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총련 변화는 시대적 요구"

정재욱 신임 한총련 의장

지난 13일 11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신임 의장에 선출된 정재욱(23ㆍ기계전자공학부 4년)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지경이다. 연일 이어지는 TV, 라디오 방송 출연과 신문 잡지의 인터뷰 요청에다 새벽까지 계속되는 회의 때문이다.

지난 한 달간 한총련 의장 선거 유세를 다니느라 당선 다음날 스트레스성 쇼크로 쓰러지기도 했던 그는 “한총련의 향후 행보가 노무현 정부의 국정 방향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주위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당선 직후 “한총련의 발전적 해체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한총련 문제를 사회의 이슈로 만들었다. 그가 생각하는 한총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한총련 의장이라는 자리에 대한 부담감이 클텐데.

“나 역시 지난해 월드컵 때는 붉은 악마가 돼 환성을 질렀고, 미군 장갑차에 의해 숨진 여중생을 추모하기 위해 광화문에 촛불을 들고 나간 새 세대의 일원이다. 한총련의 변화도 이러한 새 세대의 자발성과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추진할 것이다.”


- 가장 시급한 한총련의 과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총련 합법화다. 늦어도 5월 한총련 출범식 전에는 한총련 합법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반전운동도 소홀히 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밖에도 평양을 방문해 남북한 대학생들이 허심탄회하게 민족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 한총련의 발전적 해체는 합법화를 끌어내기 위한 전술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합법화 문제는 기존 수감자 석방, 수배자 해제, 11기 대의원에 대한 수배조치 중지 등이 주요 내용이고 발전적 해체는 말 그대로 새로운 조직을 만들자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문제다.”


- 사회적 이슈가 된 한총련 수배자 문제 해결 방안은.

“새로운 조직으로 간다고 해서 수배자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수배자 문제 대책위를 중심으로 해결하고, 한총련은 또 다른 방향에서 합법화를 추진하기 위해 새 조직을 건설할 계획이다.”


- 한총련의 이적성 시비는 어떻게 풀 계획인가.

“강령이 문제라고 해서 강령을 바꾸면 다음에는 활동을 문제 삼는다. 활동을 바꾸니 이제는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이 문제라고 한다. 과거 한총련 수배자들에 대한 처리 문제만 봐도 일관성이 없다. 국민들에게 인정 받는 범위 내에서 활동을 해 나갈 생각인 만큼 정부도 전향적으로 대해줬으면 한다.”


-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한총련의 입장과 관련된 시비는 어떡하나.

“한총련은 한 번도 북한을 추종한 적이 없다. 항상 남북 정부가 합의했던 부분을 중심으로 사회 내에서 실천할 수 있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7.4 공동성명 정신, 6.15 남북공동선언 합의 정신 존중 등 우리가 이야기하는 남북관계의 틀은 정부의 통일정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새로운 학생 운동조직은 어떤 형식이 되는가.

“한국사회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는 좌파계열 학생운동 조직과 그간 한총련을 외면해 온 많은 대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우선 목표다. 그 속에서 저항과 반대만 하는 세력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건강한 운동세력으로 자리잡아 나가도록 할 것이다.”


- 기존 한총련의 조직 운영에 있어서 폐쇄성 논란이 있는데.

“한총련 이적 규정 때문에 각 대학 학생회장들을 무조건 잡아 가두는 바람에 한총련이 학생들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 한총련 이적 규정이 철폐되면 과감한 변화와 혁신으로 대중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 포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한총련 중심의 학생운동이 힘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안팎의 상황이 모두 어려웠다. 이제는 우리부터 달라지겠다.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고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는 단체로 거듭날 것이다. 새로운 학생운동을 지켜봐 달라.”

정상원 기자

입력시간 2003/04/25 10:38


정상원 ornot@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