공주’ 비주얼을 선보였고 이번 시즌에는 일본인 팝아트 아티스트 무라카미 타카시의 캐릭터를 모노그램 위에 찍어냈다. 괴상한 외계인의 얼굴을 한 캐릭터나 꽃잎 안에 웃고 있는 얼굴을 넣은 캐릭터는 분명 유아적인 발상이지만 아티스트의 ‘작품’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신인 디자이너가 전체 컬렉션의 80%를 차지하는 런던컬렉션. 이번 시즌에서 주목받은 디자이너는 영국인 아티스트 줄리 바호벤의 ‘지보 바이 줄리 바호벤’ 데뷔 컬렉션이었다. 메탈릭 실버나 네온 컬러 패턴을 통해 비비드한 젊은 감성이 돋보였던 줄리 바호벤은 지난해 루이비통 아플리케 디자인으로 유명해진 아티스트. 팔레트를 모티브로 한 아플리케, 풍자적인 일러스트 등 아트패션의 가능성을 알렸다.

국내에서 예술과 패션의 만남은 패션기업 ‘쌈지’를 예로 들 수 있다. 기업이념 차원에서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브랜드 이미지와 접목하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쌈지는 만화, 일러스트, 사진, 수집 등 테마가 있는 전문전시장, ‘쌤쌤쌈지회관’을 오픈 했다. 전시장의 섭외 및 진행을 맡은 아트디렉터가 ‘아저씨의 장난감 일기’의 저자인 만화가 현태준씨로 아티스트와의 적극적인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


회화적 분위기 만끽

펀아트패션이 다분히 장식적이기 때문에 가방이나 액세서리 제품에서 먼저 찾아 볼 수 있다. 디자이너 다이앤 본 펄스텐버그의 ‘레스포색’은 초경량 소재를 사용해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고 인기 아이템은 귀여운 플라워 프린트를 모티브로 한 ‘원더랜드 프린트’. 또 초록색 숲을 일러스트로 표현한 ‘빌리지' 라인도 회화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홍콩출신 세 자매가 설립한 가방브랜드 ‘치치뉴욕’은 발랄한 소녀의 꿈을 수공예 모티브로 표현했다. 비즈나 팰트, 다른 천을 덧댄 피치워크 스타일이 특징이다. ‘케이트 스페이드’ 또한 캐서린 노엘 브로스나한의 감각적인 디자인이 예술적인 경지에 오른 잡화브랜드.

특히 ‘베이비백’은 캔버스에 붓으로 그린 듯한 일러스트레이터 마이아 칼만의 단색 삽화가 프린트되어 회화적인 느낌이다. 나비문양의 로맨틱한 이미지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 ‘안나수이’. 19세기 빅토리안 풍의 고급스러움과 60년대 히피스타일을 뒤섞은 듯한 안나수이는 동서양을 조화롭게 믹스해 미술 공예스타일로 매력을 주고 있다.

일러스트로 표현된 인물 캐릭터, 동물문양, 낙서 같은 글씨, 여러 가지 천을 덧대어 바느질해 유아적인 패치워크, 유치할 정도로 많은 색을 사용한 소품, 빨강, 파랑, 노랑 그리고 분홍의 원색의 캔디컬러를 자유롭게 매치 한다. 이런 것들이 펀아트패션의 요소이다.

불규칙하고 상징적인 문양과 이미지는 예술성이 강하기 때문에 개성을 뽐내기 위해서는 정해진 공식대로 옷을 입기보다는 마음내키는 대로 입는 것이 가장 좋다. 펀아트패션은 장식이 많기 때문에 단순하게 코디 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뷰티제품의 패키지 예술, 귀엽고 사랑스런 내 가방 안에 예술품
   
지난해 3월 수입돼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화장품 입점 업체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던 색조전문 브랜드 ‘스틸라’. 스틸라가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단순히 화장품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올해로 10살이 된 ‘스틸라’는 제품 광고를 위해 스타급 모델을 쓰지 않고 다양한 일러스트를 사용한다. 수천의 다양한 일러스트에서 자신만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직업을 지닌 여성을 모델로 패셔너블하고 센스 있는 모습을 연출하는데 국내에 처음 선보였을 당시 남대문을 배경으로 부채를 들고 있는 한국여성을 일러스트로 표현해 친근함을 더했다.

화장품인지 팬시상품인지 모를 제품은 스틸라 뿐은 아니다. 호주 메이크업 아티스트 나탈리 블룸이 불과 스물 세 살 때인 93년 창립한 ‘블룸’도 귀여운 오드리 헵번의 이미지 ‘미스블룸’ 일러스트 패키지로 사랑 받고 있다.

이태리의 뿌빠는 이제 막 화장을 시작하는 소녀들을 위한 브랜드로 장난감 같은 패키지에 곰돌이, 요요, 하트, 별 등을 용기 디자인으로 사용해 색다른 취향을 강조했다. 색조화장품으로 귀엽고 깜찍한 것으로 좋아하는 젊은 여성들의 구미에 맞춰 알록달록하고 앙증맞은 용기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다.

우아하고 품위 있는 여성을 표현하는 향수제품 또한 유머러스한 패키지로 시선을 돌렸다. 모스키노의 향수 ‘로 칩앤쉬크’는 ‘뽀빠이’의 올리브 캐릭터를 사용했다. 앤디워홀의 대표적인 프린트 작품 마릴린 먼로를 패키지로 사용한 향수 ‘마릴린’, 핑크색 병에 분홍 입술과 볼연지를 한 여성캐릭터가 그려진 안나수이‘돌리 걸’ 등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아트 적인 패키지 예술의 대표작이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4/2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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