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빅 리거의 꿈

박찬호에게는 ‘메이저 리그’가 꿈이었듯 어린 유학 준비생 들에게는 ‘아이비 리그’가 꿈이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펜실베이니아, 브라운, 콜럼비아, 다트머스, 코넬 대 등 미국 동부 명문 8개 사립대학을 일컬어 ‘아이비 리그’ 대학이라고 부른다. ‘아이비 리그’는 이미 300여년을 훌쩍 뛰어넘은 전통과 역사가 깊은 이들 유명대의 고색창연한 벽돌 건물을 휘감고 올라가는 담쟁이 덩굴(Ivy)에서 유래한 말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예일대 출신이었던 반면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하버드대 출신으로 미국 정ㆍ관ㆍ재ㆍ학계 어느 곳이든 ‘아이비 리그’ 출신들의 영향력과 힘은 막강하다. ‘기회의 나라’라지만 미국 사회에서도 엄연히 인맥과 학맥이 곳곳에서 큰 입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조기유학 바람이 불면서 외국어고 등 특수 목적고 중심으로 국내에서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직접 이들 미국 유명대로 유학을 떠나는 ‘아이비 리그’ 열풍이 일고 있다. 또 서울 강남의 일부 일반고에까지도 유학 준비생들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과연 유학을 떠나는 시기는 언제가 적합하고 이를 위한 ‘왕도’란 무엇일까.

공부에는 왕도가 없듯 이젠 교육에도 국경이 없는 추세다. 교육시장 개방은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유학을, 그것도 ‘아이비 리그’행(行)을 꿈꾼다면 이미 중학교 때부터 이를 대비하는 철저한 사전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외고는 학생이 입학할 때부터 미 대학입시인 SAT를 준비하는 유학반을 따로 운영 중에 있고 졸업생 중 몇몇이 ‘아이비 리그’대를 합격했느냐에 따라 신흥 명문고로 이름을 날린다. 자녀교육에 열성인 강남 학부모들의 눈에는 이젠 더 이상 서울대 합격생 수는 관심거리가 못 된다.

일부 극성 학부모들에게는 글로벌 시대에 자녀가 ‘빅 리거’가 되기 위해선 ‘아이비 리그’행은 필수라는 또 다른 학벌사대주의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꼭 나쁘게만 볼 수 도 없다. 중상층 이상 학부모의 경우 한번쯤 자녀의 유학을 고려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열정과 재정적 지원능력,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꿈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자녀의 능력 등 3박자가 제대로만 조화될 경우 ‘아이비 리그’ 행은 단지 꿈만은 아니다. 올해 코넬대와 뉴욕대에 동시 합격한 오인환군은 “9월 학기부터 시작되는 유학생활을 잠자다가도 생각만 하면 일생 최대의 도전이 될 것 같아요”라며 상기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아이비 리그’ 입성은 운전면허증 등록에 불과하다. 과연 주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는 더 큰 과제다. 도전은 바로 지금부터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3/05/2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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