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병든 지구 살리기


■ 모든 것은 땅으로부터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등 지음/정영목 옮김/시공사 펴냄)

산업 문화는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분리한다. 인간을 필요에 따라 자연을 조작하고 통제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 땅은 생산의 한 요소일 뿐이며 흙은 생명없는 물질로, 생태계는 발굴할 자원으로 치부한다.

근대의 산업적 농업은 이런 그릇된 인식 탓에 위기를 맞았다. 능률과 단기적 이윤에 사로잡힌 나머지 자연 세계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화학적ㆍ생물학적인 기술의 진보가 약속했던 풍요의 꿈은 위험한 건강, 망가진 땅, 병든 공동체라는 현실로 돌아왔다.

현재 우리가 농산물을 생산하는 방식은 땅과 인간 모두를 점진적으로 파괴시키고 있는 것이다.

히말라야 라다크 지역에서 15년 동안 재래 농업 방식을 연구한 이 책의 지은이들은 현재의 환경 파괴, 동식물군의 멸종, 인간 공동체의 쇠락 등은 맹목적인 발전 지상주의와 허울 뿐인 세계화 등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면서 지은이들은 한정되고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빠른 속도로 소비하는 지금의 방식을 버리지 않는다면 지구 공동체의 몰락은 불가피하다고 단언한다. 지은이들이 한 목소리로 “근본으로부터 다시 시작하자.” “농업의 미래는 인류 삶의 미래”요,“모든 것은 땅으로부터 온다”고 외치는 것은 바로 이런 믿음 때문이다.

지은이들은 이 책에서 산업 농업이 인간 건강에 끼친 악영향들, 생물공학과 자유무역의 문제, 기계화의 문제, 사육장처럼 되어버린 가축농장이 초래한 결과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환경ㆍ생태적으로 건강한 음식을 생산하고 무너진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 만이 21세기를 살아갈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세계화한 산업 농산물 체계 전반에 대한 전세계 농민과 소비자, 민중의 적극적인 저항도 소개하고 있다.

입력시간 2003/05/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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