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야당다운 야당… 서청원 의원

"서민·중산층 대변 국민정당 만들터"

“한나라당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국민정당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건강한 중간세력이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합니다. 정치 경력의 상당 부분을 야당으로 지내며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보유한 사람이 앞장 서야 변화와 개혁을 지향하는 야당다운 야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서청원 의원은 5월3일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중간세력이 중심이 돼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국민정당으로 개혁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내내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한 수술이 시급하며 ‘집도의’로서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역시 대표 경선 불출마 선언 번복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히 몸을 낮췄다.

“그 부분(불출마 선언 번복)에 사과하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만 대선 때 못했던 부분과, 다시 당을 살려놓는 역할 등은 지도자 급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과연 위기 속의 당을 구하고 노무현 정권을 보다 강력히 견제할 수 있는 정당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해 누가 적임자인지 당원들에게 직접 심판 받고 싶어 나서게 됐습니다”

서 의원은 민주당의 신당 창당 작업 등 일련의 노무현 정권의 행태에 대해 철저히 대립 각을 세웠다.

“노 정권은 무책임한 개혁과 실험적 정국 운영으로 나라를 위기로 몰아 넣고 있습니다. 당면한 국가적 현안보다 신당 창당 등 해서는 안될 일에 매달리고 있어요. 이럴 때일수록 과반수 의석을 보유한 한나라당이 중심을 잡고 국가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합니다. 과감한 당내 수술을 통해 국정의 중심을 바로 잡아야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충북 청원 출신의 서 의원은 중대부고-중앙대를 나와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11대 국회 때 서울 동작 갑에서 민한당으로 당선된 뒤 이곳에서만 5선에 성공했다. YS정권에서 정무장관을 역임했고, 당내에서는 원내총무 사무총장에 이어 지난 대선기간 당 대표를 맡아 선거를 치렀다. 서 의원과의 인터뷰는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선 강재섭 김덕룡 최병렬 김형오 이재오 의원(무순)에 이어 출마를 선언한 후보 중 마지막으로 진행됐다.


“기득권 정당, 수구노선 이미지 탈피해야”


- 대표경선 출마의 변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국민은 희망을 갖고 그에 대한 기대를 갖기 마련이다. 경제지표와 국제 문제 등 여러 상황에서 국민 분위기가 상승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라가 어렵고 불안하다. 국가적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지금 계층과 지역, 세대간 갈등이 만연해 국론 분열은 물론 국가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

이런 각종 갈등 구도에 한나라당이 국정의 중심을 잡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 스스로를 혁신하고 과감한 수술을 단행해 기득권 수호정당, 수구노선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하고 좌우가 아닌 중간세력이 중심이 되는 정당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나서게 됐다”


- 다른 후보와의 차별성이 있는가.

“시대가 뭘 요구하는 지를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더욱 야당다운 야당 옷을 입어야 한다. 조직도 기존의 것에서 탈피해 생산성 있는 기업 정당, 사이버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정당으로 가야 한다. 지난 대표 시절에도 당을 역동적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젊은 정치 지망생들이 한나라당에 노크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데 역점을 뒀다. 이번에도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국민정당을 주창하고 나섰다. 정치 경력의 4분의3 이상을 야당으로 보낸 민주화운동 출신이 나서야 국민적 이해를 끌어낼 수 있다”


- 대표 경선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는 것인데.

“(잠시 멋적은 표정을 지은 뒤) 먼저 사과하고 죄송스럽다. 다만 당시 대선 패배로 당이 두세조각으로 쪼개지는 느낌을 가졌다. 무엇보다 당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구당적 차원에서 그런 말을 했다. 그 결과 당헌과 당규가 바뀌고 제도적으로도 변화했다.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게 됐다.

4ㆍ24 재ㆍ보선 결과가 그것이다. 대선 때 못했던 부분과 다시 당을 생산적으로 살려놓는 역할에 대해 당원에게 심판 받고 싶어 출마선언을 번복하게 됐다. 나는 학생운동을 거쳐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실정에 강하게 견제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다”


- 정치적 명운을 걸면서까지 나서게 된 배경은.

“나의 출마를 놓고 재고해보란 주변의 말들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수도권과 충청지역 위원장들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 결과를 우려해 내게 대표 출마를 적극 권유한 분들도 많았다. 이 지역의 총선 패배는 한나라당을 지역당으로 축소시키는 결과가 되기에 충청 출신으로 서울의 지역구를 둔 내가 당 대표에 가장 적합하다는 얘기도 적지 않게 들린다”


- 당 대표가 될 경우 당을 어떻게 이끌고 갈 복안인지.

