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그후 1년] 장마 코 앞에서 아직도 '복구중'

경남 김해·함안·산청, 늑장 수해복구로 한숨만

“올 여름은 또 어떻게 넘길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지난해 8월 사상 유례없이 23개 마을 930여 가구가 물에 잠겼던 경남 김해시 한림면 일대에는 아직도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주택을 잃고 다섯평 남짓한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10개월째 생활하고 있는 시산마을 박모(45)씨는 “지난 겨울은 그럭저럭 버텼으나 요즘은 한증막이나 다름없는 컨테이너 안에서 숨조차 쉴 수 없다”며 답답해 했다.


50여가구 여전히 컨테이너 생활

박씨처럼 컨터이너에서 생활하는 주민은 시산과 부평마을 일대 50여 가구. 당초 130여 가구였으나 80여 가구는 집을 임시로 수리해 들어갔거나 다른 거처로 옮겼다. 김해시는 주택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장방지구 3만9,000여평과 시산지구 2,300여평에 5월 말까지 각각 이주단지를 조성키로 했으나 차질을 빚고 있다.

장방지구는 139가구가 이주할 예정이지만 32필지 7,800여평의 토지 소유주와 보상 협의가 끝나지 않아 부분적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토지수용 등 절차를 밟더라도 연약한 지반 개량에 많은 시일이 걸리는탓에 장마철을 앞두고 있어 연말 완공도 불투명하다.

또 11가구가 이주할 시산지구는 최근 부지조성이 끝나 일부 주택을 건립중이나 전기와 수도 등 기반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김해시와 농업기반공사는 또 지난해 폭우 당시 가동중단으로 한림지역 침수를 불렀던 한림배수장의 배수용량을 초당 31.6톤에서 120톤으로 늘리는 증설공사를 지난 2월 착수했으나 보상 등에 차질을 빚으면서 올 여름에도 물난리가 우려되고 있다.

산사태로 1명이 숨지고 13개 공장이 매몰된 주촌면 내삼농공단지도 1996년 조성이후 98ㆍ99년 1ㆍ2차 붕괴에 이어 지난해 8월 최악의 3차 붕괴로 이어졌지만 현재 복구율은 23%에 그쳐 근로자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다.


임시복구 낙동강 제방, 여전히 공포

지난해 6개 마을이 물에 잠겨 323명의 이재민과 530㏊의 농경지 침수 피해를 낸 함안군 법수면 주민들도 장마가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맥없이 무너져 내린 낙동강 변 백산배수장 제방을 흙으로 임시 복구해 놓은 상태인 데다 아직 붕괴 원인 조차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악의 산사태가 발생했던 지리산권역의 복구율도 50~60% 수준으로 본격적인 우기에 접어드는 이달 말 완공이 힘든 형편이다.

특히 산사태로 가옥과 축사, 농경지 등이 매몰됐던 산청군 시천면 반천ㆍ내공마을 일대는 송전탑 건설을 위해 임도를 개설한 한전과 산청군이 복구책임 떠넘기기로 장기간 방치돼 100여가구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밖에도 마을 전체를 덮친 산사태로 주택 50여채가 유실 또는 파손되고 8명이 매몰돼 숨진 함양군 마천면 가흥리 금대암 마을 뒷산도 복구 공정이 40%대에 불과하고 집단이주지 조성사업도 부지 정리단계에 머물러 당초 계획한 7월 이주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경남도는 지난해 수해복구 진도에 관해 주택은 1,349채 가운데 80%인 1,069채가, 공공시설은 7,963건 가운데 76%인 6,024건은 준공됐고 1,939건은 공사 중이며 우기전 완공이 어려운 100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6월 말까지 준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창원=이동렬기자

입력시간 2003/06/18 15:24


창원=이동렬 dylee@hk.co.kr