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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건진 일확천금의 꿈

40억 달러 추정 금화 실린 17세기 영국 전함 지중해서 인양키로

최근 전 세계 보물선 사냥꾼들의 눈이 번쩍 뜨일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정부가 역사상 최고액인 40억 달러로 추정되는 보물이 실려있는 17세기 자국 전함을 지중해 밑바닥에서 인양키로 했기 때문이다.

5월26일자 미국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바다 곳곳을 훑으며 일확천금을 꿈꾸는 보물선 사냥꾼들은 대부분 무릎을 쳐야 했다. 미리 알았다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보물선 정보가 미국의 한 해양 회사로 인수 주체가 정해진 뒤 알려졌기 때문이다.

뒤늦게 전세계 사냥꾼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게 된 보물 사냥꾼은 해저선박 인양 전문회사 ‘오딧세이 해양탐사’다. 영국 정부는 이 회사에게 지중해 밑바닥에 가라앉은 자국 전함 석세스호 인양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미 플로리다주 탬파에 본사를 둔 오딧세이사는 올 여름 석세스호가 가라앉아 있는 지중해 지브롤터 해협(정확한 장소는 극비사항이어서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고 함)에서 작업을 시작, 100일만에 끝마칠 예정이다.


사상 최고액 보물 예상

이번 탐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다. 우선 최고액의 보물로 추정되는 선박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영국 전함이라는 측면에서다.

이번 사업이 지금까지의 최고액을 경신할 것이라는 관측은 침몰 당시 석세스호의 임무에 터잡고 있다. 영국 정부는 석세스호가 1694년 침몰당시 현재 가치로 40억 달러에 이르는 금화를 싣고 있다고 추정한다.

그렇다면 500명의 수병이 타고 80문의 대포가 장착됐던 평범한 전함인 석세스호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금화를 싣고 있었을까. 그 이유는 석세스호가 전쟁에 앞서 적국을 매수하기 위한 자금을 싣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가들은 태양왕 루이 14세가 통치하는 프랑스를 치기 위해 출항한 석세스호가 파리로 향하는 남부 요충지역을 통치하는 사보이 대공을 매수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실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인양 작업은 ‘영양가 있는’스페인의 무적함대, 동인도회사 침몰 선박 등을 주로 좇아온 전문 보물선 사냥꾼들의 추적 관행과 거리가 먼 것이다. 해양제국 영국의 선박들은 전혀 영양가가 없어 보물선 사냥꾼들의 관심을 끌어오지 못했던 점에 비춰 이번 인양은 분명 이변인 것이다.


성공확률 높은 ‘보물찾기’

아무튼 이번 인양 사업은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다.

오딧세이사는 이미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차례의 예비 탐사를 통해 인양지점을 정하는 등 치밀한 준비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딧세이사는 석세스호의 잔해가 묻힌 해저 둔덕을 이미 발견했으며, 이 둔덕의 심도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100일만에 인양을 끝마치겠다는 계획도 이런 예비조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딧세이사의 실무책임자 그렉 스템은 “이번 탐사는 보물선 탐사 역사상 가장 깊이 침몰된 선박을 인양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영국정부와 함께 역사적인 발굴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번 인양 작업에는 그 규모에 걸맞게 최첨단 해저 탐사 기술이 총동원된다. 심해에서는 로봇이 모든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명시설 등이 내장된 이 로봇은 선체 매몰 지점 확인, 선박에 쌓인 퇴적물을 제거하고 인양 로프 연결 작업을 맡게 된다.

