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문학은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묘약


■ 비블리오테라피
조셉 골드 지음/이종인 옮김/북키앙 펴냄

우리들은 왜 책을 읽는가.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서? 마음의 양식을 얻으려고? 무료한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책을 읽는 행위가 그 자체로 좋은 것이며 권장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색을 하고 ‘왜’라고 물으면 똑부러지는 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

고대 그리스 테베의 도서관 입구에는 “영혼을 치유하는 곳”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의 지은이도 마찬가지다. 만약 지은이에게 ‘왜’라고 물었다면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은이는 밥 먹는 행위를 변명해야 할 필요가 없듯 책 읽는 행위 역시 변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서에는 생물적 필요가 깃들여 있다는 게 지은이의 믿음이다.

비블리오(Biblio)는 그리스어로 책을 뜻하는 단어. 또 테라피는 치료라는 뜻이다. 즉 이 책의 제목인 ‘비블리오테라피’는 독서를 통한 심리치료를 말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책은 대부분 문학 작품이니, 이 책은 문학 작품을 심리치료에 이용하는 독서 치료와 그 효과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독서 치료의 대상은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신경증 환자가 아니다. 크고 작은 아픔의 기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일상의 우리들이다. 결국 ‘왜’에 대한 지은이의 대답은 결국“문학 작품은 상처받은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기 때문”이 된다.

실제 우리는 문학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내밀한 과거의 아픔을 보편적인 것으로 재구성하거나, 소설 속의 인물과 함께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투사한다. 개인적으로 슬픔이나 분노, 소외감에 빠져 있던 즈음 문학 작품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 순간 우리는 문학 작품 속의 인물과 함께 그들이 처한 고통을 느낌으로 공유한다. 이를 통해 자기만 안고 있다고 생각한 아픔이 다른 사람의 것일 수도 있다는 확인을 하게되고, 고립감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지은이에 따르면 “인간은 곧 그의 스토리”다. 언어가 개인의 현실을 구성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상 생활의 순간마다, 심지어는 꿈을 꾸는 동안에도 자서전을 쓰고 있다. 부부는 함께 그들의 스토리를 쓰고, 가정은 식구들이 자라나는 동안 그들 고유의 역사를 창조하고, 그 스토리로 후손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문학은 그런 스토리 구성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실제로 도움을 준다. 말하자면 치료제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지은이는 “시나 소설의 시대는 이미 끝이 났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 전략으로서 면면히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2003/06/17 18:41


최성욱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