“이념적으로 중도계층이 50%에 이른다. 이들을 우군화하지 않으면 총선과 정권창출도 어렵다. 세대로 보면 30~40대, 계층은 중산층 샐러리맨군이며 지역적으로는 수도권과 충청지역이 주류다.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제3의 길로 갔고,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중도정책으로 집권에 성공했다. 우리도 그럴 때다. 중간층의 우군화 및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국민정당화 역할은 기존의 기득권층 출신 정치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대표가 될 경우 차기 대선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손을 내저으며 목소리 톤을 조금 높였다)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 당을 반석 위에 올려놓고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일이 시급하다”


“보혁갈등 아닌 당 정체성 찾아가는 과도기“


- 지난 대선의 패인을 짚어본다면.

“큰 틀로 보면 우리 당이 시대흐름이라는 전향적인 생각을 못한 데 있는 것 같다. 국민의 변화 욕구와 기대를 앞장서서 수용하고 시대흐름을 선도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변화와 개혁의 시대로 당이 바뀌어야 한다. 대선 패배후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하려다 대표직을 물러나면서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다시 대표가 된다면 여의도연구소 등 연구기관을 동원해 체계적이고 다각적인 패인 분석에 착수할 생각이다. 그것이 당의 새로운 정체성을 위한 기본적인 밑그림이 아닌가”


- 한나라당이 보혁 갈등구도로 접어든 양상이다.

“우리 당은 새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도기에 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어떤 식으로라도 정리될 것으로 본다. 지금은 다양한 의견의 분출 단계다. 다만 일방이 일방을 배척하는 식의 개혁은 곤란하고 서로 화합ㆍ존중하면서 합일점을 찾는 개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마도 대표 경선이 끝나면 당원들이 그런 정책노선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 내각제 이야기가 솔솔 피어오르기도 하는데.

“내각제는 아직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 내년 총선이 끝난 뒤 국론분열을 없애고 21세기에 걸맞은 권력구조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논의해볼 수는 있다. 그때 가서 내각제든 현행 대통령제든 이원집정부제든 아니면 대통령 중임제든 간에 여론을 수렴해 국민이 바라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 지금은 정부와 정치권이 산적한 민생 현안을 해결하는데 총력을 쏟아야 할 시기다”


- 이회창 전 총재의 복귀설도 끊이지 않는데.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 어른이 이미 은퇴했는데 어찌 다시 나오겠는가. 이는 다른 각도의 마타도어나 다름없다”


- 내년 총선 결과를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우리 당은 기득권과 보수로 비쳐지는 이미지를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 앞으로의 선거는 조직 갖고 되는 것도 아니요 돈 갖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변화상을 이번 전당대회 이후부터 혁신적인 수술과정을 거쳐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승리할 수 있다. 4ㆍ24 재ㆍ보선이 좋은 교훈이 된다”


“옛 야당이라면 노 정권 좌시하지 않았을 것”


- 노 정권의 초기 국정운영을 평가한다면.

“지금은 정치공세나 신당타령을 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의 권위는 존중돼야 하지만 개인의 오기나 독선을 부릴 때도 아니다. 이번 방미는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중요한 기회다. 침착히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국내의 국론통일을 바탕으로 외교활동에 온 힘을 실어야 할 때 국회와의 기 싸움에 나서는 것을 보면 경악스럽다. 더 이상 분열의 중심에 대통령이 서 있으면 안 된다”


- 고영구 국정원장과 서동만 국정원 기조실장의 임명강행으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책상을 한번 두드리며) 아주 잘못된 인사다. 옛날 야당이라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 처사다. 여야가 함께 부적합하다고 의견을 낸 사람을 임명하는 게 말이 되는가. 과거 의회에 몸 담았던 노 대통령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특히 서동만 기조실장 임명은 아주 잘못됐다고 본다”


- 신당 창당 문제로 정국이 떠들썩한데.

“신당 창당이란 낡은 수법은 대통령이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과반수 의석 장악을 욕심내다간 자칫 국가의 모든 부분을 잃을 수도 있다. 이것은 집권세력의 헤게모니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은 양당화된 지금의 정치구도를 선호할 것이다. 인위적으로 다당제를 만든다 해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지난 정권처럼 의원 빼가기 등을 시도한다면 절대 좌시하지도 않을 것이며, 또한 절대 성공치 못할 것이다”


- 대북지원과 관련한 특검수사가 한창이다.

“주요 인사의 사법처리 여부에 앞서 실체적 진실 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수사진행 과정을 보면 DJ정권에서 거짓말한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뭐라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먼저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이를 국민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진보성향이 짙은 정권이다. 차기 정권의 바람직한 이념적 위치는.

“건강한 보수를 자임했던 적이 있다. 보수라는 원래 의미는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은 검증된 가치를 인정하는 것,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개인 존엄성을 존중하는데 있다. 그런데 지금 보수라면 마치 반 개혁주의를 뜻하는 것처럼 덧씌워져 있다. 이념갈등에 의한 국론분열은 중간세력이 나서 극우와 극좌를 아우르는 중도정책으로 통합해야 한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2003/05/07 13:37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