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할리우드 뮤지컬 속살 들여다보기

박스 세트로 묶여 출시된 것은 아니지만, 뮤지컬의 고전 4편이 워너브러더스사에서 일시에 출시되었다. 전성기 뮤지컬을 대표하는 걸작은 아니지만, 할리우드가 자랑하는 뮤지컬의 오랜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작들이다. 콜 포터가 음악을 맡은 네 편의 뮤지컬 DVD에는, 당시 출연진과 제작진이 회고하는 충실한 다큐멘터리가 부록으로 들어있다.

조지 시드니 감독의 1953년 작 <키스 미 케이트 Kiss Me Kate>는 세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무대에 올리기까지, 무대 안팎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극 중 극 형식 뮤지컬이다. 당연히 <키스 미 케이트>의 인물과 내용은 극 중 극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맞물려 진행된다.

남자를 우습게 여기는 캐서린과 결혼한 페트루치오가 캐서린을 양순한 아내로 만든다는 <말괄량이 길들이기> 내용처럼, 현실의 여배우 릴리도 우여곡절 끝에 옛 남편 프레드와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

부록의 다큐멘터리 에서 배우와 스태프에 대한 자세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올 댓 재즈>를 감독한 젊은 날의 밥 포시가 댄서로 나온 장면, 3D 영화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카메라를 향해 스카프나 보석을 던지는 연출을 했다는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찰스 월터스의 1956년 작 <상류사회 High Society>는 스쿠르불 코미디의 고전인 <필라델피아 스토리>를 뮤지컬로 리메이크했다. 케서린 헵번, 케리 그란트, 제임스 스튜어트가 주연한 조지 쿠커 감독의 1940년 작 못지 않은 호화 캐스트로 화제가 되었다. 그레이스 켈리, 진 켈리, 프랑크 시나트라 그리고 화자로 출연해 멋진 노래와 연주를 들려주는 닐 암스트롱이 그들이다.

도입부에 암스트롱이 부르는 ‘High Society Calypso’,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크로스비와 켈리의 듀엣곡 ‘True Love’, 시나트라가 부르는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시나트라가 켈리에게 구애할 때 부르는 ‘You're Sensational’, 시나트라와 크로스비의 경쾌한 듀엣 ‘Well, Did You Evah?’, 크로스비가 암스트롱과 부르는 ‘Now You Has Jazz’ 등 다양한 장르의 명곡이 흐른다.

루벤 마물리안 감독의 1957년 작 <실크 스타킹 Silk Stockings>은 그레타 가르보가 주연한 에른스트 루비치의 1939년 작 <니노치카>의 뮤지컬 번안작. 57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프레드 아스테어의 춤과 노래, 최고의 각선미를 자랑했던 시드 체리스의 기품으로 냉전 시대 소련을 희화했다.

부록의 다큐 는 당시 검열이 심해 속옷 차림으로 춤추는 장면을 의자로 가렸다든가, 와이드 스크린에 스트레오 사운드 촬영이 효과를 본 영화라는 뒷이야기를 전해준다.

조지 쿠커 감독의 1957년 작 <레 걸스 Les Girls>는 동일 사건을 법정에 선 세 사람의 기억과 입장에 따라 플래쉬 백으로 재현한다. 물론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사건의 진실 탐구보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데 주력한다. 진 켈리는 MGM에서 찍은 마지막 작품 <레 걸스>에서 세 명의 여배우-타이나 엘그, 케이 캔달, 밋지 게이너와 ‘Ca C'est L'Amour’, ‘Why Am I So Gone About That Gal’를 부르고 춤을 춘다.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5/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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