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탐구] 개그맨을 웃기는 입담천제 김제동

상경 스타된 자칭 '대구촌놈', 음지 MC 10년만에 "떴다"

언제부터인가 한 못생긴 남자가 사람들을 웃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한 프로그램에서 유난한 입담을 자랑하는가 했더니 어느새 각종 오락 프로그램의 패널로 방송 3사를 종횡무진 누비더니 결국 신설되는 오락프로그램의 메인 MC로까지 등극하게 되었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에 길거리 어디에서나 쉽게 만나질 것 같은 평범한 외모의 이 남자는 요즘 일주일에 7~8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늘씬늘씬한 미남미녀에 끼 많고 입담 좋은 이들이 판을 치는 방송계에서 웬만한 톱스타가 부럽지 않은 인기를 뽐내고 있는 것이다.

5월 3일부터 MBC에서 방송되는 ‘까치가 울면’의 MC를 맡은 김제동 (30)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인기가 있나요? 근데 왜 아무도 나한테 말 안 해줬지?”인기인이 된 데 대한 소감을 물었더니 전혀 몰랐다는 듯 너스레를 떨어왔다.

“인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있다면 아마도 이 옆집 아저씨 같은 외모 때문이겠죠. 이번에 새로 맡은 프로그램도 농촌을 찾아가는 프로거든요. 그래서 가장 촌스런 외모를 가진 제가 선택된 게 아닐까요? 딱이잖아요?!” 촌스럽다는 스스로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그는 사실 지금까지 서울 생활이 몸에 맞지 않아 고집스레 ‘여관생활’을 했었다.

삶의 터전인 대구를 떠나기 싫어 방송 출연 때만 서울에 올라와 여관에 짐을 풀고 스케줄이 끝나면 대구로 직행했었던 것.

하지만 넘치게 바쁜 서울에서의 방송 활동은 결국 그를 서울로 불러올리게 되었다.“이사한 소감이요? 공기가 나쁘던데요 (웃음). 아직은 갑갑해요. 집 근처 지리도 모르니까 집에만 갇혀 있게 되고.”


농구장ㆍ야구장 누비던 재야스타

촌사람이 서울에 와서 힘들어 죽겠다며 어리광을 늘어놓는 그에게 그래도 뜨고 나니까 좋은 점도 있지 않겠냐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경제적인 면도 많이 나아졌을 것 같은데.

“방송 안 할 때도 그렇게 못 살지 않았어요. 그때도 제 입 하나로 우리 식구를 다 먹여 살렸는데요, 뭐.”그는 방송에 많이 비춰진다고 해서 예전에 비해 크게 성공한 것처럼 비춰지는 시선들이 맘에 들지 않는 듯 했다.

그가 MC를 시작한 지도 어언 10년. 비록 방송에 비춰지지 않았을 뿐이지 그는 한결같이 웃기는 남자였고 입담 좋은 MC였다. 3년 동안 농구 경기장의 장내 아나운서 생활도 했고 또한 프로야구단의 전속 MC를 지내기도 했다.

그 밖에도 각종 축제나 행사의 레크레이션 MC로 지방에선 특히 대구에서 김제동은 일찌감치 유명인사였었다. 말 그대로 재야(在野) 스타였던 것. 그랬던 만큼 방송에서의 인기에 그리 새삼스러워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막상 저랑 인터뷰하니까 별로 재미없죠? 제가 원래 질문에 답하는 이런 형식에는 익숙하질 못해요. 경찰서에 잡혀가 본 적이 없어서 ‘취조’에 약하거든요. (웃음)”진지해 진다 싶었더니 어느새 또 다시 사람을 웃기는 그에게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많은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일이 두렵지는 않은지 물어보았다.

“ 왜 안 두렵겠어요.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걸 보면 ‘전투의지’가 샘솟아요. 좋다, 제대로 한번 붙어보자! 그런 전투의지요. 모여 있는 사람들을 웃겨야만 직성이 풀리죠.” 그의 직성대로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또 ‘폭소클럽’에서 입만 열었다 하면 사람들을 웃기는 그였기에 많은 이들이 그를 ‘개그맨’으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은 개그맨이 아니라고 했다.

개그맨을 꿈꿔본 적도 없냐고 물었더니 “전 연기를 못하거든요. 겪었던 재미있는 상황들을 재현하는 건 자신있는 데 작정하고 연기해서 웃기는 능력은 없는 것 같아요.”라며 그저 주변 사람들과의 어울림 속에서 생기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자신의 웃음의 원천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그의 주변엔 참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친구란 이름으로 포진되어 있다. 그를 방송계에 데뷔시켜 줬다 해도 과언이 아닌 윤도현을 비롯해 농구계의 김병철, 김승현은 물론이고 야구스타 이승엽까지 모두 그와의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인간관계의 특별한 비법이 있을지 궁금해 졌다.

“없어요. 모두 세월이 만들어 준 친구들이죠. 인간성이 아주 개차반은 아니니까 자연스레 정이 든 거죠. (웃음) 스포츠 선수들과는 아무래도 오랜 시간 장내 아나운서 생활을 하다보니 친해질 기회가 많았고. 연예계 쪽도 거의 데뷔하기 전에 만난 분들이 많고요. 친한 분들 중 특히 이홍렬 형님이나 강호동 형, 박수홍 형들 같은 경우는 저한테 과분하게 잘해주세요. 그런데 그런 친분이 제가 잘해서거나 성격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분들 인간성이 좋아서 생긴 것 같아요.”


“자연스런 웃음 주는 MC 되고싶어요”

서른 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인정받고, 친구라는 재산을 많이 가진 남자 김제동. 가진 게 많은 만큼 소중한 것도 많을 그에게 마지막으로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물어보았다.

“ 상식이 아닐까요?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는 일이 상식인 것처럼 누구나 당연시하는 상식을 지킬 줄 아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흔히들 하는 말처럼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상식이 통하는 인간으로 남고 싶다는 거죠.” 그는 또한 과장된 상황에서의 억지웃음이 아닌 생활 속에서의 자연스러운 웃음을 줄 수 있는 MC 가 되고 싶다고 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삶의 소소하지만 세밀한 즐거움을 말할 줄 아는 MC로 남고 싶다고 했다. 그의 ‘웃음을 향한 싱싱한 전투의지’라면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닐까?

김성주 연예라이터

입력시간 2003/05/0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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