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불복종의 이유


■ 불복종의 이유
하워드 진 지음/이재원 옮김/이후 펴냄

이 책은 미국을 대표하는 반전 운동가이자 실천적 지식인의 표상인 하워드 진이 전세계의 시민들에게 들려주는 불복종의 논리다. 동시에 폭력, 전쟁, 대량학살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세계의 정부에게 보내는 그의 고발장이기도 하다.

2003년 4월15일 백악관 로즈가든. 이라크 전쟁의 종전을 선언하며 부시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세계는 안전해 졌다.” 한달여 동안 이라크 군인 2,300여명, 이라크 민간인 1,2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함무라비 법전을 비롯해 바빌론 수메르 앗시리아 시대의 유물 17만점을 사라지게 만든 이 전쟁은 그렇게 합리화 됐다. 어째서? 그의 대답은 이럴 것이다. “세계는 이제 테러리스트들과 불량국가에서 안전해졌으므로.”

그러나 하워드 진은 미국의 유명한 독립언론인 I.F 스톤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되받는다. “전쟁이 세계를 안전하게 만든 역사는 없다.” 오늘날까지 인류가 자신들의 안전과 평화, 자유와 권리를 지키고 신장시켰던 방법은 전쟁이 아니라 민중들이 행한 어떤 일 때문이요, 민중은 자신의 조직된 힘에 의해 그런 성과를 일궈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하워드 진은 9.11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02년1월 사이 자신이 행한 대담을 통해 우리에게 불복종이 필요한 이유를 조목조목 밝혀낸다. 그가 말하는 불복종은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그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정부를 의심할 수 있으며, 정부가 우리를 속인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큰 목소리로 정부를 성토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정부는 “아주 사소한 문제들에만 언론의 자유가 허용되고, 생사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런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것”을 민주주의라고 여긴다. 부시 행정부의 법무장관은 하워드 진이 민주주의자라고 부르는 불복종자들을 “자유를 잃을 것이라는 환상을 부추기며 평화를 애호하는 사람들을 겁주는 자들”이라고 부르지 않았는가.

하워드 진이 “오늘날 만큼 토론과 자유로운 의사표명이 가장 시급한 시기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까닭이다.

책 전편에 “역사는 아래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하워드 진의 신념이 깔려있다.

입력시간 2003/05/0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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