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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의 한의학산책] 이한치한, 이열치열

고향이 북쪽인 사람들은 냉면하면 남달리 생각나는 여러 가지 추억이 있다. 물론 지금은 세월이 많이 지나 그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도 점점 보기 힘들어 지지만 말이다. 냉면은 동국세시기, 진찬의궤, 규곤요람, 부인필지 등에 기록되어 있으며, 조선시대부터 즐겨 먹은 음식으로 추측되어 진다. 요즘은 고기를 구워 먹은 후 흔히 냉면을 먹거나, 여름에 더울 때 냉면을 찾는데, 냉면의 가치는 겨울에 발휘된다.

냉면하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떠올리는데, 이 두가지는 그 지역적 특성에 따라 만드는 방법과 맛이 다르다. 관북지방에서는 메밀을 국수의 재료로 많이 쓰는데, 때로는 밀가루를 다소 섞기도 한다. 반죽한 것을 큰 솥 위에 설치한 국수틀에 넣고 눌러 곧장 끓는 물에 떨어지게 하여 국수를 삶아낸다.

삶은 국수를 찬물에 건져 헹구어 사리를 지어서 채반에 나란히 놓고, 쇠고기, 닭고기, 꿩고기로 만든 육수나 동치미국물을 미리 차게 식혀 두었다가 가만히 부은 후,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 먹는다. 동치미 국물만 쓰면 동치미냉면이라 하는데, 냉면사리를 큰 대접에 담고 제육 삶은 것을 편육으로 썰고 동치미무를 얇게 썰어 소금에 절인 오이채, 배채, 삶은 달걀 등과 함께 얹고 국물을 붓는다.

이에 반해 함흥냉면은 회냉면이라고도 하며, 함경도 지방에서 많이 나는 감자녹말로 만든다. 면이 질기고 오들오들하며 싱싱한 가자미나 홍어같은 생선으로 회를 쳐 고추장으로 양념하여 비벼 먹는다.

감자나 고구마의 녹말을 반죽하여 면본(麵本) 즉 국수틀에 넣고 눌러, 끓는 물 속으로 국수를 뽑아 넣느다. 국수가 익으면 바로 찬물에 건져서 사리를 지어 큰 대접에 담고, 홍어는 잘게 썰어 고춧가루에 갖은 양념을 섞은 것을 넣고 맵게 무쳐서 얹고, 오이. 무 등을 채로 썰어 한 옆에 얹는다.

찬 음식인 냉면을 겨울에 그것도 저 추운 북쪽에서 즐겨 먹었던 이유가 뭘까? 그 답은 여름과 겨울의 계절적 특성과 인체의 사시적응에 있다. 겨울에 냉면을 먹는 이치는 삼복더위에 삼계탕을 먹는 이치와 같다.

겨울에는 바깥이 차기 때문에 체표는 온도가 떨어지지만 반대로 몸 안에서는 복열(伏熱)이 생긴다. 여름에는 반대로 겉은 뜨겁고 속이 차게 된다. 이는 자석에서 N극과 S극이 생기는 이치와 같고, 기압차에 의해 바람이 부는 것과 같다.

겨울에 생기는 복열(伏熱)을 동치미 국물이나, 시원한 면으로 삭히고, 찬물에서 사는 생선류로 꺼주고 하면서 겨울 건강을 지켜왔던 것이다. 평양냉면을 만들 때 닭고기나 꿩고기로 육수를 만들면 육수의 성질이 따뜻해지기 때문에 평소 속이 찬 사람도 무리없이 냉면을 먹을 수 있다. 홍어 또한 매콤하게 양념하면 역시 매운맛이 발산하는 화(火)의 속성을 발휘하기 때문에 그리 차지 않게 된다. 냉면에 들어가는 오이나 배, 무도 시원한 성질을 가지면서 면의 소화를 도와주므로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유명한 함흥냉면과 평양냉면 외에도 요즘 각 지역적 특색을 살린 냉면들이 많이 있다. 속초에서는 감자 녹말가루로 만든 압출국수에 생선회나 고기를 고명으로 넣고 얼큰하게 비빈 냉면을 즐겨 먹고, 경상도 진주에서는 메밀가루에 녹말을 섞는 평양냉면과는 달리 순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쓰며 돼지고기는 사용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외에도 통깨를 희게 볶아 갈아서 육수를 부어 체에 바친 찬 국물에 메밀국수 삶은 것을 넣어 소금간을 한 냉면도 있고, 담백한 나박김치 국물을 이용해서 만들 수도 있고, 칡의 전분을 사용한 면으로 칡냉면을 만들기도 한다.

1908년 당시 큰 요리집이었던 명월관에서는 동치미국물에 국수를 말고 무, 배, 유자 등을 얇게 저미고, 제육을 썰어 넣어 알지단채, 후추, 잦을 얹힌 냉면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 냉면의 맛을 자유롭게 가서 맛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을 가져본다.

필자의 고향이 이북이므로 때만 되면 냉면 만두 지짐을 즐겨 찾고, 지금도 국물이 시원하고 심심한 전통평양냉면 맛에 군침이 돈다. 태생은 감출 수가 없는가 보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2003/06/0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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