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풍경] 현충일의 만찬을 본 국민의 눈은…

현충일인 6일 노무현 대통령은 무척 바빴다. 오전에 국립묘지에서 열린 추념식에 참석한 뒤 그날 저녁에는 도쿄 황궁에서 아키히토 일본 천황과 잔을 부딪혔다. “일정을 잡다보니 그렇게 됐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굳이 현충일에 일본에 가야 하느냐”는 상당수 국민의 나무람이 귓전에 내내 울렸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적지않은 부담을 갖고 있음을 모를 리 없는 일본 국회는 노 대통령이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기 1시간 여전에 유사법안을 통과시켰다. 모든 언론이 “외교적 무례”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정작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일본이 확고한 평화주도세력으로 인식될 때 유사법제는 아무런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빈’예우 한번에 외교적 무례도,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도 모두 눈 녹듯 사라졌는데….

보건복지부의 담뱃값 1,000원 인상안을 검토한 재경부가 200원 가량을 올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건강을 염려해서가 아니라 ‘돈이 무서워’ 담배를 끊게 만들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선택은 썩 마뜩치는 않으나 그래도 이해는 할 만 하다. 그런데 재경부의 200원 인상 방침은 이도 저도 아니다. 그 정도 인상폭으로 담배 수요 감소를 기대키 어려운 건 이미 경험칙으로 누구나 안다. 이래저래 흡연자의 신경만 긁어대니 담배에 또 손이 가게 생겼다.

이제는 상원의원이 된 힐러리 클린턴이 백악관 생활 8년을 되돌아 본 ‘역사와 함께 살면서’라는 회고록이 지난 주말 언론에 소개됐다. 힐러리는 르윈스키 스캔들을 언급하면서 “빌의 목을 비틀고 싶었다”고 썼다. 이제는 오뉴월 서릿발 정도로는 일부(一婦)의 함원(含怨)을 재울 수 없는가 보다. 6일 오전에는 서울 종로 홍지문 터널에서 차량 추돌 및 화재 사고가 있었다. 터졌다 하면 대형참사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위험을 무릅쓰고 부상자를 구출한 시민들 덕이었다고 한다. 역시 우리 사회가 기댈 곳은 아직까지는 시민 정신 뿐인가 보다.

입력시간 2003/06/1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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