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엘류의 '아름다운 도전'

지난달 코엘류 감독의 한국 생활을 동행 취재했던 포르투갈의 한 기자는 “유럽 명문구단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그가 왜 한국행 비행기를 탔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2000유럽축구선수권에서 포르투갈을 4강에 올려 놓은 그가 유럽에서의 치솟는 인기를 뒤로한 채 모로코에 이어 한국 대표팀을 맡는 등 ‘변방’을 맴도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게다가 월드컵 4강 신화에 빛나는 한국은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는 없다’는 말이 나돌 만큼 히딩크의 후임은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고 그만큼 태극호 선장은 어느 감독에게든 ‘모험의 자리’다.

코엘류가 히딩크에 견주어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 지는 두고 봐야 겠지만 ‘인간 코엘류’는 일단 합격점이라는 게 축구계의 중론이다. 시골 아저씨 같은 푸근한 외모에 카리스마와 결단력을 겸비한 그는 우선 축구는 물론 한국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물 좀 주세요’, ‘우린 자신 있다’ 등 쉬운 우리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가 하면 ‘음식문화와 식사예절을 이해하기 위해’ 국수전골과 비빔밥 등 매운 맛도 마다하지 않는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히딩크가 스파게티라면 코엘류는 구수한 된장국을 연상케 한다”고 평했다.

코엘류의 가족도 벌써 한국팬을 확보하는 등 친근함으로 다가섰다. 아내 로랑스는 에어프랑스 스튜어디스 출신답게 화사한 미소와 상냥한 말투로 방한 첫날인 16일 기자들과 거리낌없이 대화를 주고 받았다. 로랑스는 특히 김치와 불교 등에 깊은 관심을 표하며 한국을 예찬하기도 했다. 히딩크가 연인 엘리자베스의 언론 접촉을 피한 것과 대조적이다.

둘째 딸 조한나도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고 자상한 것 같다. 날씨도 좋고 마음에 든다”며 만족해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이미 조한나의 팬클럽이 등장했다. 대학생인 코엘류의 큰딸은 미국 유학중이며, 로랑스와 조한나는 6월 서울에 정착할 예정이다. 아무튼 ‘히딩크 신드롬’에 이어 ‘코엘류(流) 돌풍’이 다시 한번 한반도를 강타할 지 지켜볼 일이다.

이종수 기자

입력시간 2003/04/25 15:29


이종수 j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