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아름다운 눈물

소렌스탐이 눈물을 흘렸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얄미울 정도로 침착하고 냉정함을 잃지 않는 세계 여자 골프계의 거성. 간혹 경기를 망쳤을 경우에도 대회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는 항상 다음 경기를 의식하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철녀 소렌스탐.

여자 골프계에서는 높게만 보이던 그가 미국 PGA투어 콜로니얼 대회에서 컷오프를 통과하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뿌렸다. 천하의 소렌스탐이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찡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 너무나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각국의 매스컴과 남자 프로 골퍼들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전세계의 모든 골퍼들의 눈이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았다. 이성(異性)의 도전을 받는다고 의식한 일부 프로 선수들은 그녀의 대회 출전조차 탐탁치 않다는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경기 자체 뿐 아니라 언론, 갤러리, 그리고 남자 선수의 뜨거운 시선이 그에게 힘겨운 중압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래선지 이번 대회에서 소렌스탐은 여느 때와 달리 유독 퍼팅의 기복이 심했다. 소렌스탐은 이 대회에서 홀 당 퍼트수가 남자선수의 기록(1.66타)에 크게 못 미치는 평균 2.125 퍼트를 기록했다. 다시 말해 18홀을 도는 동안 38퍼트를 넘게 친 것이다. 이는 프로 선수로는 거의 낙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프로의 경우 30 퍼트가 넘으면 곤란하다.

뿐만 아니라 소렌스탐이 친 퍼트는 홀 컵에 1m나 못 미치는 짧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소렌스탐이 여자대회가 열리는 그린보다 훨씬 빠른 그린을 의식해 소극적인 경기를 펼쳤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컷 오프 탈락의 이유로 퍼팅, 비거리, 아이언 핀 공략 부족 등 여러 설이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사유는 플레이 자체가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는 대범한 공략을 했다가 자칫 컷오프에 탈락 됐을 때 돌아올 따가운 시선과 고충이 두려웠던 것이다.

LPGA투어에서는 실수가 어느 정도 만회가 된다. 그러나 PGA에서의 실수는 라운딩 전체를 망치게 한다. 소렌스탐의 상대적으로 짧은 비거리(평균 268야드)와 퍼팅의 난조가 원인이 됐지만, 결국은 소렌스탐이 컷오프를 너무 의식하다 보니 자신의 경기 감각을 찾지 못한 것이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컷 오프 통과 못지 않은 더 값진 것을 배웠으리라 믿는다. 그의 눈물 안에는 봄부터 준비해온 땀과 열정, 그리고 정신적인 압박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큰 폭풍이 지나갔고 그토록 원했던 것을 했으니 말이다. 비록 소기의 성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더 없이 좋은 기회였고, 좋은 추억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렌스탐은 “다른 남자대회에 다시 출전 하겠는가”하는 질문에 “내가 서야 할 자리를 안다”고 답했다. 그 말 속에는 도전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 있지만 더 이상 언론과 세기의 관심거리 보다는 자신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LPGA를 택한 듯 했다.

결국 소렌스탐은 남자 프로들과 겨룬 것이 아니라 PGA 코스에서 스스로와 싸운 것이다. 앞으로 소렌스탐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단점을 더 보완해 나갈 것이다. 비록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그녀의 눈물은 우승의 순간 만큼이나 아름다웠다. 값진 실패가 더 큰 성과를 가져 다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나미

입력시간 2003/06/0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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