여론의 초점이 집중된 인양 이후 보물 분배 비율이 공개된 점도 흥미롭다. 해양법상 침몰된 선박의 권리는 침몰 선박 국적 국가가 갖는다는 해양법에 따라 영국 정부는 1차적으로 소유권을 행사하며, 인양된 보물의 일정액을 오딧세이측에 나눠주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르면 오딧세이측은 인양된 보물의 가치가 4,5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보물의 80%를, 4,500만달러~5억달러일 경우 50%를, 5억달러 이상일 경우 40%를 각각 차지하게 된다. 존 모리스 오딧세이사 대표는 “영국 정부나 우리 회사 모두 흔쾌히 받아들일만한 내용”이라며 분배액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해저유물 상업적 발굴” 비판

하지만 이번 인양 사업에도 약간의 역풍이 뒤따랐다. 영국 사학계는 인양과정에서 해저 유적과 유물이 훼손될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영국 정부가 발굴 유물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을 계약에 명시함으로써 사업은 고고학적 발굴이 아닌 상업적 발굴로 전락해버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영국 정부는 “막대한 인양 비용 충당을 위해 금화 판매는 불가피하지만 침몰한 선박의 대포, 연장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발굴물은 신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학계의 반발로 영국 정부의 사업 승인이 늦춰지긴 했지만 사업 추진을 저지할 만큼 여론이 나쁘지는 않다”고 영국쪽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이번 발굴 사업을 계기로 전 세계 보물선 탐사도 재조명되고 있다. 예수 탄생 이후 침몰한 선박 수는 수백 만 척에 이르며, 미국 해역에만 10만 척의 배가 수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 보물선을 찾아 5대양을 누비는 사냥꾼들의 역사와 전설도 만만치 않다.

이중 보물 탐험가들의 구미를 당겨온 침몰선은 단연 스페인의 무적함대와 동인도 회사 소속 상선이었다. 15세기 이후 세계를 누빈 스페인 무적 함대는 각지에서 노획한 전리품들을 잔뜩 싣고 다녔고, 이중 절반 이상이 침몰했다. 또한 250여척에 이르는 침몰 동인도 상선에도 귀중품이 가득 실려 있었다.

수많은 사냥꾼들은 이들 배에서 보물을 인양,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1993년 어느 보물선 사냥꾼이 1715년 미 플로리다 해변에서 침몰한 스페인 무적 함대 전함에서 441개의 다이아몬드를 비롯, 각종 보물을 낚아올린 사례는 가장 최근의 전설이다. 사료에 따르면 이 사냥꾼이 발견한 스페인 무적함대 12척은 아바나에서 2,000여명의 승객과 전리품을 가득 싣고 스페인으로 돌아가던 중 허리케인을 만났다고 한다.

1985년 남지나해에서 침몰한 동인도 회사 소속 상선 겔더말센호 인양을 통해 120개의 금괴, 16만여개의 도자기를 발굴한 사냥꾼이 1,500만 달러의 돈벼락을 맞은 일화도 사냥꾼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대표적인 성공담이다.


보물선 열풍 세계로 번질 듯

동아시아에서는 20세기 초 중반 동남아와 중국을 약탈했던 일본이 보물선을 양산한 나라로 꼽힌다. 이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사령관을 지낸 야마시타 도모유키 일본군 대장이 약탈한 금괴를 병원선으로 위장한 배로 일본으로 실어 나르는 도중 상당수 선박이 연합군에 의해 침몰됐기 때문이다.

이후 ‘야마시타 보물선’이라는 전설이 생겨났다. 1945년 야마시타가 전범으로 군사재판에 회부됐을 당시 맥아더 장군이 히로히토 천황에게 보물 은닉지를 알려주면 야마시타의 총살형을 피할 수 있게 배려해주겠다고 제의했다는 비화는 이 전설의 신빙성을 높여주었다.

보물을 전후 복구비용을 쓰려는 목적으로 천황은 야마시타를 설득, 보물이 숨겨진 172곳 중 몇 군데 만을 알려주었고 미 정부는 이 정보를 토대로 보물을 발굴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 여름 착수되는 석세스호 인양 사업이 영국 정부와 오딧세이측의 호언 장담대로 성공할 경우 당분간 보물선 사냥군들은 석세스호 전설을 되뇌이면서 일확천금의 꿈을 더욱 부풀릴 것이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입력시간 2003/06/0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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