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풍경이 있는 신화의 한 자락

■ 제목 : 폭풍우 (The Tempest)
■ 작가 : 조르조네 (Giorgio Barbarelli)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82cm x 73cm
■ 제작 : 1508년경
■ 소장 :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
풍경과 함께 하는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아름다운 배경을 주로 살릴 것인지 인물을 돋보이게 할 것인지에 대해 가벼운 고심을 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평면회화 작품에서 풍경 속에 인물이 존재하는 경우, 풍경과 인물 중 어느 쪽에 더 강한 주제의식을 담아 표현하고 있는가에 따라 인물화와 풍경화의 분류를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감상자의 시선이 어디에 집중되는가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구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편에 무게중심이 더해있는가에 따라 그림에 대한 해석이 때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16세기 베네치아 화풍을 이끌기 시작한 화가 조르조네 바바렐리의 대표작 ‘폭풍우’를 보면 다소 혼란스러워 진다. 풍경과 인물 중 한쪽에만 시선을 빼앗기지 않기 때문이다. 원근법은 살아 있지만 이전의 안정적 삼각구도는 벗어나 있으며 푸근해 보이는 숲속 전원풍경과 폭풍우가 내리칠 것을 암시하는 듯한 하늘, 그리고 신분을 알기 어려운 세 인물 모두가 주인공이 된 듯하다.

작품 ‘폭풍우’를 신화의 이야기, 혹은 구약과 신약의 한 장면으로 보는 상징화인지 아무 의미 없이 그려진 상상화인지 미술 사학자들은 지금까지 수십 가지의 해석을 할 뿐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떠나서 그전까지 배경과 인물로 갈라졌던 고유 영역이 완벽하리만큼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 수려한 베네치아의 분위기와 눈부시게 화사한 햇살을 작품에 담아내었다는 점에서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5/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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