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세대 여성들 '성형계' 성행

다이어트계·마사지계 등 다양, 병원 연결해주는 '성형삐끼' 등장

신세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성형계’가 인기를 얻고 있다. ‘외모 지상주의’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만연하면서 너도나도 성형수술을 하려는 것. 최근 성행중인 성형계는 순번이 된 사람이 지정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는 시스템으로 우리나라 전통의 계와 비슷하다.

구성원들의 종류는 천차만별. 고등학생에서부터 40대 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그러나 상당수는 수익이 일정치 않은 대학생이 나 직장 초년생이라는 게 관련 커뮤니티측의 설명이다.

A성형카페 운영자 김모씨(26)는 “가끔 주부들이 단체로 계를 조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회원은 대학생이나 직장 초년생”이라며 “수술을 받고 싶은데 목돈이 없는 사람들이 계를 빌어 얼굴을 고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다루는 계의 종류는 대략 5여가지. 단순한 쌍꺼풀 수술이나 코높이 수술에서부터 목돈이 들어가는 가슴수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비공식 카페를 통해 이쁜이수술 계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수술후 내모습 생각하면 가슴 설레요”

평소 왜소한 가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온 여대생 김모씨(23). 김씨는 최근 성형 커뮤니티의 ‘가슴수술계’에 가입했다. 6개월 동안 김씨가 부어야 하는 금액은 130만원. 학생에게는 적지않은 돈이다. 김씨는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용돈을 쪼개가며 곗돈을 붓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마음놓고 옷 한번 입지 못했다는 김씨는 “수술이 끝나면 제일 먼저 가슴이 패인 옷부터 입고 싶다”며 “수술 후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살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여성의 경우 ‘다이어트계’를 많이 이용한다. 현재 선보이고 있는 상품만 ‘허벅지살계’ ‘종아리살계’ 등 10여가지에 달한다. 최근 ‘허벅지살계’에 가입했다는 이모씨(25)는 “여자라면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은 게 아니겠냐”며 “허벅지살 수술이 끝나면 전신케어계에 들 예정이다”고 귀띔했다.

이렇듯 우리나라 전통의 계에 성형수술 개념을 도입한 ‘성형계 커뮤니티’가 사이버 공간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성형계의 원조는 강남의 유한부인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남 일대에서는 사모님들이 ‘의기투합’해 성형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성형수술이 젊은이들의 ‘문화 코드’로 떠오르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계를 드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성형 커뮤니티의 경우 보통 일정한 조건을 내걸고 성형외과와 계약을 맺는다. 계를 들어 단체로 수술을 받는 대신 수술비의 일정액을 차감받거나 A/S(?)를 약속받는 것. 물론 가격이 싼 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계주가 돈을 챙겨 도망가는 사례도 적지 않게 들려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형계를 찾는 젊은 여성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아예 이같은 커뮤니티를 종합한 ‘종합 성형계’ 사이트가 사이버 공간에 문을 열었다. 이 사이트의 경우 계주가 돈을 챙겨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이 지급보증을 서는 독특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사이트의 관계자는 “제3자인 은행이 자금을 관리하기 때문에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며 “계원들도 은행에서 제공하는 가상계좌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입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추세가 달갑지만은 않다. 아주대병원 정신과 이호영 교수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성형수술을 한다면 문제될 것은 없지만 상당수가 그렇지 않다”며 “일부의 경우 지나치게 수술에만 의존하는 등 정신병 증상마저 보이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외모지상주의가 빚어낸 현상

신사동 필성형외과 김인곤 원장은 “성형외과의 지나친 출혈경쟁이 이같은 분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 원장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부 부도덕한 의사들이 성형 문화를 부추기고 있다”며 “성형수술을 받을 때는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를 거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성형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문을 연 성형외과는 500여곳. 이중 40%인 200여개가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성형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돈이 된다’는 소리에 다른 과마저도 공공연하게 성형외과 간판을 내걸 정도다. 성형외과가 늘어나면서 ‘피튀기는’ 경쟁이 동반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성형계 외에도 요즘 들어서는 ‘성형 삐끼’를 통한 성형 수술도 잦아지고 있다.

이들 삐끼들은 보통 성형외과에 줄을 댄 채 미용실이나 사우나를 돌며 성형수술을 권한다. 이렇게 해서 받는 수수료는 수술비의 10~20%. 성형수술비가 보통 10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액수가 알선비로 오가는 셈이다.

국제승마투어 유흥족… 낮 골프 밤 룸살롱
   
여성들이 성형수술에 몰두하는 동안 일부 몰지각한 남성들은 해외원정 유흥계를 통해 질펀한 놀이에 빠져있다. 속칭 ‘국제승마투어’로 불리는 이 같은 모임은 일반적인 계모임에 비해 인원수가 적은 게 특징이다. 기껏해야 계원이 5명을 넘지 않는다. 은밀한 사생활이 요구되기 때문에 계원들은 주로 직장 동료나 선후배들이 주를 이룬다.

‘원정 유흥족’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필리핀이나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 이곳은 국내에 비해 싼값에 유흥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지에서의 일정은 ‘낮 골프 밤 룸살롱’.

특히 필리핀 마닐라의 마카티 거리는 ‘룸살롱 투어’ 계원이라면 반드시 거쳐가는 필수 코스로 알려진다. 필리핀 최고의 유흥가지만 국내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원정계를 통해 필리핀에 다녀왔다는 K씨는 “3명이 갔는데 우리 돈 40만원으로 풀코스를 경험했다. 특급호텔 숙박비가 10만원 내외고, 3만원 정도면 하루종일 골프를 즐길 수 있다”며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진짜 마니아들은 몽골이나 카자흐스탄과 같은 북방 지역을 선호한다. 이 지역의 경우 물가가 저렴할 뿐 아니라 한국인 여행객도 별로 없어 신종 투어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더군다나 이곳은 ‘코리안 드림’이 암암리에 존재하기 때문에 특별 대우(?)까지 받을 수 있다.

룸살롱 투어 계모임이 은밀히 확산되면서 국내 여행사들도 발빠르게 대응하는 추세다. 4인 안팎의 남성단체 여행객을 상대로 색다른 향락을 체험할 수 있는 미니 여행상품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는 것.

한 여행사 관계자는 “상품 특성상 드러내놓고 선전하지 않지만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웬만한 여행사들은 대부분 이같은 상품을 하나씩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2003/05/2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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