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해수 한국해양연구원 수석연구원

"타이타닉호 인양보다 값진 수확"

“금괴의 유무를 떠나, 침몰된 선체 자체가 바로 ‘보물선’ 입니다.”

1999년 4월 어느날 동아건설 관계자가 한국해양연구원을 불쑥 찾아와 ‘보물선’에 대한 탐사와 인양문제를 처음 상의해 왔을 때만해도 유해수(47) 한국해양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설마’하는 의구심에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나 울릉도 부근에서 선체확인을 위한 정밀탐사에 매달려온 유 연구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침몰된 선체가 바로 드미트리 돈스코이 호가 확실하다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

유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침몰선 확인 작업의 쾌거로 알려진 타이타닉 호의 발견과 비교해 봤을 때도 이번 돈스코이 호 추정 선체의 발견은 월등히 값진 수확”이라고 흥분했다.

타이타닉호의 경우 수심은 깊지만 평탄한 해저지형에서 확인된 반면 돈스코이호 추정선체는 화산지형의 급격한 경사와 계곡이 발달해 있는 울릉도 근해에 위치해 그만큼 확인 작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유 연구원은 “타이타닉은 침몰당시 비교적 정확한 좌표가 있었고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됐지만 돈스코이 호는 일본과 러시아 전사기록에도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을 뿐더러 100년 전 울릉도 지역 주민의 회고 등을 토대로 탐사를 벌여야 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탐사의 어려움은 수중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주관 업체인 동아건설이 부도가 나면서 예산확보에도 어려움이 커지자, 탐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해양연구원이 직접 나서 채권단을 설득해야 했다. 탐사 요원들 조차 유연구원에게 기술적인 측면 등을 고려해 수 차례 포기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2년간의 수확은 컸다. 돈스코이 호 추정 선체가 마침내 발견되고 뉴욕타임스 등을 통해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등 세계 유수 해양연구기관들은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단기간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한국해양연구원에 축하 전화를 걸어올 정도였다.

이번 탐사 작업은 ‘중천해용 다중빔 음향측심기’를 이용해 해저면 영상도를 3차원화하고 해저지형 자료와 사이드 스캔 소나와 자력 탐사 자료 등을 정밀분석, 침몰선 예상 지점을 선정한 후 심해용 카메라, 무인 및 유인 잠수정을 투입해 침몰선의 잔해와 선체를 발견하고 촬영했다.

그러나 인양 작업이 이뤄지기까지는 앞으로 더 험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유 연구원은 “선체가 절벽 위에 놓여 있고 해저 지형 자체가 복잡하고 험준해 접근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위험하다”며 “인양 과정이 어려울 경우 수중 박물관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진단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3/06/11 16:23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